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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Feb 01. 2018

왜 당신의 연애는 달라지지 않을까?

저도 달라지고 싶어요!

상담을 하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을 꼽으라면 당연히 "저도 달라지고 싶어요!"일 거다. "저도 좀 더 활발한 성격을 갖고 싶어요!", "남자 친구에게 사소한 일로 화를 내며 연애를 망치고 싶지 않아요!", "저도 좀 똑똑하게 연애하고 싶어요!" 등등 지금과 다른 자신으로 변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그때마다 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변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다만 그렇게 변하기가 두려운 거죠."라고 말이다.


철학자 :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생활양식을 선택한다네. 지금, 이렇게 무릎을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이 순간에도 선택을 하지. 자네는 자신이 불행한 사람이라고 했어. 지금 당장 변하고 싶다고, 심지어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하소연했네. 그럼에도 왜 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네가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겠다고 끊임없이 결심해왔기 때문이지.
청년 : 아니, 도저히 갈피를 못 잡겠네요. 저는 변하고 싶어요. 이는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진심입니다. 왜 변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겠어요?
철학자 : 조금 불편하고 부자유스럽긴 해도, 지금의 생활양식에 익숙해져서 이대로 변하지 않고 사는 것이 더 편하니까. '이대로의 나'로 살아간다면 눈앞에 닥친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경험을 통해 추측할 수 있어. 비유하자면 오래 탄 차를 운전하는 상태인 거네. 다소 덜거덕거려도 차의 상채를 고려해가며 몰면 되지. 하지만 새로운 생활양식을 선택하면 새로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서 불안한 삶을 살게 되지. 더 힘들고, 더 불행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즉 인간은 이런저런 불만이 있더라도 '이대로의 나'로 사는 편이 편하고, 안심되는 거지.
청년 : 변하고는 싶지만 변하는 것이 두렵다?
철학자 : 생활양식을 바꾸려고 할 때, 우리는 큰 '용기'가 있어야 하네. 변함으로써 생기는 '불안'을 선택할 것이냐, 변하지 않아서 따르는 '불만'을 선택할 것이냐. 분명 자네는 후자를 택할 테지.
- 미움받을 용기 中,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지 않겠다'라고 결심한다,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철학자의 말이 어렵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한 달에 한번 정도 주최하고 있는 파티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붙잡고 "연애를 좀 더 잘하고 싶다" 라던가 "좀 더 활발한 성격이 되고 싶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자. 내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 방법을 몰라서 물어보는 것일까? 한번 생각해봐라. 당신은 활발하게 이성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모르는가? 


인터넷에 떠도는 숱한 연애 글과 경험담을 떠나서라도 당신의 주위에 한 명쯤은 연애를 좀 하는 지인이 있을 거다. 방법은 언제나 당신 주위에 널려 있다. 문제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당신이 변하고 싶지 않은 거다. 

소극적인 사람들은 말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은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하기가 싫은 거다. 소극적인 연애방식을 유지하면 주말에 심심하고 각종 기념일엔 좀 외롭긴 하지만 괜히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창피를 당할 일이 없다. 


쉽게 말해 소극적인 사람은 적극적으로 이성에게 다가가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또 이성과 좀 더 가까워지길 원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행동했다가 창피를 당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말로는 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엔 소극적인 자신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이별한 남자 친구 때문에 내게 상담을 요청한 쇼핑몰을 운영준인 I양은 내게 말했다. "바로님, 남자 친구를 잡고 싶은 것도 있지만 매번 사소한 일로 남자 친구에게 화를 내다가 연애를 망치고 그러는데 감정 조절을 잘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해줬다. "방법을 왜 몰라요. 본인은 다 알고 있어요. 다만 본인이 그렇게 하기가 싫은 거죠."  


I양은 정말 방법을 모를까? 화가 날 때 잠깐 대화를 멈추고 심호흡을 할 수도 있고, 웹툰이라도 보며 흥분한 감정을 추스를 수도 있고, "그래...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걸 거야"하면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볼 수 도 있다. 


문제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다. 뭔가 상대에게 불만이 있는 상황에서 참고 넘어가려고 할 때 자꾸만 불안한 거다. "그냥 넘어가면 자기가 잘못한 것도 모르면 어쩌지?", "화를 안내면 다음에 또 이러지 않을까?", "여기서 화를 내지 않으면 나를 만만하게 볼지도 몰라!" 따위의 생각들이 들면서 화를 내는 쪽을 택하는 거다. 


나 또한 똑같은 불안함을 겪었다. 왕년에 독설가 소리 좀 들어본 터라. 여자 친구와 트러블이 생기면 여자 친구의 잘못을 일깨워주고? 따끔하게 혼을? 내줬다. 그러다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분노에서 이해로 넘어가고자 했을 때 I양처럼 불안했다. "내가 큰소리를 치지 않으면 내가 지는 거 아닌가?", "지금 확실히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확실히 깨닫지 않을까?", "이러다가 나만 상처받는 것 아닐까?" 따위의 생각이 들며 자꾸만 화를 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시도를 해봤다. 화가 나도 목소리를 낮추고, 최대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다 이유가 있겠지"라고도 생각했다. 물론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도 있었고, 때론 나중에 속았다는 생각도 든 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화를 내고 후회하던 나보다는 지금의 나에 더욱 만족하고 있다. 


내 말을 가만히 듣던 I양이 "근데... 바로님 말씀처럼 화를 안 내고 이해했을 때 달라지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화를 안내면 남자 친구가 나를 우습게 볼 수도 있긴 하잖아요."라고 말하길래 나는 이렇게 말해줬다. "그 문제는 내가 화를 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을 내가 선택한 탓이 아닐까요?" 


변한다는 건 어쩔 수 없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당신이 변하고 싶은 모습이 현재와 갭이 크면 클수록 그 불안은 더더욱 심한 게 당연한 거다. 물론 당신이 꼭 변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건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변하는 것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렵든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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