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대부분 쓸데없이 정확하고 공정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인간은 모두 모순적인 존재다. 어떤 완벽한 사람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흠이 보이기 마련이고 그 흠을 확대 해석하면 정말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모순을 감싸주고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모순은 극대화하며 비난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면서 자기 스스로의 모순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Y양의 사연이 딱 그렇다. 지금 Y양은 "아니! 어떻게 사랑한다는 사람이 그럴 수 있어요!?"라고 하지만 정작 관계를 파탄내고 있는 게 누구인지 누가 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상대에게 강요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이제 사귄 지 5달 되어가는 (한 달 전에 프러포즈도 받았어요.) 사랑스러운 남자 친구에게서 며칠 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결혼을 고민하고 있는 여자입니다. 며칠 전 화기애애하게 집에 오는 길에 대화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오빠~ 오빠는 내기 싫어져도 나만 사랑할 거지? 무슨 일이 있어도 바람 같은 건 절대 피우지 않을 거지?" 저는 당연히 절대 안 피울 거라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절대 안 피울 거야. 근데 또 몇십 년 후의 미래는 알 수 없지 않을까?"라고 말을 하는 거예요. 저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하겠나 싶은 마음에 아무래도 헤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했어요.
Y양은 "항상 바로님의 글 공감하며 잘 읽고 있어요! 저도 여성분들이 읽고 공감 버튼을 누를만한 사연이 생겨서 이렇게 보내드려요~!"라고 말을 했는데... 글쎄다... Y양의 사연에 폭풍공감을 할 여자들도 분명 있긴 하지만 나처럼 Y양의 사연을 읽고 "읭? 뭘 그런 말을 가지고;;;"할 여자들도 많을 거란 걸 일단 밝히고 싶다. 이 부분은 차후에 좀 더 디테일하게 다루기로 하고 남자 친구의 발언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
Y양은 남자 친구의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지 않을까?"라는 말을 "나중에는 바람을 피울 수도 있어!"라는 식으로 해석을 하는데, 이것은 바람을 피울 거라는 말이 아니라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0%라고는 말하기 힘들다"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뭔가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좀 더 첨언을 하자면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어떻게 0%라고 말을 할 수 있느냐는 소리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나중에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지", "나중에 내가 암에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십여 년 후엔 통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를 들 수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뭐!? 십 년 후에 통일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럼 건설업 쪽 주식에 몽땅 올인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걸까?) 어디까지나 수학적으로 그러한 일이 벌어질 확률이 0%은 아니다는 느낌이지 "그렇게 하고 싶다." 혹은 "그렇게 되도록 만들겠다" 또는 "그렇게 될 것이다."는 아니라는 소리다.
나도 안다, 이러한 남자의 쓸데없는 정확함이 얼마나 로맨스를 깨뜨리고 쓸데없는 분란을 만드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남자는 다만 좀 더 정확하고 현실적이고 공정하려고 하는 것뿐이다. 자신이 계산을 해 봤을 때 십 년 후에 바람피울 확률이 0.0001%라 할지라도 "음... 그래도 십 년 후에는 알 수 없지 않을까?"라고 말을 하는 거다.
저는 절대로 바람피우지 않을 자신도 있고 남이 강제로 시켜도 나중에는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을 못 할 것만 같은데 오빠는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할 수 있는지... 이런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는지 갑자기 회의감이 밀려들어오더라고요. 물론 남자 친구는 지금까지 항상 저에게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줬었고, 객관적으로도 참 좋은 사람이고 저에게 헌신적인 사람인 건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 사람에게 소중히 주려고 했던 제 마음이 큰 의미가 없게 느껴지고 힘이 빠집니다. 그리고 외롭게 느껴졌어요...
그래, 이제 슬슬 결혼 준비를 하려고 하는 와중에 남자 친구 입에서 "십 년쯤 후에는 알 수가 없는 것 아닐까?"라는 말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사람이 누가 있을까? 분명 속이 상하고 기분도 상하겠지만 Y양의 태도가 과연 적절한가?
