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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Dec 01. 2017

연락이 뜸한 남자 친구에겐 이렇게 해보자

넌 너 좋을 대로 해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만큼 지루하고 간절한 것도 없을 거다. 꼴랑 만년필 하나를 주문해놓고도 "아... 이제 대전에 있구나... 아... 아직도? 이제 서울... 용산... 아... 서초인데... 서초인데... 왜 안 오지?"라며  조급해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연락은 얼마나 초조할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초조하 게기 다린다고 빨리 오는 건 아니잖아!?"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컴퓨터 전원 버튼을 '툭' 누르고 화면이 셋업 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불러올 때도 시간이 필요하다. 화면을 노려보면서 꼼짝 않고 기다리면 초조하게 마련인데(모든 새로운 편리함은 예외 없이 새로운 종류의 불편함을 낳는다), 그럴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는지?
 나는 화면을 일단 잊고 옆으로 돌아앉아 한가로이 문고판 책을 읽는다. '넌 너 좋을 대로 해. 나도 내 좋을 대로 할 테니까' 하는 식으로.
-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中 작은 과자 빵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평소에는 "야, 넌 무슨 보살이냐?"하는 소리를 듣는 편이지만 유독 명절이 되면 이상하게 연애에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기는 편이다. 평소 같으면 "뭐... 그러려니..." 했을 것 같은 일도 괜히 "뭐지...? 지금 나 무시하나?"라던가... "확실히 요즘 서로 애정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따위의 생각들이 들면서 종일 불편하고 예민해지기도 했었는데 몇 해전부터 명절에 책을 들고 다니면서부터 그런 일들이 사라졌다. 


그 원인이 뭘까... 굳이 따져보자면 할 일이 생겨서인 것 같다. 할머니께서 내가 고등학생 때쯤 "앞으로 제사상 차리지 말고 모든 식사는 외식으로!"라고 외친 이후로 명절이 되면 친척들은 거실에서 안방에서 작은방에서 드러누워 잠을 자거나 TV를 보곤 했는데 그 시간이 참 끔찍할 정도로 지루했다. 그래서 그때마다 여기저기 카톡을 했었는데 물론 주 대상은 여자 친구, 문제는 평소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명절에는 끔찍할 정도로 답장이 늦다는 것!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뭐지? 이제 좀 식어가는 단계인가?" 따위의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한마디 해야겠어!"에 이르게 되고 자연히 명절만 되면 작은 일에도 투닥거림이 멈추지 않았었다. 

하지만 명절에 "그냥 누워있는 건 너무 무의미하고 지루하니 명절에 책 한 권을 읽고 오자!"라고 결심한 순간부터는 신기하게도 그런 투닥거림이 없어졌는데 그때 깨달았다. "기다리면 괜히 헛생각이 들고 짜증이 나는구나 차라리 뭔가를 해야겠다!"라고 말이다. 


남자 친구의 연락이 뜸한 게 큰 문제일까? 물론 지나치게 뜸한 경우도 있을 거고, 예전과 달라 걱정이 되는 경우도 있을 거다. 하지만 하루키의 말처럼 "화면을 노려보면서 꼼짝 않고 기다리면 초조하기 마련이다." 


남자 친구가 연락이 뜸하다면 그 시간에 무엇인가를 해보는 건 어떨까? 예를 들면 책을 읽는다던가, 만화를 본다던가 미드를 본다던가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끔찍한 시간이겠지만 무엇인가를 한다면 깜짝 놀랄 만큼 빨리 지나갈 시간이니 말이다. 


물론 당신은 "연락이 뜸한데 마냥 그냥 두라고!? 그러면 해결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달리 무엇을 할 방법이 없지 않을까? 내가 만년필을 빨리 받고 싶다고 배송사에 계속 전화하면 빨리 받게 될까? 내가 명절에 여자 친구에게 연락을 빨리 받고 싶다고 닦달을 하면 사랑스러운 연락이 자주 올까? 둘 다 그럴리는 없다. 


차라리 하루키의 말처럼 "넌 너 좋을 대로 해. 나도 내 좋을 대로 할 테니까" 하는 식으로 두는 편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무관심하자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일을 하고 있으면 상대가 알아서 연락을 해주겠지 하는 일종의 믿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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