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와 싸웠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연인관계에서 트러블이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는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여자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 보니 사사건건 트러블이 날 수밖에! 이왕이면 애초에 트러블이 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트러블이 났다면 이렇게 해보자. "당신이 남자라면 좀 더 상황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당신이 여자라면 상황을 좀 쿨하게 생각해보자."
남자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집이 너무 더러운 것 같아 청소를 했어요. 근데 남자 친구는 가만히 있길래 좋은 말로 좀 도와달라고 했는데 남자 친구는 그냥 두라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하겠다고. 저는 이왕 하는 거 같이 하자했는데도 남자 친구는 그냥 좀 그냥 두라고 했고 어쩌다 보니 서로 싸우게 되더라고요. 남자 친구는 제발 자기를 바꾸려고 하지 말라며 짜증을 내고 그렇게 일주일 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죠.
그러다 생각해보니 남자 친구가 청소를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두면 자기가 하는데 제가 괜히 볶았나 싶어서 미안하다며 먼저 말을 걸었는데 남자 친구는 괜찮다고 자기는 저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너는 이제 나에게 아무런 사람도 아니야"라는 말로 들려서 더 슬프네요... 저는 지금 어떻게 하면 남자 친구와 차분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
- G양
여자의 눈에 남자는 뭔가 대책 없는 8살 꼬맹이 같겠지만 나름 자신들만의 체계가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G양의 말처럼 G양이 청소를 해주지 않아도 남자 친구의 기준에서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오면 그땐 알아서 청소를 했을 것이다. 물론 G양의 기준에서는 탐탁지 않을 수도 있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남자 친구가 청소를 심하게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청소는 어디까지나 남자 친구의 과제이지 G양의 과제가 아니기 때문에 관여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움받을 용기의 '과제 분리'를 참고해보자.)
G양이 남자 친구와 싸운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내가 말한 것처럼 남자 친구는 방이 그다지 더럽지 않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G양은 너무 더럽다고 생각을 하니 트러블이 발생한 거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G양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데 지인들이 "야 너 그러면 노처녀 된다~ 너 빨리 결혼해야 해!"라며 들들 볶는다면 어떨까? G양은 "음~ 아직은 생각 없는데? 좀 더 이따가..."라고 말을 해도 지인들이 "야! 지금은 그렇지 나중엔 하고 싶어도 못한다니까!? 얘가 아닐 뭘 모르네~"라고 한다면 어떨까?
뭐 트러블이야 아차! 하는 순간에 벌어지기도 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지금 L양은 또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G양은 남자 친구가 "아냐, 난 너 싫어하지 않아"라는 말을 "이제... 나는 아무것도 아니란 소린가...?"라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남자 친구는 정말 말 그대로 "나 이제 괜찮아"라는 뜻으로 말한 것일 확률이 높다. 앞서 말했지만 남자 친구와 싸웠다면 심각하게 생각할게 아니라 조금 쿨하게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
사실 일주일 동안 서로 시간을 가질 것도 없었다. 싸운 다음날 장조림이라도 좀 해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쨘! 자기가 좋아하는 장조림~ 내가 짜증내서 미안... 대신! 내가 한 달 잔소리 패스권 줄게!"라고 했었어도 "뭐야~ 우와~ 맛있겠다!"하면서 그냥 술술 풀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자꾸만 G양은 "아! 큰일이다... 내가 이해해줄걸... 남자 친구가 많이 화났겠다... 아... 안 미워한다니... 이젠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가...?"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자꾸만 어색한 분위기를 끌고 가다 보니 분위기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편한 시간만 쌓여가버리고 말았다.
남자의 기준에서 청소 가지고 싸운 건, 차분히 얘기를 할 건더기가 못된다. 남자들끼리 치고받고 싸워놓고 그날 술 먹고 풀어버리는 것처럼 남자란 동물은 여자가 보기에 놀라울 정도로 무디고 쿨하다. 그 쿨함이 지나치다 보니 여자 입장에서는 무신경해 보일뿐!
자꾸만 혼자만 심각하게 생각하며 분위기를 무겁게 몰고 가지 마라. 웃으며 다가가 보자. G양의 생각보다 너무나 쉽게 풀려버려서 허탈할지도 모른다.
이제 300일 정도 되는 커플입니다. 그런데 정말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저희는 너무 많이 겪었네요... 그러다 보니 제가 멘틀이 무너져버려서 남자 친구를 참 많이 힘들게 했어요. 무작정 화를 내기도 하고 술 마시고 실수도 여러 번 하고... 그때마다 남자 친구가 잘 버텨줬었는데 최근 술을 마시고 연락이 끊긴 적이 있는데 남자 친구가 울면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간신히 설득을 해서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을 하기로 했는데... 남자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도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솔직히 마음이 잘 생기질 않는다고... 답답하고 힘들다네요... 그래서 일단은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게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 L양
참... L양... 사연이 참 버라이어티 하다... 아마 나라도 멘틀이 온전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도 용케 버티고 연애를 이끌어온 건 참 장한 일이지만 그 스트레스를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남자 친구에게 풀어버린 건 참 안타깝다.
일단 남자 친구를 설득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사실 굳이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함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을 하기로 했다는 거다. 관계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 정말 예쁜 말이지만 조금만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사실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연애는 감정이다. 감정이 노력한다고 변할까? 그다지 마음에 없는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해본 적 있나?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을 싫어하기 위해 노력해본 적 있나? 과연 그게 될까? 감정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거다. 오히려 노력이란 걸 하려고 하면 할수록 부담스럽고 힘들고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다. 감정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끼는 수밖에 없는 거다.
관계가 틀어졌다면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일단은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고 스스로 감정을 정리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아예 연락을 끊으라는게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거두되 이따금씩 L양의 근황을 전하고 L양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알려주며 남자 친구에게 "나는 언제든지 당신의 옆에 있다."는 느낌만 주면 된다.
물론 "생각해봤어?", "내가 미안해 잘할게", "우리 좀 더 노력해보자" 따위의 멘트는 금지다. 당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인지, 그것만 알려줘라. 앞서 말했지만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괜히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