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묘한 뉘앙스를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내 맘처럼 대화가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리는 자연히 상대방 탓을 하게 된다. "난 말을 하려는데 오빠가 대화를 피해!"라던가 "남자 친구가 잘못한 거 아냐!?" 등의 이유들을 대면서 말이다. 억울한 당신의 입장에서는 잘잘못을 가리고 싶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단은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대화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어떻게 하면 남자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딱 좋다.
평소 나름 남자 친구와 알콩달콩 잘 지내는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트러블이 자꾸 발생하네요... 저는 잘 해보고 싶은데.. 뭔가 자꾸 일만 벌이는 느낌이고... 남자 친구는 자꾸 저랑 대화가 안 통한다고 하고...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 P양
P양의 사연을 읽어 보긴 했는데... 참...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일단 첫 연애에... 조금 독특한 성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트러블이 나는 것 같긴 한데...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나도 사실 좀 난감하다. P양의 대화법의 문제는 잘 타던 흐름을 끊는다는 거다. 일단 P양의 대화를 보자.
남자 친구 : 우리 아기 보고 싶다~ 사진 찍어주라~
P양 : 왜 맨날 나만 찍어? 오빠도 찍어주면 줄게
(매번 나만 사진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자 친구 : 일기에 내 얘기 썼어? ㅎㅎㅎ 사진 찍어서 보여주라~
P양 : 오빠도 내 얘기 일기에 쓴 거 있어? 없어? 에... 그럼 불공평하잖아
(보여주기 좀 그런 것도 있고 나만 보여주는 건...)
P양이 큰 실수를 한 걸까? 물론 아니다. 뭐 대화를 하다 보면 흐름이 끊길 수도 있고 실수로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 문제는 P양은 자기가 분위기를 해치고 맥을 끊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너무 자주 반복하고 있다는 거다.
하... 이 미묘한 뉘앙스를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남자 친구는 P양과 알콩달콩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얘길 한 건데 P양이 갑자기 정색?을 하니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뻘쭘하여지고 민망해지는 거다. 사진 얘기만 해도 그렇다. 남자 친구는 지금 꼭 확인해야겠으니 사진을 제출하라는 뜻이 아니라 "따로 떨어져 있어도 사진이 보고 싶을 만큼 널 좋아해!"라는 뜻인데 대뜸 "왜 오빤 사 진안 줘?"라는 식으로 받아치면... 남자는 당황할 수밖에... "화장도 안 해서 부끄럽단 말이야~ 그렇게 나 보고 싶어~?" 정도로 흘려보내면 딱 좋지 않았을까...?
사실... P양의 경우에는 경험 부족의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닐 거다. 그럴 땐 하나하나 생각하지 말고 남자 친구랑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텍스트에 집중하지 말고 분위기에 집중하자. "달달한 분위기에서는 달달한 얘기만 한다!" 요렇게만 기억해보면 어떨까?
3주 전부터 주말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다른 약속을 잡고 두 번 정도 헤어지자고 했던 남자 친구... 뭔가 촉이 와 서 핸드폰을 보았는데 다른 여자와 만나고 있었더라고요... 저랑은 이제 100일이 좀 넘어가는데 다른 여자랑은 1년이 넘었다고... 심지어 그 여자 말고도 만나지는 않았지만 다른 여자가 더 있었네요... 남자 친구는 그래도 시간이 있다 보니 한 번에는 안될 것 같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네요... 얼마 전까지 같이 결혼식도 가고 친한 친구나 형에게도 저를 소개하여주고 그랬는데...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일까요?
- J양
J양아... 미안한 말이지만... J양이 보낸 카톡을 보면... J양이 바람피운 여자고 다른 여자가 여자 친구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그냥 만난 사이에 무슨 날짜를 세고 그래... 다만 둘이서 하는 대화를 보니 서로 잘 맞지 않아 트러블이 있던 중이었고 그 사이에 J양이 낀 것 같긴 하다.
문제는 그녀 말고도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건데... 솔직히 말하면 현재의 상황은 이게 아닐까? 여자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는 와중에 여러 여자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던 중에 J양과 조금 더 깊은 관계가 된? 지인에게 소개해준 것쯤이야...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니...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선택을 하는 거다. 상황은 깔끔하다. 확실히 J양의 남자 친구는 J양이 바라는 안정된 연애를 함께해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J양이 남자 친구를 사랑하고 헤어질 수 없다면야... 뭐 어쩔 수 없지... 사람들이 죽을걸 알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결말이라도 끝까지 가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