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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ug 10. 2015

당신은 왜 연인에게 화를 내는가?

정말... 화를 낼 수밖에 없어서?

며칠 전 잦은 다툼 끝에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K양이 너무 힘들다며 나에게 찾아왔길래 "꼭 화를 냈어야 했을까...?"라는 말을 건넸다. 방금 전 까지 너무 힘들다고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친구가 화를 내게 만들었다니까!?"라며 나에게 역정을 내었다. 


나는 교황청에 소환되어 재판을 받고 결국 지동설을 철회하고 재판정을 나서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남긴 갈릴레이처럼 (물론 실제로 이 말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 도끼눈을 뜨고 날 노려보는 K양을 바라보며 속으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래도 화를 낼 필요는 없었을 텐데..."


K양뿐만 아니다. 꼭  여자뿐만 아니라 연애트러블을 꼭 분노와 비난 그리고 지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꼭 트러블을 화를 내서 해결을 하려고 하냐고 하면 그들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용의자들처럼 똑같이 말한다. "상대방이 화를 내게 만들었다니까? 누구라도 화를 낼 수밖에 없었을 거야!" 정말 그럴까?


K양이 남자친구와 잦은 다툼 끝에 헤어진 원인은 바로 연락문제였다. K양은 연애 초기 하루에 수십 통씩 카톡을 보내주던 남자친구가 요즘 들어 카톡에 애정이 담겨 있지 않다는 이유(사실 이때 KBO 김풍기 심판의 명언이 떠올랐다."공이 한가운데로 꽂혀도 혼이 실리지 않으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 )로 처음엔 남자친구에게 서운함을 표현하고 이후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며 결국 이별통보로 이어졌다. 


연락이 줄거나 예전만큼 연락에서 애정이 줄어든다면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분노를 느낄까? 내년 5월 결혼하는 나의 지인 H군과 J양은 좀 다르게 생각한다. H군은 시나리오 작가로 새 작품에 들어가면서 거의 도인 수준으로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 중이다. J양은 모대학에서 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한번은 지인들 모임에 J양만 홀로 나왔길래 물었다. "J양, 넌 서운하지도 않아? 곧 있으면 결혼도 하는데 아무리 일이라지만 도닦듯이 연락이 다 끊어버리고 진짜... 너도 참 보살이다."그러자 그녀는 뭐 별 시답잖은 얘기를 하냐는 듯 내게 말했다. 

"내가 매일 쫓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걔도 나도 스펙을 더 쌓아야 할 때인데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거리를 유지하며 자기 할 일에 몰두하는 편이 더 나아."


K양이 못났고, J양이 잘났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은 거다. 물론 상대의 모든 행동을 "허허 거참 사람 속을 썩이는 사람이네~"라며 보살마냥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하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상대와의 트러블을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에 분노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 받을 용기에서 철학자는 청년에게 분노에 대해 이렇게 설명을 했다.

모르겠나? 요컨대 분노란 언제든 넣었다 빼서 쓸 수 있는 '도구'라네. 전화가 오면 순식간에 집어넣었다가 전화를 끊으면 다시 꺼낼 수 있는.
- 미움 받을 용기, 기시미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누군가에게 화가 날 때마다 난 위의 글을 떠올리며 가라앉히지만 가끔은 그것이 잘 안될 때가 있다. 그럴 땐 화가 날때 어쩔 수 없이 화를 낼  수밖에 없다는 청년의 말에 철학자가 청년에게 해준 말을 떠올린다. 

자네는 큰소리로 화를 냈지. 말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귀찮아서 저항도 하지 않는 상대를 더 값 싼 수단으로 굴복시키려고 한 것일세. 그 도구로 분노라는 감정을 동원한 것이고.
- 미움 받을 용기, 기시미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물론 이런 보살 같은 말을 하는 나도 화를 낼 때가 있다. 다만 나는 화를 내놓고 "역시 상대가 나를 화나게 한 거야!"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난 또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값 싼 수단을 동원해버렸구나..."라며 후회를 한다. 


어차피 똑같이 화를 낸 것이니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이 사소한 차이는 매우 큰 차이를 불러온다. "상대가 날 화나게 만들었어!"라고 생각을 하면 그 싸움은 절대 끝이 나지 않는다. 어쩌다 잠시 소강상태를 가질 뿐 그날의 분노는 반드시 더 큰 트러블을 야기한다. 


하지만 "아... 또 화를 내버렸네..."라며 분노를 여러 가지 수단 중에 하나로 보고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말아야 할 수단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분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트러블을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이는 상대에게 전해져 보다 근본적인 트러블 해결방법을 결국에는 찾게 된다.  

이 세상에 분노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트러블은 없다.
분노는 수단일 뿐이다. 
그것도 가장 값 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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