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는 잘해주면서 연락은 잘 안 하네요...
사람들은 재미있게도 자기 자신은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타인들은 바보라고 생각한다. 이건 나이 외의 다른 사람들을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괜히 들키기 싫어서 안 좋아하는 척을 하거나 애써 표현을 절제하면서도 상대방의 행동이 애매하면 "뭐지? 호감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연락은 없지?"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타인에 대한 호감을 잘 드러내지 않고 애매하게 행동하듯 상대도 그럴 뿐인 거다. 그럼 어떡하냐고? 나한테 묻지 말고 당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면 당신의 속마음을 좀 더 편하게 드러내 놓을 수 있을까?"
원래부터 알던 사이긴 했는데 그동안은 동료로만 지냈었어요. 그런데 제가 남자 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갑자기 가까워졌네요. 그전까지는 존댓말을 썼었는데 갑자기 먼저 날도 놓기도 하고... 뭔가 끼 부리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자꾸만 제게 너무 귀엽다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같이 영화 보자고 하기도 하고 저에게 함께 아는 어떤 남자에게 연락이 오니까 그 사람 이상한 사람이라고 그러기도 하고요. 주변에서도 관심이 있어 보인다고 하는데 제가 워낙 둔해서요... 그런데 사적으로 만나자고 얘기도 없으시고.. 사적인 연락도 따로 없으셔서요...
- K양
자! K양아 당장 썸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썸남의 눈에 비친 K양은 어떤 모습일까? 말을 놓았음에도 말을 쉽게 놓지 못하고... 다른 남자에게 연락도 많이 오고, 귀엽다고 머릴 쓰다듬어도 어색하게 웃기만 하고... 혹시 K양의 썸남이 내게 상담을 요청한다면 "바로님! 제가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래도 제게 관심이 없나 봐요. 그리고 제 행동이 부담스러운 걸까요?"라고 하지는 않을까?
K양은 왜 호감이 있으면서 호감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있나? 그리고 왜 "왜... 잘해주면서 연락은 하지 않죠?"라고 궁금해하면서도 먼저 연락을 해보지는 않는 걸까? K양이나 썸남이나 그 이유는 간단하지 않을까? "호감은 있지만 호감을 표현했다가 혹시나 거절당하거나 헛물켜는 것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물론 썸남이 K양을 너무 사랑해서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다만 K양이 조심스럽듯 상대방도 충분히 조심스러울 수 있다. "왜 썸남은 사적으로 더 다가오지 않는 거지?"라고 궁금해하지 전에 일단은 썸남의 호감 표현에 적당한 맞장구를 쳐주자.
"나 주토피아 보고 싶은데 시간 되면 같이 보자!"라고 하면 "아... 네..." 하지 말고 "팝콘은 내 가살 께요! 대신! 주말에 시간 비워두기!"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썸남이 머릴 쓰다듬으면 "머리 쓰다듬었으니까 나도!"하며 썸남의 팔뚝을 콕! 한번 찔러보며 스킨십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마냥 "왜 연락이 없지...?"하고 앉아 있지 말고 상대방이 용기 내서 K양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상대방에 행동에 맞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던지자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일을 하다가 얼마 전에 이직을 했어요. 이직을 하기 전부터 좋아했던 분이 있었는데 이직한 김에 슬쩍 메일을 보내봤죠. 평소 회사 다니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었다고 하늘색 셔츠가 참 잘 어울리신다고 뭐 이렇게요. 그랬더니 답장이 왔는데 요즘 하늘색 셔츠를 많이 입는다고 하시더라고요. ㅎㅎㅎ
이후 이런저런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분께서 주말에 뭐하냐고 밥 사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왔네요. 이후 연락은 가끔 했지만 또 만나자는 말은 없으시더라고요... 근데 얼마 전에 회사를 그만두셨다는데 이제는 더 이상 연락할 구실도 없는 것 같고...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제 마음을 많이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 P양
일단 첫 번째 실수는 자꾸만 잘 되지 않을 것만 생각한다는 거다. 이왕이면 회사 다닐 때 슬쩍 "오늘 하늘색 셔츠 정말 잘 어울리는데요~?"라며 이야기를 건네고 칭찬도 했었어야 하는 것을 괜히 소심한 마음에 이직을 하고 나서 연락을 하다니... 이직을 하고 나서 연락을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보다 자꾸만 뒷걸음질만 치는 P양의 태도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없다. "오늘 멋있어요!"라고 말을 한다고 어색해질 이유도 없고 "하늘색 셔츠가 잘 어울리시네요!"한다고 "저 여자 역시나 날 좋아하는군!"할 사람도 없다. 감정이 생기면 바로바로 표현해라. "XX 씨! 너무 좋아요! 나랑 사귈래요!?"라고 고백을 하라는 게 아니다.
상대의 어떤 모습이 좋아 보이면 그것에 대해 바로바로 제대로 표현을 하며 상대방의 피드백을 점검하고 호감도를 높여나가라는 말이다.
두 번째 실수는 대화에 목적이 없다는 거다. 상대가 좋고 유혹이라는 걸 해보고 싶다면 상대와 이야기를 하며 그 중간중간 '난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요!'라는 뉘앙스를 섞어서 이야길 해야 하건만 멍... 하니 요즘의 가십거리면 주고받다니... 상대가 P양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줬을 때 "아! 고맙습니다..."할게 아니라 "아! 감동! 이거 때문에 XX 씨가 좋아지는 건 아무래도... 안 되겠죠?" 라며 장난인지 진심인지 애매한 어필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마지막 세 번째 실수는 지나지게 겁이 많다는 거다. 아니... 이직한 사람이 전 직장 동료에게 뜬금없는 이메일은 다 보내 놓고 이제 퇴사했다니까 "아... 이제 구실이 없네..."라고 하는 건 또 무슨 경우일까? P양은 이제 구실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은 애초에 구실이 없었다!
하지만 P양은 뜬금없이 멘트를 잘 던져놓고! 이제 와서 못하겠다는 건 또 뭔지! 졸지 말고 이 정도라면 한번 도전해보자! "이제 백수라 소개팅 안 들와요"라고 말을한 상대에게 왜! "소개팅은 왜 해요! 저랑 데이트해주셔야죠!"라고 말을 못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