애매할 땐 조금 뻔뻔해져도 괜찮다.
소심하다는 건 아무래도 여러 가지 핸디캡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걸 상대에게 표현을 하지 못하다 보니 가슴앓이만 하다 결국은 포기해버리기 쉽고, 무엇보다 이러한 행동이 무한으로 반복된다. S군은 상대방이 S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썸이 망했다고 말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봐라... 이런 식으로 몇 번의 썸이 지나갔는지를! 어렵겠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서 이 기회에 소심남의 무한 솔로의 고리를 끊도록 해보자! 자! 기합 넣고 시작해보자!
신입사원 연수받을 때 친해진 여자가 있는데 서로 부서는 근처긴 한데 떨어지게 되었어요. 가끔 신입사원만 모아놓고 교육할 때 일부러 그녀 옆에 앉기도 했었는데 그녀가 "너희 부서 사람들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이 러더라고요... 아무래도 아... 나랑 앉기가 싫구나 해서 부서 사람 있는 쪽에 앉았죠...
여자들의 No는 No가 맞다. 하지만 때론 여자는 자기방어적 자세를 취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거절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예의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는 조금 뻔뻔해질 필요도 있는 거다. 소심 왕 S군이 교육시간에 썸녀의 옆자리에 앉은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신입사원 연수중 충분한 친분을 쌓았고, 평소에도 이런저런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입 교육할 때 보자~"라는 말도 주고받았다! 거기에 신입 교육할 때 꼭 부서별로 모여야 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들도 연수 때 친해진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는 등 S군이 썸녀의 옆자리에 앉는 것이 이상한 행동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면 한발 물러나는 것이 맞겠지만 그전에 조금 뻔뻔하게 대시를 해볼 수는 있다. S군의 경우라면 "부서 사람들한테 여자 친구가 삐진다고 하고 왔으니까 표정관리 좀 해줘!" 정도의 찰진 드립을 쳐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고 나서 썸녀의 반응을 살펴보는 거다. 딱히 말은 하지 않지만 S군이 옆에 있는걸 불편해한다면 "아... 아무래도 우리 부서 사람들이 자꾸 오래 ㅠ_ㅠ"하고 돌아가면 그만이고, 썸녀 쪽에서 별말 없이 S군과 대화를 이어간다면 분위기를 더욱 발전시켜보는 거다.
오란다고 오고 가란다고 가는 건 매력 없다. 상대가 불쾌해하는지를 눈여겨 보되 선을 지키면서 적극적으로 과심을 표현하자. 그래야 뭐라도 할거 아닌가?
아무래도 같은 회사에 다니다 보니 대화가 잘 통하더라고요...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통화를 하기도 하고, (뭐 별 내용은 없었지만...) 전화는 그녀 쪽에서 먼저 할 때도 있고 제가 먼저 할 때도 있었어요.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나니까 제가 전화를 걸 때 바로 못 받는 경우가 좀 생기기도 하고 전화도 매일 하다가 건너뛸 때도 생기고... 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겠죠?
바로 이거다! 소심한 사람들의 특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속으로 "내가 뭘...", "그럴 리가 없지", "정말 좋아했다면 이랬을 거야" 등등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시간만 질질 끌다가 썸이 어느 정도 식으면 그제야 "역시! 날 좋아하지 않는 거였어! 휴~"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며 포기해버린다.
썸은 밥에 뜸을 들이는 것이다. 밥이 다 됐다고 솥뚜껑을 열어버리면 설익은 밥이 되고 또 뜸을 너무 오래 들여버리면 소중한 일용할 양식이 타버린다. 썸도 없이 고백을 해버리면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차이겠지만 또 적극적인 대시도 없이 주야장천 썸만 타면 결국엔 둘 사이에 있던 긴장감이 사라져 버리는 거다.
답답하고 또 신기한 건 썸녀 쪽에서 먼저 전화도 오고 또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어떻게 두 달 동안 "내일 회사 끝나고 치맥 한잔 할까?" 따위의 지극히 평범한 대시도 없었던 걸까!? "결국 이렇게 썸이 망했네..." 하기 전에 생각해봐라. 결국 S군이 제대로 대시 한번 한 적이 없지 않은가! ㅠ_ㅠ
요즘은 연락도 줄어들고... 아무래도 저를 피하는 걸까요? 얘가 너무 예쁘고 매력 있어서 왠지 당연히 남자 친구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말로만 전화 자주 하라고 그런 것도 같고... 그냥 포기하는 게 나을까요...? 저한테는 전혀 관심도 없는 거겠죠? 토요일에 한번 보자 뭐 이런 말도 하지 않는 게 좋겠죠?
S군이 이번 썸을 쌈 싸 먹은 가장 큰 원인은 뭣도 안 하면서 가만히 앉아서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생각에만 잠겨 있었다는 거다. 왠지 남자 친구가 있을 것 같으면 전화를 할 때 "X양, 이렇게 나랑 자주 통화하면 남자 친구가 폰 검사할 때 혼나는 거 아냐?"라며 떠 볼 수도 있는 거고. 나를 피하는 것 같으면 "X양 이번 주 주말에 나랑 놀아달라고 하면 바쁘다고 할 거지?"라며 정면승부를 통해 상대방의 반응을 볼 수도 있다.
썸녀가 S군을 정말로 좋아한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왜? S군이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썸녀 쪽에서 자주 먼저 전화를 했고, 심심할 때 전화해~라고 하기도 했고, 거의 매일 전화통화를 했으며 회사에서도 마주치면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 왔다. 이 정도라면 사랑은 아니더라도 '미약한 관심'정도는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을!
물론 지금은 썸녀의 마음이 어떨지 알 수는 없다. 아마도... 호감이 있었다면 "뭐 이런 목석같은 녀석이 다 있어?" 정도나 "흠... S군은 나한테 별로 관심 없구나?" 정도겠지만... 여기서 그대로 뒤돌아서지 마라. 항상 말하지만 연애는 패턴이다. 이런 식으로 썸을 망치고 "에... 난 연애 따위 잘못하나 봐" 하면서 포기해버리면 다음에도 또 비슷한 패턴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썸을 타며 상대를 유혹하는 것이 마냥 신나고 재미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마은 한편엔 "이거 내가 오버하는 거 아닐까?", "괜히 좋은 관계마저 망치는 걸까?", "나 별로 안 좋아하면 어쩌지?"하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큰 차이점은 연애 좀 해봤다는 사람들은 이 두려움을 스릴이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잘 관찰하며 완급조절을 해나가고 S군과 같이 소심한 사람들은 마냥 침대에 누워 상상연애만 한다는 거다.
누구나 두렵고 창피하고 민망할 수밖에 없다. "토요일에 너 나오는 영화 보러 가자~ 뭐? 어벤저스"따위의 시시껍절한 멘트라도 좋다 일단은 당당하게 던져보자. 뭐든 내가 원하는 게 있다면 내 힘으로 쟁취해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