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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Dec 29. 2017

남자 친구의 과거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남자 친구가 금사빠인 것 같아 걱정됐어요...

우리는 항상 나만을 위한 한 사람을 꿈꾼다. 남들이 뭐라 해도 항상 내편이 되어주고 나보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 나타나도 나만을 바라봐줄 그런 사람. 그리고 이러한 욕심이 커지다 보면 상대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지고 자연히 상대의 과거가 거슬리고 불편해질 수밖에. 상대를 사랑하면 자연히 상대에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걸 부정하고 싶어 지겠지만 우리 이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지금 상대의 눈앞에 있는 건 '나'잖아. 그럼 된 거야!"라고.



남자 친구가 금사빠인 것 같아 걱정됐어요...

처음 남자 친구를 만나고 모든 게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남자 친구를 못마땅하게 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첫 연애였는데 남자 친구는 저를 만나기 전 6명 정도 만난 것 같더라고요... 여자를 너무 쉽게 만나는 금사빠 같기도 하고... 절 만나는 것도 너무 쉬웠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또 다른 매력 있는 여자를 발견하면 그 사람도 사랑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되더라고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연히 생기는 감정이다. 그 사람에게 내가 첫사랑이었으면 좋겠고 또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마음.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다만 우리는 항상 명심해야 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내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상대가 내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와 나는 독립된 인격체이며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가까운 사이일 뿐 그 사람에게 너무 기대거나 바래서는 안 된다. 


C양은 아무래도 첫 연애다 보니 뭔가 손해 보는 느낌도 들 거고 나보다 연애경험이 많은 상대가 C양에게 상처를 주거나 떠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함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건 C양이 남자 친구에게 너무 기대려고 하고 있다는 증거다. 


내 모든 것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 불안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연애를 하며 상대가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상대방에게서 그 원인을 찾기보다 자기 스스로를 찬찬히 살펴보자. 그리고 내가 상대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보고 그렇다면 상대와의 거리를 조금 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 여자 친구에게 매달리며 힘들어했었더라고요...

그러다 제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네요. 남자 친구의 핸드폰을 보다가 남자 친구가 친구와 나눴던 대화중에 전 여자 친구를 그리워하던 이야기를 읽어버렸어요. 물론 저를 만나기 전에 일이지만 너무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남자 친구가 금사빠였구나 단정 짓게 되었고 또 저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아무에게나 다 그러는구나 생각이 드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첫 연애에 참... C양의 말처럼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구나... C양의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공감한다. 아마도 C양에게 했던 모든 말들이 사랑이 아니라 뻔한 레퍼토리같이 느껴졌을 거다. 물론 예전의 일이니 상대에게 화를 쏟아낼 수 없다는 이성적인 판단은 들겠지만 이미 감정은 상대방이 바람을 피운 것 이상으로 아팠을 거다.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에 보면 시후미는 토오루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생의 나도, 대학생의 나도, 언제나 토오루 눈앞에 있어." 


남자 친구의 과거를 이해해줘야 한다던가, 다 그렇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남자 친구는 C양을 만나기 위해 멀리 돌아온 거야"라고 말이다.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에게 매달리고 사랑을 속삭이던 그 장면만 떠올리지 말고 남자 친구의 과거 전체에 대해서 영화를 보듯 상상해보자. 


아장아장 귀엽게 걸어 다니다가 소꿉놀이를 하며 다른 여자 아이에게 "여보~"라고 하기도 하고, 중고등학교 때, 어떤 소녀의 집 앞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 수줍게 첫 키스를 하고, 성인이 되고 날카로운 연애도 하고 몇 번은 연애를 거쳐 이렇게 C양의 앞에 나타난 거다. 


시후미의 말처럼 고등학생의 남자 친구도, 대학생의 남자 친구도 언제나 C양 앞에 있는 거다.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는 추억을 가지고 있지만 C양은 남자 친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남자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여자에게 사랑을 말한 적이 있다니!" 가 아니라 "남자 친구가 이렇게 돌아서 내게 왔구나."라고 생각해본다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결국 이것 때문에 헤어져 버렸네요...

이걸 알고 나서 몇 달간 고생을 했어요... 전 여자 친구에게 매달리던 남자 친구의 모습이 상상이 되고... 자꾸만 너무 힘들다며 제가 헤어지자고 했고 결국엔 헤어졌네요... 왜 저는 쿨하게 넘기지 못했을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신경 쓰이지만 어쩌겠어하고 지나가지 못했을까요? 남들도 이런 이유로 헤어지나요? 바람피운 것도 아닌데.. 제가 마음을 고쳐야겠죠...? 


아무래도 첫 연애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탓이 아닐까? C양이 잘못된 건 아니다 누구라도 다 마음이 아팠을 거고 끙끙 앓았을 거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연애의 경험이 두어 번 더 있어서 "하긴... 나도 그렇게 매달린 적 있었지..."라며 상대의 마음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C양보다는 조금 더 차분히 받아들였을 수 있었을 거다. (그래도 아픈 건 마찬가지) 


C양이 마음을 꼭 고쳐야 하는 건 아니다. 소싯적 아빠에게 "난 아빠랑 결혼할 거야!" 했다가 자연스레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이런 문제는 C양이 꼭 고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순간이 오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첫 연애부터 너무 힘든 경험을 한 것 같아 안쓰럽지만 너무 상처받지는 말자. 이 또한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이해할 수 없어도 자연히 이해될 일이니까. 힘내라 C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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