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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an 30. 2018

헤어져놓고 챙겨주는 남자 친구의 심리는? 외 1건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순적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순적이다. 좋다면서 싫어하고 싫다면서도 좋아한다. 이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던가 어떤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당신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당신이 보기에 상대방의 행동이 애매해 보이고 희망고문?을 하는 것 같이 보이는 건 상대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상대의 행동에서 어떤 의미를 끌어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상대는 별 생각이 없다. 어떤 부분은 싫은 거고 또 어떤 부분은 좋기 때문에 그때 그때에 맞게 행동할 뿐이다. 결국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상대가 당신을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 둘 중에 어느 한쪽에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고 상대의 행동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헤어져놓고 친구들에게 저를 잘 챙겨달라고 부탁하네요.

캐나다에서 유학 중에 사귀게 되었고, 남자 친구가 먼저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비록 장거리는 되었지만 남자 친구도 저도 서로에게 충실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요. 하지만 롱디는 역시 어려운 건가 봐요.. 언제부터인가 남자 친구의 연락이 줄어 들어가면서 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남자 친구에게 투정도 부리게 되고 남자 친구는 왜 자꾸 그러냐며 저에게 질려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결국 남자 친구는 헤어지자고 했고 헤어지고 나서 지인들에게 저를 좀 잘 챙겨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하네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친구들이 말해줬어요.) 남자들은 헤어졌고 상대방이 싫지만 그 상대방이 힘들어할까 봐 주변 사람들에게 잘 좀 위로해주라고 부탁도 하고 그러나요..? 한 번만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할 땐 그렇게 싫어하더니... 대체 무슨 심리일까요?

- T양 


남자 친구와 이별을 맞이한 T양에게는 조금 안 된 일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 특별히 어떤 문제가 있는 이별이라던가 둘 사이에 어떤 오해가 있는 그런 이별은 아니다. 장거리 연애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둘 중에 한 명은 마음이 조금 멀어지게 되고 또 한쪽은 그것이 서운하고 또 그 모습을 보며 부담을 느끼다가 결국엔 이별을 말하게 되는 평이한 이별 케이스다. 


T양의 이별이 별것 아니니 그냥 잊고 살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T양의 행동도 남자 친구의 행동도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거다. T양은 사연에서 "이 주 전까지 너무 보고 싶다고 하던 남자 친구가 어떻게 이제와서는 헤어지자고 하는 걸까요?"라고 궁금해하는데 사실 이별이라는 게 그렇다. 상대방이 너무 싫고 혐오스러워서 헤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거의 대부분의 이별은 이런 점은 좋은데 이런 점은 힘들다는 이유로 헤어지게 되는 거다. 


T양의 경우라면 남자 친구는 T양 자체는 좋지만 T양을 볼 수 없는 현상황이 너무 힘들고 지치다 보니 이별을 말하는 것이기에 이 주 전에는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가도 지금은 이별을 말할 수도 있는 거다. 


이러한 맥락으로 T양이 곧 한국 가니 얼굴 보고 얘기하자는 말에는 싫다고 해놓고서 지인들에게는 잘 챙겨주라는 부탁을 한 것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일단 T양이 얼굴을 보고 얘기하자는 건 어쨌든 헤어지지 말자는 이야기이니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논쟁을 더 하고 싶지 않아 거절을 했다가도 그런 자신의 모습에 T양이 상처를 받는 것은 또 마음에 걸리는 거다. 


지금 남자 친구의 마음은 51대 49인 상태인 거다. 만나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는 상황에서 헤어지자는 쪽으로 마음이 조금 기운 상태인 거다. 꼴랑 2의 차이라고 어떻게든 설득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럴 땐 상대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일단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다. T양이 재회를 원한다면 일단은 T양의 생활에 집중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슬쩍 "야! 이별주라도 사줘!"라며 툭하고 연락을 해보도록 하자.  



지금은 신경을 써줄 수가 없어서 두세 달 정도 시간을 달래요.

휴학을 하고 카페 알바를 하다가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어요. 남자 친구는 저와 사귀자마자 주변 지인들에게도 말을 하고 결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다 한 달쯤 되었을 때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걱정이 돼서 약을 챙겨갔는데 남자 친구가 집에 없어서 룸메이트에게 약만 맡기고 돌아왔네요. 

남자 친구는 오후 늦게 가 되어서야 병원에 다녀왔었다고 약 고맙다고 근데 지금 자기에게 너무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며 신경을 써줘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며 두세 달 정도만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알겠다고 고마웠다고 했네요. 아무래도 제가 유학을 갈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 E양

E양은 A4용지 세장에 꽉꽉 자신의 연애에 대해서 채워줬는데 어쨌든 중요한 건 E양과 남자 친구와의 연애는 한 달이라는 거다. 그리고 E양은 "남자 친구가 아무래도 제가 유학을 갈지도 모른다고 말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부담을 느껴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 유학을 안 간다고 꼭 말을 해주고 싶은데..."라고 말을 하는데. 확실한 건 절대로 결단코 E양이 유학을 갈지도 모르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건 아니다. 


정말 E양의 예상처럼 유학 문제였다면 E양이 유학을 가고 나서 트러블이 발생하는 게 맞다. 적어도 유학이 확정되어야 아니 정말 최소한 유학이라는 이야기로 E양과 남자 친구 사이에서 어떤 트러블이 발생을 했었어야 말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정말 남자 친구의 말대로 중요한 시기라서? 이 부분도 말이 안 된다. 이게 꼴랑 한 달인데 한 달 전과 지금 무엇이 그렇게 달라졌나? 또한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하는데 이 말 또한 E양이 남자 친구에게 "왜 나 안 챙겨줘!" 하면서 짜증을 냈다면 모를까... 이 또한 말이 안 된다. 


그러면 대체 무엇인가!? 이러한 이별을 나는 연애 반품이라고 부르는데, 처음 생각했던 연애와 뭔가 다름을 느낄 때 발생한다. 처음에는 잘해보고자 연애를 시작하지만 뭔가 어색하고 생각했던 것만큼 마음이 올라가지 않을 때 며칠 정도 애써보다 결국엔 포기해버리는 이별이다. 


E양의 경우라면 카페 알바를 하는 E양을 보고 마음에 들어 연애를 시작은 했지만 뭔가 어색한 거다. 이렇게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백화점에서 "오!? 이거다!" 하고 셔츠를 사 왔는데 집에 와서 입어보니 뭔가 핏도 이상하고 색감도 뭔가 맘에 안 드는 거다. 결국 환불을 하게 되는데, 중요한 건 셔츠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셔츠를 구매한 사람도 환불을 하려고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었다는 거다. 


안타깝지만 E양의 마음을 더 이상 키워서는 안 될 것 같다. E양이 "역시... 유학 때문인가...?"와 같은 진지한 느낌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남자 친구는 더 부담스러워할 뿐이다. 마음은 아프지만 "한여름밤의 꿈이었구나..." 정도의 느낌으로 흘려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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