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이어서 차인 걸까요?
소싯적(정말 소싯적 대략 초등학생 때? 아 그땐 국민학생이구나...) 노래방에 가면 박진호의 '심리테스트'라는 노래를 곧잘 부르곤 했다. (달달한 노래니 한 번쯤 들어보길 권합니다.) 심리테스트의 가사 중에는 "하지만 너는 모르지 아직 모르지 그런 말로 나의 마음을 정말로 알고 싶다면 모두 알고 싶다면 그저 한동안만 나의 두 눈을 바라봐"라는 부분이 있는데 김순곤이라는 분이 작사를 했는데 이분은 정말 어떻게 연애를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분인 것 같다. 상대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묻지 말고 상대의 행동을 보자. 그리고 그 행동에 맞는 피드백을 하는 게 연애의 기본이니 말이다.
얼마 전에 지인에게 동갑을 소개받았어요. 처음 만났을 때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서로 얘기도 잘 통했어요. 그러다가 썸남이 남자 친구랑 술을 마시고 있다면서 괜찮으면 오라기에 친구랑 같이 술자리를 함께 했어요. 술자리 도중 제가 너무 예뻐서 고백하기 부담스럽다고 자기는 모자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스킨십도 좀 있었고 저도 그냥 웃어주며 잘 받아줬어요.
그러고 한번 더 만나고 했는데 좀 지나고 나서 연락이 좀 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좀 확실히 해야겠다 생각하고 제 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길 하니 썸남은 자기 마음을 잘 모르겠다며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제 생각에는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친구 만나러 가는걸 서운해하기도 하고... 마른 여자를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마지막 날 제가 좀 노출 있는 옷을 입었는데 하체가 좀 튼실한 편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너무 적극적이었나 싶기도 하고요...
- K양
분명 분위기도 좋았고, 두 번째 만남에는 자연스러운 스킨십도 있었는데 어째서 확! 하고 분위기가 식어 버렸을까? 사실 포인트는 갑자기 상대방의 태도가 식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태도에 당황하고 상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쏟아내고 상대에게 진심을 물어본 K양의 행동에 있다.
K양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썸남은 확실히 K양에게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확! 식어버린다는 것이 말이 될까? 과정과 결과가 매끄럽지 않다면 잘못된 건 거의 대부분 과정에 있다. 쉽게 말해서 K양이 보기에는 분위기가 좋았을지 몰라도 상대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거다.
문제는 썸남이 느끼기에 K양은 정말 좋지도 정말 싫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였다는 것인데. 이에 맞는 피드백은 자연스럽게 만남을 늘려가며 K양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었거늘 K양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K양이 썸남에게 "썸 남아! 억지로 나한테 잘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난 널 좋아하지만 네가 아니라면 내 마음을 이쯤에서 접어야 할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라고 말을 해버리면 애매한 썸남의 입장에서 선택은 "미안해"일 수밖에...
K양은 자신의 속마음을 쏟아내는 것을 적극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신의 속마음을 쏟아내는 것은 용기도 아니고 대시도 아니고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행동일 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내 맘에 쏙 드는 남자가 고백을 하면 모르겠지만 애매한 남자가 고백을 한다면 K양은 뭐라고 말을 할까...?
K양이 다짜고짜 나는 네가 좋은데 넌 어때? 싫으면 정리할게 라는 식의 배수의 진을 펼치기 전에 주선자에게 부탁해서 가벼운 술자리를 만들어가며 K양의 매력을 어필했다면 어땠을까?
적극적인 것은 언제나 옳다. 먼저 인사를 하고,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고, 먼저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하고! 문제는 피드백이다. 어떤 행동이든 상대의 피드백에 따라 긍정적이면 조금 더 부정적이면 조금 덜 해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과 연락이 닿아 썸을 타고 있어요. 지난 몇 달간 제게 정말 잘해주며 사귀자고 대시를 하는데... 저도 싫지는 않지만 문제는 그 친구의 특이한 과거사 때문이에요... 전에 만난 여자 친구와 상당히 오래 연애도 하고 동거도 했는데... 그 내용이 정말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더라고요... 자끔 전 여자 친구랑 저랑 이름도 헷갈리기도 하고... 제가 아예 몰랐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알아버렸으니 참... 사이가 좋을 땐 좋은데 이런 과거들을 제가 다 포용할 수 있을지... 조언 좀 부탁드려요...
- Y양
이런 상황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이해받을 만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따지려고 든다는 거다. 어차피 연애는 둘이 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그것이 이해받을 만한 상황인지 아닌지는 사실문제가 아니다. 포커스는 내가 그것을 받아 들일수 있을지 없을지에 맞춰야 한다.
K양이 멘틀의 여왕이라면 그쯤 쿨하게 이해를 하고 예쁜 연애를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고민이 된다면 더 깊어지기 전에 적당한 선에서 정리를 하도록 하자.
워낙 독특한 사연이라 다 공개하면 썸남도 알게 될까 봐 공개는 못하겠다만 "에엥?"할만한 사연을 말하는 케이스들의 경우 주로 두 가지 케이스토 나뉘는데 하나는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지어냈거나 영화같이 자극적인 연애를 선호하는 케이스다. (뭐 대부분은 이 둘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경우...)
어떤 경우든 평범한 연애는 힘들다는 건데... Y양의 썸남과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를 잠깐 만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상처를 내가 다 치료해줘야지!" 하는 순진한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고 조금 따져보고 나니 그녀가 과장 혹은 거짓말을 했던 부분들이 보이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서로 합의를 하고 잘 정리를 했었다.
연애하는 내내 깜짝깜짝 놀라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때론 기괴하기도 했지만 그녀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뭐...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스타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나 또한 나름의 행복을 느꼈으니 말이다. 다만... 다시 그런 연애를 하라고 한다면... 음...?
모든 것은 Y양의 선택이지만(어쩌면 이미 결단을 내렸겠지만?) 아직 망설이고 있다면 쉽게 생각하자. 뭔가 자극적이고 영화 같은 (물론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는 아니다.) 연애를 하고 싶다면 썸남과 연애를 시작해보는 것도 나름의 경험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 평범하디 평범한 연애를 꿈꾼다면... 이쯤에서 정리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