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진짜 좋아하는 걸까?
어떤 행동에 대해 가치판단이 들어가면 아무리 간단한 일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M양의 경우를 보자. "음... 썸남은 저런 사람이구나, 흠... 계속 만날까 말까?"라고 생각하면 끝인 일을 "어쩌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날 가볍게 보는 건가!?"라고 가치판단을 해버리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상대를 이해할 필요도, 받아줄 필요도 없다. 일단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리고 선택을 하면 된다!
한 달 전에 소개팅을 했어요. 외모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제 스타일이긴 한데... 가치관의 차이가 좀 있어서 고민입니다. 한 번은 술 먹고 보고 싶다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연락이 왔는데 맨 정신에 저랬다면 설레었을 텐데 술을 마시고 저러는 게 저는 진심이 느껴지지도 않고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평소에는 그리 표현도 많지 않은데... 그리고 데이트에 있어서 준비도 하지 않고...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너무 편하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 나더라고요...
M양은 지금 썸남의 행동을 보며 "나를 진짜 좋아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나도 동의한다. M양에게 홀딱 빠졌다면 평소에도 표현을 늘어놓고, 데이트도 철저히 준비했을 테고 뭔가 편해하기보다 수줍어하며 어색해하기도 하고 뭐 그랬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썸남의 행동을 보면 그러한 것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맞고 M양이 헷갈려 할 수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건, 썸남의 행동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것을 넘어서서 화가 나는 게 맞을까?라는 점이다.
M양의 기준에서는 썸남의 행동이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또 어떤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일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 M양이 술 마시고 호감 표시를 하는 썸남의 행동에 대해서 지인들에게 물었을 때 지인들이 "좋으면 술 먹고 괜히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지~"라고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건강한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가치판단을 경계해라.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든 "저런 행동은 나쁜 거 아닌가!?"와 같은 가치판단을 해서는 상대와의 관계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의 행동에 대해 어떠한 가치판단을 하게 되면 우리는 모든 포커스를 상대의 잘못된 행동에 맞추고 상대를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상대가 잘못된 사람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만들겠이냐이다.
저도 썸남에게 마음이 있어요. 이왕이면 편하면서도 설레는 여자 친구가 되고 싶고요. 하지만 제가 어디까지 썸남을 이해하고 받아줘야 하는 걸까요? 썸남의 마음도 확실히 모르겠고 저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M양의 혼란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왜 상대는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줘야 할까?" 너무 당황스러운 질문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왜 상대는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야 할까?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소개팅을 한 사이라?
개인심리학을 수립한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타인도 당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썸남이 M양이 썸남을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M양을 좋아해 주고 누가 봐도 진심으로 호감을 표시해줬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M양의 바람이지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썸남이 어떤 행동을 하든 기분이 상하거나 화를 낼 필요는 없다. 물론 썸남의 모든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M양에겐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거다. M양은 그저 상대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선택을 하면 되는 거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을 구매한다고 생각해보자.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며 "와... 이쁘다... 이걸로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마이크로 sd카드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떠올랐다. 이때 직원에게 "아니! 마이크로 sd카드를 못 넣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요즘 마이크로 sd카드 못 넣는 스마트폰이 어디 있어요!"라고 화를 내는 게 맞는 것일까?
그렇다고 억지로 마이크로 sd카드를 쓸 수 없는 아이폰을 쓸 필요도 없다. 차분히 마이크로 sd카드가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따져보고, 또 다른 대안이 있는지도 생각해보고, 최종적으로 "선택"하면 그만이다.
지금 M양의 머리가 아픈 건, 썸남의 행동이 나쁜 남자라 서가 아니라 M양이 마이크로 sd카드가 들어가는 아이폰을 찾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결국 최종적으로 "썸남에게 맞춰라!"라고 말하는 뉘앙스 같아졌는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맞추라는 게 아니라 괜히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심플하게 생각해라. 썸남의 행동은 그냥 행동일 뿐이다. 이 행동이 잘못인지 잘못이 아닌지가 아니라 본인 자신이 수용 가능한 행동인지에만 포커스를 맞추자. 그리고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행동을 하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