Y양아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남자 친구의 입장이 되어보자. 남자 친구의 입장에서 현 상황이 어떻겠나? 사귄 지 5개월 만에 프러포즈를 하고 (누군 몇 년을 만나면서도 결혼 얘기도 안 꺼낸다는데) 자기중심적인 Y양도 느낄 정도로 헌신적으로 열과 성을 다했는데 꼴랑 "십 년 후엔 알 수가 없는 것 아닐까?"한마디 했다고 헤어지자고 말을 하는 Y양을 보면서 남자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할까?
무슨 일이 있어도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는 Y양의 말도 모순 아닌가? 꼴랑 남자 친구의 말 한마디에 이별을 생각하고 남자 친구를 '바람을 피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결혼 부적합자'라고 규정짓는 Y양이 "무슨 일이 있어도"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한번 생각해보자.
오히려 남자 친구가 아니라 Y양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사람은 상황에 따라 마음이 변한다는 것'을 말이다. 남자 친구는 아직 겪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고 Y양은 가능성을 부정하지만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둘 다 잘못이라고 할 것은 없겠지만 사실 관계를 파탄내고 있는 건 Y양이 아닌지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여자라면 누구나 아니 남자라도 "나는 평생 너만 보며 살 거야 바람피우는 일은 없어"이런 확고한 의지에 찬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나요? 물론 그럴 도 있다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의지를 가지고 사랑을 지키고 더 큰 사랑으로 키워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남자 친구는 가능성은 가능성대로 열어두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보아온 남자 친구는 정직하고 솔직하고 믿을만한 또한 주변과 저에게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많이 사랑은 하지만 너무 힘드네요. 제가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
솔직한 말로, 만약 내가 Y양의 남자 친구였다면 미련 없이 헤어졌을 것 같다. 일단 Y양과 같은 스타일의 여자 아니 사람은 피곤하다. 무조건 자신의 말이 맞다고 말을 하며 자신과 다른 생각은 이해는커녕 듣지도 않고 심지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고 깎아내린다.
Y양과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일단 "나라면 절대 그렇게 안 해!", "저건 무조건 틀린 거야!", "저 사람이 이상한 거야!"라고 단정적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분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거나 그 분야에서 오래되었어도 깊은 이해가 없는 사람이었다.
Y양아, 꼭 주먹으로 때리고 상스런 욕을 하는 것만 폭력이 아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배척하는 것 또한 폭력이다. 남자 친구가 "십 년 후엔 알 수 없지 않을까?"라고 말을 했지 "아니! 평생을 어떻게 한 여자만 보며 살아! 그리고 넌 어떻게 그렇게 꽉 막힌 생각을 해?"라고 하지는 않지 않았는가?
무조건 남자 친구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다 걸린 것도 아니고, "십 년 후엔 알 수 없지 않을까?"라고 말을 했다면 적당한 대응은 "뭐야!? 그럼 피울 수도 있다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가 아니라 "정말?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바람은 절대 안 피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십 년 후쯤엔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걸까?"라며 대화를 하며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 보는 것이 더욱 적당한 대응일 것이다. (솔직히 이게 말이 되나?;;; 나라면 그냥 "그럼 난 9년 후에 피워야지!"하고 넘어갔을 텐데...)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어떠한 기준은 있어야겠지만 자신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나눠 세상을 양분해버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야. 단순히 바람에 대한 생각 차이가 문제가 아니야 Y양이 지금과 같은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사건건 Y양은 남자 친구에게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라며 시비를 걸고 결국은 이별을 겪을 확률이 높을걸?
누군가와 관계한다는 건 끊임없이 서로의 다른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는 거야. 단호한 건 적어도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지향하지 않는 덕목이란 걸 명심하도록해.
앞서 말했지만 남자 친구의 말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게 아냐. 상대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무조건 비난을 하기보다 일단은 끝까지 들어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대화를 나누며 상대와 나의 생각 차이를 좁혀나가야 한다는 거지.
Y양아 한번 생각해봐. 연인으로써는 완벽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비난을 하고 언제든 이별을 말하는 사람과, 조금은 모순이 있고 부족할지라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대화를 통해 그 간격을 좁히려는 사람, 둘 중 Y양은 누구와 사랑을 하고 싶을까? 아마 Y양의 남자 친구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