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 때문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가끔 나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바보 같은 선택을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임자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그렇다. 임자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말해주고 싶은 건 당신이 원하는 게 정말 그 사람인지 아니면 당신에게 결핍되어있는 어떤 감정 때문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임자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어쩌죠?
오래전에 저를 좋아했던 남자가 있었어요. 저는 당시에는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부담스러워서 차단을 했었죠. 그렇게 한참이 지나 그에게 연락이 왔는데 여자 친구가 생겼더라고요. 그것도 조금 오래된, 어쩌다 보니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서로 지난 시간들을 아쉬워하며 진작 만날걸 그랬다며 애매한 관계가 시작되었죠...
그는 여자 친구와 있을 때에는 연락을 잘 못할 거라고 말을 했어요. 저는 쿨하게 괜찮다고 했고요. 그런데 정말 연락이 없는 모습에 괜히 화가 나고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럴 거면 차라리 연락하지 말라고 다그치게 되더라고요. 결국 그는 요즘 일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시간을 좀 갖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이럴 거면 친구로라도 지내자고 했는데 그 이후로는 연락이 없네요... 혹시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를 보고 얘기하면 눈물이 날 것 같고... 그냥 가끔 연락하고 만나기만 해도 괜찮은데...
- 임자 있는 남자 때문에 고민인 K양
내게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사연의 보따리를 풀어놓곤 하는데 나는 조금 듣다가 이렇게 말해준다. "근데 참... 연애라는 게 재미있어요... 아까 처음 만났을 때 어땠었다고 했죠?" 다들 하나 같이 "별로였다" 혹은 "별생각 없었다"라고 했으면서 얼마나 지났고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다고 갑자기 죽고 못 사는 연애가 돼버린 걸까?
K양의 사연만 해도 그렇다. 분명 처음에는 별로였고 부담스러워서 차단까지 했었고 가끔 연락이 와도 대답도 안 했던 K양이었는데, 첫 만남 이후 갑자기 "괜찮아 사랑이야"가 된 이유가 뭘까? 이제야 타이밍이 맞아서?
나는 임자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에 대해 K양을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생기다 보니 때론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일들을 하게 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것에 대해 너무 몰입하면서 이건 "사랑이야!"라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처음엔 차단하고 또 가끔 오던 연락을 무참히 무시했던 사람이지 않은가? 그런데 갑자기 사랑이라는 건 맥락상 맞지가 않다. 내가 만약 K양이었다면 끌리는 마음에 만남을 갖더라도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요즘 내가 외롭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나 보구나..."라고 말이다.
임자 있는 남자를 만나는 건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니 해선 안된다며 K양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K양의 편에서 생각하며 K양에게 묻는 거다. "K양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봐"라고 말이다. 감히 말을 하자면 K양에게 필요한 건 오래전 K양을 따라다니던 남자가 아니라 K양과 편하게 소통하고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아닐까?
당장 벗어나지 못한다면 억지로 끊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게 정말 필요한 건 뭘까?"라고 말이다.
5년 후 만나기로 했는데 이제 1년이 남았어요.
4년 전쯤 저는 남자 친구가 있었고 반년 정도 정말 뜨거운 연애를 했어요. 성격차이는 있었지만 크게 다투지도 않았고요... 그러다가 말씀드리기는 곤란한 어떤 외적 요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고 5년 후에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 헤어지게 되었죠.
연락을 안 하고 지내다가 지난 크리스마스에 잘 지내냐고 연락이 왔었는데 저는 잘 지낸다고 말을 했더니 연락이 없더라고요. (이 남자가 원래 워낙 성격이 소심하고 말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최근에 또 연락이 와서 한참 연락을 하다가 그가 오랜만에 연락하니 좋았다고 기회 되면 한번 보자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예의상 하는 얘기겠거니 했겠지만 사귈 때부터 워낙 무뚝뚝하고 친구랑도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괜히 신경이 쓰이고 그러네요... 저는 남은 1년을 기다리면 될까요? 그리고 1년 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길 해야 할까요?
- 한 남자를 5년 기다리기로 한 M양
사연을 다짜고짜 이렇게 보내면 참... 난감하다... 무슨 일로 헤어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M양도 남자 친구도 보통 차원의 사람은 아닌듯하다. 나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생각을 가진 사람의 연애다 보니 다소 조언이 어렵지만 객관적인 사실만 가지고 이야길 해보자면 이렇다. "지금 M양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5년 후에 다시 만나자고 헤어지는 것도 납득이 어렵지만, 자기가 연락을 했다가 대꾸도 없는 것조차 "원래 성격이 소심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어서..."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사람이라면 이 관계는 쌍방이 소통하고 있는 관계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관계이며 주도권은 당연히 상대 쪽에 모두 가있는데 이걸 M양이 뭘 어쩔 수 있을까?
물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다시 연락이 닿아 연애를 시작하는 건 모르겠다만... 5년이라는 약속 하나만 믿고 진짜 5년을 독수공방 하며 기다리는 건... 글쎄다... 해서는 안될 일은 아니겠다만 내 지인이라면 절대 그냥 두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M양의 사랑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다만 사랑을 위해 기다린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다고나 할까? "왜 기다리냐 다른 남자 만나라!"라는 게 아니라 M양의 삶에 집중하다가 어느덧 시간이 되어 만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외롭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면 그건 또 그대로 의미 있는 만남이지는 않을까? 기다릴까? 말까?를 생각하기보다 보다 M양의 삶에 집중하는 M양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