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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Feb 04. 2017

소개팅을 두 번 했는데 둘 다 마음에 들어요

소개팅을 두 번 했는데 둘 다 마음에 들어요.. 어쩌죠?

정말 뜨거운 크리스마스였다... 솔직히.. 크리스마스인데 누가 파티 오겠어.. 했는데... 이렇게나 많은 솔로가 서울에서 힘들어하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 덕분에 정말 글 쓸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빴다. 밀린 메일을 보고 있다 보니 이거야 원... 너무 미안해서...;;;  이제 4일 남은 기간 동안은 좀 더 성실히 사연을 다뤄보도록 할 테니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주길.



소개팅을 두 번 했는데 둘 다 마음에 들어요.. 어쩌죠?

바로님 안녕하세요! 저번에 한번 바로님과 직접 이야기했었던 적 있는데.. 기억하실는지... 생일카드 드렸었던... 얼마 전에 소개팅을 했는데 제 머리로는 너무 어려워서 이렇게 바로님께 연락을 드려요. 최근 어쩌다 보니 두 사람을 비슷한 시기에 소개받게 되었어요. 처음 만났던 분은 연하였지만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제 스타일이어서 그다음 소개팅을 안 받으려다가 이미 약속이 잡힌 터라 그냥 예의상 나갔다 오려고 했었던 건데.. 두 번째 소개팅남은 연상이었는데 전체적인 스타일은 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뭔가 진국 스타일이랄까요? 
 


어찌 기억을 못 할까? 생일이라고 기프티콘은 폭탄으로 받았었지만 생일카드는 정말 처음!!! 그래서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자, 훈훈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M양의 고민으로 넘어가자면 일단 M양은 지금 현재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복잡한 상황이 아니다. 단지 M양은 애초에 두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할 뿐인 거다. 


첫 번째, 지금 두 명의 남자가 M양에게 청혼을 한 게 아니지 않은가? 지금 M양은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려고 하고 있는데... 솔직히 나는 좀 당황스럽다. 지금 두 명의 남자가 M양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품에서 1캐럿짜리 다이아반지를 꺼내며 "M양... 나와 결혼해 주겠어...?"라고 청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소개팅을 두 번 했고 둘 다 나쁘지 않은 진행상황일 뿐이지 않은가?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이른 시점이 아닐까...? 


어제까지 뜨겁게 썸을 타다가도 오늘은 "님, 우리가 언제 무슨 일 있었나요...?"하는 게 연애고 썸인데 고작 시작의 단계에서 둘 다 느낌적인 느낌이 왔다고 햄릿 빙의해서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려고 하는 건 조금 오버스러운 고민이다. 물론 M양은 "그러면 일단 둘 다 만나봐요!? 그건 어장관리 아닌가욧!?"하면서 불편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양쪽의 남자들에게 좋아하는척하면서 비싼 음식을 얻어먹고 비싼 선물 받아내고 진하게 스킨십을 하라는 뜻이 아니지 않은가? 아직 M양이 두 명의 남자를 잘 모르듯, 두 명의 남자들도 아직 M양을 잘 모르고 있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가끔 만나 차를 마시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좀 더 갖는 게 어장관리일까...?  



결혼을 생각해보면 연하는 좀 그렇고... 연상은 느낌이 없고...

아무래도 20대 중반이다 보니 결정이 어렵네요... 느낌은 첫 번째 연하남을 선택하고 싶었는데... 지인들은 연하는 좀 아닌 것 같다고 하는 것도 걸리고... 제가 결혼 준비가 될 때쯤 이 친구가 연하가 좋다고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죠...? 그리고 두 번째 연상남은 듬직하고 진국인 것 같아서 좋긴 한데... 느낌이 별로 없다 보니 사귀다가 별로 안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두 번째, 알 수 없는 미래를 가지고 경우의 수를 따지지 마라. 물론 연애를 시작할 때 너무 가벼워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먼 미래까지 따져가며 고민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M양은 "아... 연하는 이런 게 문제고... 연상은 이런 게 문제고..."하면서 따지고 있는데... M양은 엄청난 고민이라고 느낄지 몰라도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의미 없는 고민이 아닐까? 


지금 M양의 상황을 전문 용어로는 제로 리스크 편향이라고 부른다. 디테일한 설명을 지루하니 쉽게 말을 하자면. 모든 선택에는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있는 것이 당연한데 리스크를 제로로 만드는 것에 집착을 하며 많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M양의 상황을 보자. 연하남을 만나든 연상남을 만나든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지 우리는 절대로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를 어떻게든 계산하고 리스크가 없는 혹은 그나마 적은 선택을 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머리를 쥐어짜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거다.  


M양의 걱정처럼 연하남이 나중에 "누낭~ 나는 귀엽고 파릇한 연하녀가 좋아요~ 뿌잉뿌잉!"하면서 이별을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연상남은 M양과 연애를 하면 "난 영원히 M양만 좋아할 거야!"라고 한다는 보장은 있나? 또,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연하남을 막상 만나고 나서 콩깍지가 벗겨질 확률은 없을까? 이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하는 건 절대로 꼼꼼한 게 아니다. 다분히 오버스러운 것이고 불필요한 걱정으로 괜한 스트레스를 스스로에게 선물할 뿐이다. 


지금쯤 머리를 쥐어뜯으며 나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M양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M양이 고민할 건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할지가 아니라 괜찮은 두 명의 남자에게 어떻게 하면 M양의 장점과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까다. 연애를 시작하며 너무 호들갑스럽게 굴지 말자. 시간을 두고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다 보면 꽉 막힌 연애 교통체증도 자연스럽게 풀리게 돼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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