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하지 말자. 모든 건 내 선택이니까!
뭔가 관계가 애매하고 답답하다면 그 원인은 절대로 상대방이 애매하게 행동해서가 아니다. 뭔가 애매하다면 그건 나 자신이 아닌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뭔가 아쉬우니 자꾸만 스스로 희망고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뭐지!? 대체 왜 나한테 이래!"라는 생각이 든다면 스스로에게 말해라. "xx아 남 탓하지 말자. 모든 건 내 선택이니까!"라고 말이다.
헤어진 남자 친구와 애매한 관계가 되었어요. 어쩌죠?
몇 해전 무도회장에서 남자 친구를 처음 만났어요. 사실 저는 돌싱인지라 결혼 생각도 없었고 그냥 가볍게 만나보자~ 정도의 생각이었죠. 남자 친구 역시 그다지 제 스타일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남자 친구의 헌신적인 모습에 마음이 조금씩 깊어지기 시작했네요... 그러다 남자 친구의 핸드폰을 봤는데 자주 나가는 동호회에 알고 보니 여자 멤버들도 꽤나 많더라고요. 저는 분노했고 제가 봐도 정신 나간 사람처럼 화를 내고 결국 헤어졌어요.
그러다 한 달 후 연락할 일이 있어서 잠깐 봤는데 아닌 것 같아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후 그의 생일에 제가 연락을 하고 또 제 생일에 연락이 오고 그러다 또 만나게 되었는데 좀 더 멋져진 것 같고 좋더라고요. 그런데 그 뒤 연락이 없기에 제가 만나자고 해서 만난 자리에서 그땐 내가 오해를 한 것 같다 괜찮다면 다시 시작해보자 했지만 별 말이 없었고 제가 답답해서 확신도 없는 거 절대 연락 말라고 했네요. 그리고 얼마 후 제가 차단되어있는 걸 확인하고 차단은 하지 말라고 했더니 잠깐 보자기에 나갔어요. 그런데 또 핸드폰을 보니 그 사이 다른 여자들하고 아주 난리가 났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는 연락 말라고 했는데 그리고 한 달 후에...
- Y양
Y양은 대체 어느 지점에서 애매하다는 걸까? 아마도... 왜 만나면서 여자 멤버들이 있는 동호회에 나갔으며, 또 헤어져 놓고 확실히 끊지 않고 연락을 하거나 연락을 받아주느냐 뭐 이 정도의 지점 같은데...
음... 과연 Y양의 남자 친구가 애매하게 행동하는 걸까? 내가 보기엔... 가볍게 만날 생각을 했다가 남자 친구의 행동에 푹 빠졌다가 남자 친구가 여자 멤버가 많은 동호회에 나간다는 것을 알고 불같이 화를 냈다가 또 블라블라~ 감정에 휩쓸리며 이랬다 저랬다 한건 Y양 같은데 말이다.
Y양의 남자 친구가 좋은 남자 친구라는 소리가 아니다. 다만 Y양을 흔드는 건 남자 친구가 아니라 (구) 자연농원의 티익스프레스보다 더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Y양의 감정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지금 Y양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남자 친구가 예전처럼 Y양에게 헌신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매우 힘들다.
Y양의 남자 친구는 Y양이 처음 바랬던 것처럼 가벼운 만남을 꾸준히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Y양만 너무 감정적이다 보니 Y양이 보고 싶은걸 참다 참다 연락을 하면 남자 친구는 만나주고 또 Y양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에 상처를 받고 또 혼자 불같이 화를 내다가 얼마 지나 또 연락을 하는 것의 반복일 확률이 높다.
지금 Y양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 친구가 좋긴 한데 남자 친구가 내 맘대로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Y양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벗어나는 방법 또한 간단하다. 남자 친구가 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인정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Y양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Y양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결국엔 또 자신에게 연락할 것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다. 그런데 남자 친구가 Y양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일단은 Y양의 입장을 확실히 정하자. 그러고 나면 나머지는 생각보다 술술 풀릴 거다.
저보다 조건도 안 좋은 나쁜 남자가 너무 좋아요.
6개월 정도 만난 남자 친구와 헤어졌네요... 애까지 딸린 돌싱에 나이도 많은데 알고 보니 저를 만나기 전에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도 있더라고요. 제가 모른 척 남자 친구에게 친구가 오빠랑 다른 여자랑 카페에서 나오는 걸 봤다고 누구냐고 물었는데 남자 친구는 네가 본 것도 아니면서 왜 의심을 하냐고 난리더라고요. 주변에서는 네가 왜 그런 남자를 만나냐고 난리였었는데... 문제는 그 나쁜 X을 잊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아직도 카톡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데... 목소리라도 듣고 싶고... 진짜 제 인생에서 바닥을 치고 있는 느낌이에요. 참 바보 같죠? 진흙탕인 줄 뻔히 알면서 스스로 빠져들고 있네요... 저 어떡해야 할까요?
- C양
C양아 갯벌에서 발이 빠지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은 갯벌에 다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당황해서 빨리 발을 빼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갯벌은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욱 깊숙하게 빠지게 된다. 갯벌에 다리가 깊게 빠졌다면 당황하지 않고 한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나머지 다리를 탈탈 털어내듯이 천천히 들어 올려야 한다. 양쪽 다리를 한 번에 빼내려고 하면 양쪽 다리 모두 깊게 빠져버리지만 한쪽 다리를 먼저 빼고 빼낸다리로 무릎을 꿇고 나머지 다리도 똑같이 탈탈 털듯이 들어 올리면 신기하게 금방 쑥! 빠진다.
C양의 상황은 C양이 말한 것처럼 진흙탕에 스스로 빠져들고 있는 꼴이다. 조건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신뢰도 없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스스로의 상황이 한심해 보이고 불쾌해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고 싶지만 발버둥 칠수록 남자 친구에게 더 빠지고 있다. 이건 절대로 C양의 남자 친구가 마성의 남자여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C양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워서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C양이 정녕 현재의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남자 친구를 나쁜 남자라던가 조건이 좋지 않은 남자라며 미워하는 마음을 내려놓도록 하자. 쿨하게 인정하자. "조건은 좋지 않을지언정 내가 이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남자 친구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말고 아침드라마를 보듯이 멍하니 지켜보자.
지금 C양이 이 상황에 벗어나지 못하는 건 남자 친구를 나쁜 XX라며 빨리 헤어지고 싶으면서도 뭔가 찝찝하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인간은 언제나 어떤 상황에 놓이든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C양의 경우라면 나쁜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상태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거다.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쿨하게 "그래 내가 조건도 안 좋은 나쁜 XX를 좋아하는구나!"하고 인정을 하게 되면 불필요하게 혼란스럽지 않고 현실을 보다 직시하게 될 것이다.
갯벌에서 한쪽 발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건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다. 양쪽 다 빼내려고 발버둥을 치는데도 푹푹 빠져들어가는 게 한쪽에 무게중심을 두었다가 완전히 푹 빠져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한쪽에 무게중심을 두면 다른 한쪽이 자유로워진 다는 걸 명심하자.
C양이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한다고 나쁜 남자에게 더 푹 빠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현재 C양이 처한 상황에 더 객관적일 수가 있다. 빨리 빼내려고 발버둥 치지 마라 조금 더 빠지더라도 천천히 빼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