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를 만나지만 외로운 마음이 들어요...
우리의 감정은 시소 같은 구석이 있다. 올라가기 시작하면 한없이 올라가고 내려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바닥을 찍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에게 불안함이나 서운함을 느낄 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당신이 정신을 놓고 있으면 감정은 당신을 들었다 놨다 당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니 말이다.
이제 5개월 정도 만난 커플이에요. 나이 차이가 좀 있는 커플이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서로에게 빠졌었죠. 지난 4개월간은 정말 누가 봐도 부러워할 정도로 알콩달콩 사랑스러운 커플이었죠. 남자 친구가 개인 사업을 하다 보니 많이 바쁘고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바쁜 와중에 짬을 내서 연락도 자주 해주고 최대한 자주 만나려고 했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어요. 그런데 문득 얼마 전부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자주 만나고 싶고... 연락도 더 자주 하고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얼마 후부터 남자 친구의 연락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보이더라고요. 혹시 애정이 식은 건 아니지 혼자 끙끙 앓다가 우리 사이에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길 했는데 남자 친구는 깜짝 놀라며 무슨 말이냐고 자기가 볼 땐 아무 문제없는데 왜 그러냐고 그러더라고요. 그 일이 있고 나서 바뀐 건 없어요. 점점 멀어져 갔죠...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자기 컨디션이 좀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 얘길 듣고 또 기분이 상했죠. 그런데 진짜 아프긴 하더라고요. 식은땀도 흘리고 열도 있고... 그런데 전 그 사람에게 웃어줄 수도 다정하게 대해줄 수도 없었어요... 참 이기적이죠...?
제가 시간 좀 내달라고 말해서 조만간 보기로 했어요. 얼굴을 보고 진지하게 얘기를 해보려고요... 뭐라고 물어야 할까요? 왜 그러느냐고 맘이 변한 거냐고 문제가 뭐냐고 물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아무런 것도 묻지 않고 괜찮은척해야 하나요...? 남자들은 저런 대화를 싫어한다는데... 참...
-K양
흠... 솔직히 어디서부터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객관적인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면 남자 친구는 정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거다. 현재 관계에 대해서 문제를 느끼는 건 K양 혼자다. 그렇다면 남자 친구의 이전과 전혀 다른 태도는 무엇일까?
그래, 남자 친구가 확실히 처음과는 어느 정도 달라졌을 거다. 하지만 지금 K양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온전히 남자 친구 때문은 아니다.
만약 K양이 남자 친구가 100만큼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남자 친구가 실제로 연락이나 만남이 줄어든 것은 한... 30쯤 되려나? 여기에 10은 K양이 좀 더 남자 친구를 사랑하게 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기대일 것이고 20은 이러다 완전히 관계가 소원해지면 어쩌지? 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일겠다. 그리고 나머지 40은 뭔가 달라졌다?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상대의 행동에서 부정적인 것만 쏙쏙 집어내다 생긴 막연한 서운 함이다.
앞서 설명했듯 감정은 시소와 같다. K양도 처음 남자 친구와 서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남자 친구가 바빠도 크게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연락을 해주는 남자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꼈었다. 하지만 "어? 남자 친구가 좀 변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 그러고 보니..."라며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엔 K양의 감정은 바닥에 처박힐 수밖에 없는 거다.
문제는 K양이 이러한 생각이 남자 친구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는 거다. 현재 남자 친구는 둘 사이 관계에서 큰 문제를 못 느끼고 있는데 K양이 "아무래도 우리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왜 마음이 식었어?"라고 질문을 던지는 순간 남자 친구도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그때부터 K양과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K양이 느끼는 서운함을 모두 참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단 서운함을 느꼈을 때 "맞아! 남자 친구가 변했어!"라고 단정 짓고 남자 친구의 행동에서 부정적인 모습들만 쏙쏙 빼내서 쌓아두기보다 "아... 내가 서운함을 느끼는구나 그래도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겠다."정도쯤으로 생각을 하며 감정을 잘 다스려보는 건 어떨까?
또한 남자들이 이런 대화를 다 싫어하는 게 아니다. 여자들이 남자에게 서운함을 말할 때 "왜 요즘 변했어?" 혹은 "나 요즘 오빠의 이러이러한 행동 때문에 힘들어"라며 결국 "너 때문에 내가 고통받고 있고 다 너의 잘못이야"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남자 입장에서는 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깜짝 놀라고 당황하는 것이다.
서운함을 말하는 건 좋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네가 잘못했어!"가 아니라 "내 감정이 요즘 이런데 어떻게 하지?"라고 말을 해보는 건 어떨까? K양이라면 "사귈 때부터 오빠 바쁜 거 알고 있었고 다 이해할 수 있었는데 요즘 내가 막 서운하고 투정 부리게 되는 것 같아 이럴 때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쯤으로 말을 해보는 건 어떨까?
동호회에서 함께 운영진을 하고 있는 남자와 요즘 애매한 관계에 빠져버렸네요. 처음에는 좋은 사람이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어요. 그런데 동호회에서 공연을 준비하며 급 친해졌는데요. 남자 쪽에서 먼저 밤에 전화도 하고 카톡도 자주 했어요. 저는 그래서 이 오빠가 저에게 관심이 있나 보다 했지만 저는 남자 친구도 아니도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저는 일부러 계속 극존칭을 쓰고 연락도 괜히 사이가 이상야릇해질 것 같아서 문자도 잘 안 했어요.
제가 부담스러워하는 걸 알았는지 연락을 잘 안 하더라고요.. 사람이 약았죠... 그러니까 아쉽더라고요... 생각해보니 그분이 다가올 때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괜찮은 사람인가를 재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뭔가 다른 여자 운영진과 썸에 빠진 것도 같고... 만약 그렇다면 괜히 임자 있는 남자에게 찝쩍거리는 여자가 되는 거잖아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J양
매력과 유혹은 거울과 같아야 한다. "절대로 저 사람은 아니야!"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선을 긋기보다는 상대의 호감에 상응하는 호감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나한테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 다가가 끼를 부리라는 게 아니다. 일 적이든 사적이든 관계를 맺은 사람에게는 적당한 수준까지 서로 호감을 교환하는 것이 좋다는 거다.
"사귈 사이도 아닌데...!" 따위의 생각은 접어두자. 인간관계가 칼 같다고 해서 환경부에서 '클린 인간관계 표창'을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그러한 생각은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J양의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좁게 만들 것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J양은 생각이 너무 많다. 카톡 좀 나눴다고 사이가 이상야릇해질 것 같다라니... 게다가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임자 있는 남자에게 찝쩍거리게 될까 봐 걱정을 한다는 건... 참... "왜!? 그러면 사귀다 헤어질 수도 있으니 아예 시작도 하지 말지?"
J양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지~"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상대가 연락해줬으니 나도 해주는 거고 상대가 먼저 호감을 보인적이 있으니 J양도 먼저 호감을 보여보는 뭐 그런 식으로 말이다! 생각 많이 해봐야 머리만 쥐어뜯는다! 일단 행동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