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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Sep 18. 2017

헤어지고 나서야 저의 잘못을 깨달았어요

너무 쉽게 깨달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인간은 항상 의심을 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곤경에 처하면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꾸 합리화를 하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고 상대방을 의심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타인은 거짓말을 해도 이전의 행동을 돌이켜 보면 쉽게 진실인지 거짓말인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이다. 이별 후에 "제가 뭘 잘못했는지 깨닫게 되었어요!"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자. "정말... 나의 잘못 그리고 이 연애가 정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깨달았을까?"



너무 쉽게 깨달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져서 제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런데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고 이별 자체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정도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요. 저의 문제는 자존감이 낮은 것이었어요. 남자 친구의 행동에 일희일비하며 남자 친구에게 과도하게 의존적이게 되어버렸던 거예요.


재회상담의 시작은 언제나 이별을 후회하는 이별녀들의 참회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남자 친구가 그동안 참고 있었던걸 저는 몰랐어요...", "제가 그렇게 의존하고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남자 친구를 들볶았던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잘못을 정확히 깨달았고 해결방법을 찾았다며 단지 재회만 하면 되는데!라고 말한다.


이럴 때마다 나는 이별녀에게 조용히 말한다. "뻥치고 있네, 깨닫긴 뭘 깨달아... 솔직히 그걸 이제 알았어? 그때도 알고 있었으면서 뭘..." 이별 직후 후회와 깨달음이 밀려들어온다면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아! 유레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았어!"라고 할게 아니라 "아... 내가 지금 남자 친구에게 매달릴 구실을 찾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진정시켜야 한다.


앞서 말했듯 당신의 두뇌는 자기합리화의 달인이다. 이별 직후 밀려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진지한 자아성찰이라기보다. 당장 상대방에게 달려가 "나 이제 내 잘못 알았어! 헤어진 거 없던 일로 해줘!"라는 말을 하기 위한 밑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무조건 참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대처법이 있어야 한다.  


이별하고 나서 상대에게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 사람과는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지 서로의 틀 안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또 하루에 몇 번씩 우연한 재회나 연락이 온다거나 하는 것을 기대하고 며칠에 한 번씩 갑자기 우울해지면서 울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별 후 밀려드는 반성과 후회가 오히려 재회를 방해하는 자기합리화인 이유는 막연한 후회와 반성은 있지만 대처법은 없다는 거다. 어떤 트러블을 겪고 이별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K양과 상대방 사이에 어떤 트러블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트러블의 상황이 또다시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을 할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말을 하면 이별녀들은 K양처럼 "서로의 틀 안에 넣지 않으려고요!"라며 모호한 대책이나 "제가 남자 친구를 이해하고 참을 수 있는 건 참으려고요!"라며 수도 승급의 묻지 마 인내심이 필요한 대책을 이야기한다. 당신은 결코 신이 아니다. 어떻게 모든 것을 이해하고 참겠는가? 당신과 남자 친구와의 트러블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이 없다면 당신은 재회를 해봐야 또 똑같은 패턴의 트러블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만히 당신의 지난 연애들을 돌이켜 봐라. 당신의 지난 연애들의 트러블은 거의 비슷한 패턴이었을 것이다.)


이별 후 후회와 반성이 밀려들어 올 때 그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남자 친구에게 달려가 매달리기 위한 자기 합리화인지를 확실히 구별하도록 하자. 당신이 진정 의미 있는 반성과 후회를 했다면 일단 차분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또한 트러블에 대한 확실힌 대책을 준비하면서도 재회와 이별을 동일선상에 놓으며 어느 쪽이 더 의미 있는 일인지에 대해 차분히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라며 이별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밀려들면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은 기분이 들고 빨리 이 소식을 상대에게 전하고 이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면 그건 의미 있는 반성과 후회가 아닌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당신의 자기합리화라는 걸 명심하자.



일단은 관계를 정리하자. 그게 먼저다.  


그동안 남자 친구에게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남자 친구의 친구와 공적인 일로 만날 일이 생겼어요. 어쩌면 그 상황이 남자 친구와 다시 재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제가 그 남자 친구의 친구와는 별로 친하지도 않고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말과 행동과 뉘앙스를 풍겨야 할까요?


재회를 원한다면 이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일단 본인과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지난 연애에 대한 오랜 복기를 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재회를 원하는 K양의 입장에서는 당장 남자 친구를 K양의 옆에 두고 싶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많은 경우 이별을 하게 된 이유는 트러블에 대해 과도하게 감정적이었기 때문이다. K양의 경우도 그렇다. 그런데 재회를 또 감정적인 상태에서 시도를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가라앉히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다. 감정이 덜 정리된 상태에서 재회의 플랜을 짜는 것보다는 충분히 감정을 정리하고 나서 재회의 플랜을 짜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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