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Sep 02. 2017

사랑한다면서 왜 이것도 못 맞춰줄까요?

그러면 너는 이런이런 삶의 방식을 거슬러줘!

연애가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서로의 어떤 삶의 방식이 마찰을 일으키며 트러블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쪽이 연락을 원래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이거나, 친구를 중시하거나, 술이나 담배를 많이 하게 되면 우리는 그러한 행동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삶의 방식을 거슬러주길 요구한다. 

 

예를 들어 아내는 튀김이나 냄비 요리를 전반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결혼하고 지금까지 그런 건 일절 만들어주지 않는다. '삶의 방식을 거스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니 반론할 여지가 없다. 부부라고는 하지만 '삶의 방식을 거슬러줘'라고는 차마 못한다. "그럼 당신도 한 가지 삶의 방식을 거슬러줘"라고 하면 상당히 곤란하니까.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中 일 인분의 굴튀김, 무라카미 하루키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도 상대의 삶의 방식을 거스르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걸까? 막상 상대가 "그러면 너는 이런이런 삶의 방식을 거슬러줘!"라고 하면 갑갑해할 거면서 말이다. 물론 "나의 삶의 방식에 간섭을 받고 싶지 않으니까 상대의 삶의 방식에 터치를 하지 않을래!"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이것 또한 중요한 이유지만!)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삶의 방식 또한 존중해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거다. 설령 상대방의 삶의 방식이 당신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삶의 방식이니 말이다. 


굴튀김이나 일본전골을 좋아하지만 아내가 싫어하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서 혼자 먹는 하루키처럼, 상대방의 삶의 방식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100%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상대가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거나, 새로 동호회를 들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혼자 만들어 먹는 굴튀김과 일본전골처럼 제맛을 즐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예 먹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물론 연인의 모든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는 없을 거다. 그럴 때에는 상대의 삶의 방식 중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에 대해 상대에게 조심스럽게 건의를 해보자. (다만 기본적으로 상대의 삶의 방식에 대해 존중을 하는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그렇지 않고, "사귀는 사이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둘의 관계는 "그러면 네가 이렇게 해줄 수도 있는 거잖아!"라는 말과 함께 이별이라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숱한 연애 사연들을 접한 결과 연애라는 관계는 "오? 당신! 정말 아름다워요! 제가 당신 곁에 잠시 머물러도 괜찮을까요?" 정도의 느낌이 가장 아름다웠다. 머문다는 표현에 반감을 느낄 사람들이 많겠지만 연애를 가볍게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고 또한 그만큼 상대를 존중하라는 말이다. 아들러 심리 학식으로 말을 하자면 "당신이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타인도 당신을 위해 살지 않는다."쯤 되려나...? (어째 더 정 없어 보이는 표현이네...) 


자꾸 서로를 맞춰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아름다운 것처럼 상대도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혼자도 편한데 연애를 꼭 해야 하나요? 외 1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