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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y 05. 2018

남자 친구가 권태기인 것 같은데 어떡하죠?

이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야

사람이 괴로운 건 혼란스러울 때다 오히려 뭔가 확신이 섰을 때에는 주저할 이유도 없고 괴롭지도 않다. 상대가 권태기에 빠진 것 같다고 한다면 "우리 노력하면 괜찮을 거야!"가 아니라 "이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야"라고 말을 해줘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전처럼 불타오를 수 있도록 억지 노력을 하기보다 열정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대신 그 기간 동안 함께 이뤄온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저희는 좀 남녀가 뒤바뀐 커플이에요.

저희 커플은 이제 곧 1000일을 앞둔 커플입니다. 저는 약간 남자같이 털털하고 무뚝뚝하다면 남자 친구는 조금 예민하고 수다스러운 여성스러운 뭔가 남녀가 뒤바뀐 커플 같아요. 1000일 동안 별 문제가 없었고 서로 큰 다툼 없이 정말 잘 만나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남자 친구에겐 그게 아니었나 봐요... 


지금 까지 상담을 해오며 느낀 것인데 3년 이상의 장기 연애를 하는 경우에는 여자 쪽이 덜 예민한 경우가 많았다. Y양은 뭔가 자신의 그런 무던한 성격이 무료한 연애를 야기했고 결국 권태기로 이어졌다고 생각을 하고 자책을 하지만 내가 보기엔 Y양의 그런 무던한 성격 덕에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별 탈 없이 연애를 잘 이끌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뭔가 잘못해서 노화가 오는 것이 아닌 것처럼 권태기는 뭔가 잘못했다고 오는 게 아니다. 권태기나 노화나 시간이 지나면 매달 10일마다 날아오는 카드고지서처럼 당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사귄 지 3개월 만에 권태기가 왔다면 또 모를까, 사귄 지 3년 만에 온 권태기라면 올 때가 되어서 온 것뿐 누구의 잘못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당황하지 말자, 지금껏 연애를 잘 이끌어 온 것도 Y양이 무던했던 탓인데 이제 와서 호들갑을 떨면 더 당황하는 건 Y양의 남자 친구이고 이는 곧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아..."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남자 친구가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어요...

몇 달 전 남자 친구가 갑자기 헤어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귀찮다 이대로 만나면 결혼할 것 같은데 내가 지금도 사랑에 의심이 드는데 너만 바라보고 살 수 있을까에 확신이 안 든다... 이랬어요... 저는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힘들면 그럴 수 있다며 아무 말 없이 잡았고 서로 노력해보기로 했어요. 그러다 한 달 후쯤 남자 친구는 또 헤어지자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알았다고 나도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겠다니까 두 시간을 엉엉 울더라고요... 


권태기에 대한 Y양의 대처에 점수를 주자면 한... 75점쯤 될까? 일단 남자 친구의 이별통보에 호들갑을 떨지 않고 차분히 대응한 것은 정말 잘했다. 만약 그 상황에서 Y양이 호들갑을 떨며 남자 친구를 붙잡았다면 남자 친구는 더 세게 Y양을 밀어냈을 것이 뻔하고 Y양은 더 매달리는 악순환에 빠졌을 테니 말이다. 


다만 아쉬운 건 차분하게 대응한 것까지는 잘했으나 남자 친구의 행동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노력하자고 결말을 내린 것이다. 


남자 친구는 Y양이 싫은 것이 아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권태기가 찾아온 것에 대해 혼란스러운 거다. 연애를 단순히 가슴설 레고 뜨거운 것으로만 생각했다면 Y양의 연애는 이쯤에서 그만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권태기는 노화처럼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무엇보다 권태기는 열정이 사라진 상황이라기보다 열정이 익숙함과 신뢰로 변화해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 


결국 지금 남자 친구가 혼란스러워하는 건 열정만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열정이 익숙함과 신뢰로 변해버리니 과연 이것이 사랑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운 거다. 열정이 자연스레 익숙함과 신뢰로 변했는데 어떤 노력을 한다고 첫 만남 그때의 열정이 되돌아올까?  



남자 친구가 언제 헤어지자고 할지 너무 불안해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요... 그의 표정과 말투 하나하나에 예민해지고 생각도 많아지네요... 예전처럼의 설렘은 아니더라도 오래 만난 커플들이 느끼는 다른 무언가가 우리에게도 생길 거라는 마음으로 관계를 겨우 이어나가고 있어요... 이렇게 만나는 건 소비인 것 같다는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그 친구를 그리고 그 친구를 이해해주고 헤어지라고 저를 나무라는 친구들 때문에 너무 힘이 드네요... 남자 친구가 저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Y양이 가장 빨리 해야 하는 건 권태기에 대해 Y양과 남자 친구 모두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여유가 좀 된 다면 남자 친구에게 익숙함과 신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들을 어필해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남자 친구와 식당에 가도 남자 친구가 "난 까르보나라!"하면 Y양은 "난 까르보나라 느끼해서 싫었는데 너랑 자꾸 먹다 보니까 좋아하게 된 것 같아!"라고 한다던가 남자 친구가 "나 오늘 친구들이랑 한잔 할 것 같아~"하면 "예전엔 괜히 걱정되고 그랬는데 요즘은 믿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밖에도 평소 시도 때도 없이 따뜻해, 믿음, 익숙함, 편해, 잘 맞아 등등 긍정적인 단어들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한다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Y양 자신이 현재의 상황을 위기의 상황이라며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Y양이 헤어질까 두려워 남자 친구의 눈치를 본다면 남자 친구는 그것을 보고 "아... 역시... 내가 Y양을 힘들게 하고 있어..."라며 더욱 이별을 앞당기려 할 것이다. 


누차 말하지만 권태기는 누구에게나 온다. 그것을 극복하느냐 극복하지 못하느냐의 차이는 권태기를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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