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잘해도 중간은 간다.
우리는 누구나 '경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 대화를 할 때 무엇보다 '잘 들어주는 것'을 최고의 대화의 기술로 치켜세우지만 정작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흡족해하는 '경청'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서 호감을 끌어낼 수 있는 '경청'일까? 무조건 아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되는 걸까? (이런 경청은 교장선생님, 아버지, 사장님 등등... 의 분들이 매우 좋아하시니 참고하자.)
아무 말없이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두개의 안구를 떠올려봐라, 마치 속으로 "네가 그렇게 말을 잘해? 그래, 어디 한번 떠들어보시지?"라고 하는 것 같지 않은가? 아무 말없이 가만히 바라만 보는 것은 경청이 아닌 부담스러운 응시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경청을 해야 할까?
찰스 노덤 리 여사는 이렇게 말했다. "관심을 끌려면 먼저 관심을 가져라." 다른 사람이 기꺼이 답해 줄 수 있는 질문을 던져라. 상대방이 자신과 자신이 이룬 일에 대해 얘기하도록 격려하라. 당신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당신이나 당신의 문제보다 자신과 자신의 희망, 자신의 문제에 수백 배나 더 관심이 있다.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2-4. 좋은 대화 상대가 되는 비결
많은 사람들이 경청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경청을 한다는 것은 가만히 상대의 의견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을 하기 전에 상대가 기꺼이 답해줄 수 있고 그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할 것 같은 화제를 던져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8살 어린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가만히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야 말로 상대에게 호감을 얻는 경청이다.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정확히 어떤 일이에요?",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와 같은 질문은 상대가 신이 나서 두어 시간 동안 즐겁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일단 이런 질문을 던지고 나면"와!", "정말요?", "ㅎㅎㅎ 의외네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등의 맞장구들은 상대 입장에서 엄청난 격려로 들릴 수 있으며 더더욱 자신의 일과 생각에 대해 열변을 토할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상대는 당신을 맘이 잘 통하는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 성격이 좋은 사람으로 여기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상대에게서 호감을 얻고 유혹을 하는 것이니 한 발 더 전진해보자.
상대가 원하는 질문들로 상대의 자존감이 한껏 치솟았을 때 "정말 대단하네요! 근데 그런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은 힘이 들거나 하지는 않나요?", "정말 화려해 보이지만 덕분에 남모른 고민도 많을 것 같아요." 류의 말을 건네 보자. 방금까지 마치 자신이 스티브 잡스라도 되느냐 자신의 성공 비결과 자신의 비전을 떠들던 사람이 한순간에 진지한 얼굴로"아... 사실은..."이라며 이런 저런 고민거리에 대하여 털어놓게 될 것이다. 이때 당신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잘될 거예요", "제가 볼 땐 XX 씨는 충분히 이겨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힘내실 거죠!?"라는 말을 해주면 된다.
당신에게 위로받은 상대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그래... 이 사람이야...", "이 사람은 날 이해해주는구나...", "이 사람은 믿을만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며 당신은 엄마 미소로 유혹을 마무리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상대가 원하는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경 청한 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길 원하고 무엇보다 당신과 상대의 취향이 꼭 들어 맞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군대도 안 가본 당신에게 군인이 되길 결심한 순간에 대해 입꼬리에 살짝 거품을 물어가며 군대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떠올려 봐라, 당신은 과연 그의 말을 관심 있게 진심으로 경청할 수 있을까? 경청은 해야겠는데 상대의 이야기가 도저히 내 취향이 아닐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에게 정말 너무 즐거웠고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많이 배웠다. 나는 그에게 그가 알고 있는 만큼 나도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에게 그와 함께 들판을 거닐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거닐고 싶다. 나는 그에게 다시 한 번 꼭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2-4. 좋은 대화 상대가 되는 비결
당신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사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으며 지루하지만 잘 경청해두면 차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러니 지루한 이야기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며 진심 어린 호기심을 갖도록 노력해라.
남녀의 성비가 1:3인 축복받은 고교생활을 보냈던 나는 보통 남학생들에 비해 너무 많은 여자들 속에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소재 속에서 살았다. 그녀들 덕에 나는 요즘 여고생들 사이에서 잘 나가는 주얼리, 신발, 화장품, 잡지들에 대해서 억지로 들어야만 했지만 3년간의 고생은 내가 대학에 들어와 빛을 발했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여학우들이 "헐! 남자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우와~ 너 센스 있다~", "대박!"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이 아닌가?
남자와 대화를 할 때에는 당신이 경험하지 못해본 것에 대해서 간접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호기심에 날을 세워라. 이것은 단순히 당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당신의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며 남자에 대해 이해의 깊이를 보다 깊게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