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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ug 13. 2015

당신의 여자친구가 사소한 일로 삐치는 이유

못해주는 당신에게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초라한 자신에게 화가 나는 거다.

사실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들의 삐침 포인트는 헛웃음이 나올 만큼 사소하다. "왜 요즘 연락이 줄어드는 거야!?", "이젠 나랑 데이트하는 것도 귀찮아?", "나보다 친구들이 더 소중해?" 등의 말을 들고 있으면 솔직한 말로 너무 사소한 일들이라 뭐라 변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바쁘다 보면 연락이 좀 줄어들 수도 있는 거고, 피곤하다 보니 좀 그래 보일 수도 있는 거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약속인데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을... 이렇게 간단하고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바람의 증거라도 잡은냥 도끼눈을 하고 몰아세우는 여자친구를 보고 있으면 대체 왜 이러나 싶다.


5년 전쯤이었을까? 당신 한 2년쯤 만나고 있었던 여자친구가 대뜸 내게 톡 쏘았다. "왜 요즘 전화 잘 안 해? 통화료 아까워?" 가뜩이나 취업준비와 진로 고민으로 머릿속이 임진왜란 직후의 조선같이 황폐한 상태였는데 여자친구의 그 한마디에 나의 정신은 일순간 초토화가 되었다.


"야. 딱 1시간만 기다려" 난 통화내역을 뽑아서 엑셀 파일로 정리하고 내가 여전히 더 많은 전화를 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통화 횟수 와 통화시간 등을 그래프로 나타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통화료가 아깝냐는 그 말에 치가 떨린 나는 내가 더 많이 전화한 통화시간을 당시 요금제로 계산하여 원단 위를 절사 하지도 않고 단돈 1원까지 계산해서 보내줬다. "야, 됐지? 너 한번 더 그 딴말하면 진짜..." (지금 와 생각하면 너무 치졸하고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당시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렇게 확실한 물증을 보여줬으니 여자친구는 내게 사과를 했을까? 전혀! 여자친구는 나의 1시간에 걸친 치졸한 걸작을 보고서도 계속 "아냐! 너 나보다 전화 많이 안 했어!"라고 우기는 게 아닌가? 정말이지 그때 만약 도서관만 아니었어도 세상의 중심에서 이별을 외쳤을 거다. 큰소리를 치기 위해 도서관을 나가는 내내 나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최악의 표현들을 동원해가며 머릿속에서 여자친구를 최악의 여자로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 로비쯤 왔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얘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이럴 애는 아닌데 왜 갑자기 이런 걸까...?"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여자친구에게 소홀했는지를 말이다. 처음 꼬실 때는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처럼 굴다가 사귄지 좀 지났다고, 내가 바쁘고 힘들다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애정과 관심을 거두고 주는 것은 없으면서 더 많은 이해만을 요구해 왔구나...


여자가 사소한 것에 삐치고 남자에게 화를 내는 건 더 많은 전화통화나 비싼 선물을 바라거나 모든 걸 포기하고 오로지 자기에게만 올인을 해주길 바래서가 아니다. 처음엔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여자인 것처럼  대우해주다가 조금씩 변하는 남자의 모습에 혹시 이렇게 이별은 아닐까 두려우면서도 이걸 곧이 곧대로 표현하기엔 또 자존심이 상하는 거다.

표현은 남자친구를 탓하고 짜증을 내는 듯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주님에서 하루아침에 무수리 신세가 되어버린 자기 자신에 대한 설움이 담겨 있는 거다.

남자 입장에서 그런 여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다 안다. 이성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남자는 여자친구가 현실에 맞지 않는 투정을 부리거나 이해심이 깊지 못한 여자로 보이겠지만 여자는 현실을 모르거나 책임감이 없는 게 아니다.

여자친구는 그저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은 거다.

여자친구가 당신에게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아 당신을 괴롭힌다면 이성적으로 여자친구의 행동이 얼마나 비 현실적이고 이해심이 깊지 못한지를 일깨워 주려고 하지 말고 일단 사랑한다고 말해줘라. 그리고 꼭 안아줘라. "맨날 이런 식이야!"라고 더 크게 짜증을 내더라도 가볍게 달래려고 하지 말고 아무 말없이 더 꽉 안아 줘라. 진심은 그렇게 전하는 것이고 당신을 사랑하는 여자친구는 분명 그 진심을 느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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