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진도가 빠르다고 빨리 질리는 건 아니다.
진짜 고민 많이 했다... 또 이 주제를 들고 나와봐야 어차피 사람들은 글을 읽지도 않고 혹은 자기가 읽고 싶은 것만 읽고 "그것도 못 참아 주는 남자는 진짜 사랑하는 게 아니지! 빼엑!", "사귀면 당연히 스킨십을 해야지 버럭!", "남자는 스킨십만 보고 사귀는 건가? 어머 짐승!"이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는 걸 알면서... 난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번에는 각오 단단히 하고 쓰는 거니까,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어떠하든 한 번쯤은 끝까지 읽어보길...
평소 바로님의 글을 읽다가 얼마 전 남자의 성욕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그렇게 남자에게 스킨십이 중요한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만나왔던 남자들도 스킨십 진도를 좀 빨리 나가고 싶어 했는데 주변에서는 그런 남자는 스킨십 진도를 빨리 나가면 금방 질려한다고도 하고 좋은 남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길 하네요. 그런데 또 막상 보면 스킨십 진도가 빨라도 2~5년씩 장기적으로 만나는 커플들도 많은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J양이 느낀 것 그대로다. 스킨십 진도가 빠르다고 꼭 빨리 질리는 건 아니다. 다만 여자들 사이에서 스킨십 진도가 빠르면 남자가 빨리 질려한다는 얘기가 도시전설처럼 전해 지는 건, 애초에 목적이 스킨십 진도에만 있는 남자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스킨십 진도를 빠르게 나갔더니 남자가 질려했어!"는 사실 "좋은 남자인 줄 알았는데, 목적이 뚜렷한 사기꾼이었어!"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사기꾼일지도 모르니 스킨십 진도는 무조건 늦추는 게 맞아!"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결정은 제로 리스크 편향에 빠질 수도 있는 결정이다. 쉽게 말해 오로지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리스크를 피하는 데에만 집중을 하다가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하게 된다는 거다.
예전에 한 지인이 자기가 좋은 남자와 나쁜 남자를 가려내는 방법을 안다면서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단 여행을 딱가! 그다음에 와인도 마시면서 분위기를 다 잡은 다음에 스킨십 진도를 서서히 나가다가 중요한 순간에 휙! 하고 돌아서면서 오늘은 안되니까 참으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바닥에서 잔다고 하면 올라오라 하고 그랬을 때 얌전히 참으면 좋은 남자고 아니면 그냥 여자 몸이나 탐내는 나쁜 놈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PC방의 두꺼비집을 내려놓고 갑자기 컴퓨터가 꺼져서 흥분한 사람들을 보며 "여러분 이렇게 게임이 폭력성을 이끌어 냅니다"했던 MBC 기자다 떠올랐으나 일단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소주로 식히면서 물었다. "그래서? 그 테스트 통과한 남자는 몇 명이야?" 그녀는 말했다. "아직 아무도 없어. 다들 설득하려다가 짜증을 내기도 하더라. 역시 남자들은 다 늑대야!"
스킨십은 연인 사이에 당연한 것이니 무조건 진도를 팍팍 나야가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스킨십을 마치 여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으로만 여기고 그것을 부정적으로 규정하며 스킨십 진도를 나가고파 하는 모든 남자를 적, 늑대, 짐승 등으로 간주하는 건 좀 지양했으면 하는데...
이상하게 하나같이 저랑 사귀었던 남자들은 스킨십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어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싸게 보이는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쉽게 보일만한 행동을 했던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슬프네요... 스킨십 진도 문제로 싸우다 다 헤어졌네요... 1년 정도 기다려 달라는 건 욕심인 걸까요? 전 좀 서로 알고 정도 쌓고 서로 충분히 믿음이 생길 때 잠자리를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스킨십 진도 문제 따문에 항상 문제가 돼서 제대로 연애를 해본 기억이 없네요..
연인 사이에 스킨십 진도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남자든 여자든 서로 자신의 가치관이 맞다고 주장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스킨십 진도는 결혼하고 나서 나가는 게 맞지!"와 "서로 사랑하는데 사귀는 사이에 그게 무슨 문제야!"로만 싸우면 답이 나올 수가 없다. 가치관이 어떻냐게 따라 양쪽의 의견 모두 맞을 수 있는 것을 내가 맞고 넌 틀리다라고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긴 커녕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나마 J양은 1년 후에 생각해보자는 나름의 절충안을 생각해 내었지만 1년 이란 기간 또한 누군가에게는 적당할 수도 또 짧을 수도 있는 기간일 수도 있는 거다. 이럴 땐 스킨십 진도라는 것에 대해 평소에 꾸준히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입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J양이 말하는 것처럼 서로 알고 정도 쌓고 믿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 1년만 참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1년 동안 사귀는 둥 마는 둥 하고 어쨌든 1년 채우면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남자 친구가 어떤 행동을 통해 좀 더 빨리 믿음과 신뢰를 J양에게 준다면 그 기간은 좀 더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언제'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어떻게'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는 거다. "1년은 기다려줘!"라기보다. 어떻게 해야 J양의 믿음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깊게 얘길 해보는 거다. "음... 나는 막 오빠가 나를 안고 싶어도 날 위해 참으면서 땀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내가 짜증내도 아빠미소로 이해해주고 그러면 내가 오빠를 더 빨리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음... 우리 자기 내가 맛있는 거 사주고 집에 자주 데려다주면 나 더 믿어줄 거야~?" 등등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스킨십 진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오히려 사랑이 몽글몽글 피어오르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