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상황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집중하자.
우리는 어떤 상황에 봉착하면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물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보다 긍정적인 상황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때론 원인을 만들어 내면서 부정적인 상황에 눌러앉아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상황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집중하자.
저는 제가 대인기피 증인 줄 알았어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별 탈이 없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사춘기가 되면서 제 스스로가 대인기피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많은 이성들과 함께 할 때 식은땀이 흐르고 호흡이 가빠지곤 했었거든요. 이후 남중 남고 공대 군대의 테크를 타며 그런 성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어요. 그러다 최근 심리 상담을 받아다가 알게 되었는데 제가 대인기피증이 아니었더라고요...
당신은 왜 모태솔로인가요?라고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M군과 비슷한 이야길 한다. "남중 남고 공대를 나와서요...", "제가 좀 소심해서요...", "제가 못생겨서요." 등등... 물론 그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이성을 대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을 만한 일들임에도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반드시 이성을 대하는 것이 어렵게 하는 건 아니다. 모쏠 테크를 타고도 바람둥이인 사람, 소심하지만 주변에 이성이 많은 사람, 못생겨도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굳이 이야길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M군의 가장 큰 문제는 못생겨서가 아니라 스스로 대인기피증이라고 진단을 하고 스스로를 규정지어버린 것이다. 많은 이성 앞에서는 누구나 떨린다. 특히 사춘기라면 더더욱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그것 좀 떨렸다고 스스로를 대인기피증이라고 규정지어버리니 그 이후 당황스럽거나 불안한 상황이 닥치면 언제나 "난 대인기피증이니까..."라며 뒤로 숨어버리는 거다.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그것을 방패 삼지 마라. 용기를 내서 이성에게 다가가라는 게 아니다. 단지 스스로를 이성에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짓지 말라는 거다.
이제는 이성을 대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이 사실을 친한 친구 몇 명에게 알리고 소개팅을 받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여자 친구는 사귀고 싶은데 막상 소개팅을 하자니 싫고 바쁘고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꿈속에서는 외국에 있을 때 썸이 있었던 애를 비롯해서 그냥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러다 이번해 문득 올해 안에 여자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 정말 끝일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노력을 하려고 하는데 저에게 콤플렉스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신경 안 쓴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고쳐지지가 않네요. 부디 저의 이런 상황을 알아주시고 저를 꾸짖어 주시고, 자신감을 넣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헛소린가? 왜 다른 사람이 신경을 안 쓸까? 못생기면 못생겨서 싫고, 이성 앞에서 어버버하고 있으면 찌질 해 보이지 어떤 사람이 신경을 안 쓸까? 그렇게 말하는 M군은 뭐 어떤 여자든 다 똑같이 예쁘고 다 똑같이 매력 있다고 느끼나? 사람이라는 게 다들 호불호라는 게 있고 그것에 따라 타인을 평가하는 건 당연한 거다. 내가 못났다? 그러면 못난 평가를 받는 거다.
그리고 자신감을 넣어달라? 그건 또 무슨 괴변인가? 내가 "M군.... 힘내요! M군은 순수한 마음이 있으니 분명 좋은 여자는 알아봐 줄 거야!"이렇게 말하면 M군이 갑자기 자신감이 샘솟고 막 여러 여자들에게 대시를 받고 그럴까?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M군은 바보가 아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칭찬을 하고 위로를 해줘 봐야 그 말이 M군의 마음 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왜냐? M군도 눈이 있고 그동안 느낀 게 있을 테니 말이다.
뭔가... 위로를 받고자 하는 M군에게 비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금 M군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나는 M군과 비슷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해야 하죠?"
그렇지 않나? 왜 다른 사람들이 M군을 좋아해야 할까? M군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좋아하고 전부 사랑받을 사람이라고 보는가? 정말? 그럼 달리 말해보자. M군은 다른 사람들을 보며 한 명 한 명 "진짜 못생겼다! 혐오스러워!", "성격이 왜 이렇게 지질해? 진짜 진상이다!", "뭐야! 왜 쟤 따위가 날 쳐다봐!? 불쾌해!?"라고 생각하는가?
아들러 심리학에는 '자기 수용'이라는 용어가 있다. 쉽게 말하면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다. M군은 "제가 숫기 없고 못생겨서 아무도 저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을 하는데 자기 수용은 그렇게 비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또 "저는 숫기 없고 못생겼지만 분명 진심은 통할 거예요!"라고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게 아니다. 자기 수용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거다. "저는 숫기 없고 못생겼어요."이렇게 말이다.
자기 수용은 간단하지만 어렵고, 또 어려운 만큼 M군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M군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굳이 이성 앞에서 어려워할 필요가 없다. 못생긴 게 잘못도 아니고! 상대가 M군이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의 취향이지 M군의 잘못은 아니니 말이다. 또한 M군의 취향이 있듯 상대의 취향도 있는 것이니 그것은 존중해주면 그만이다.
노력할 필요도 없고 용기를 낼 필요도 없다. 오늘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할 때 가만히 거울을 보자. 그리고 "너무 못생겼어!"라던가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따위의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또 받아들이자. 억지로 용기 낼 거 없다. "아...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정도면 된다.
자기 수용이 어느 정도의 단계에 이르면 적어도 이성 앞에서 바보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을 거다. 예를 들면 엄마 앞에서 얼굴을 붉히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어차피 M군이 유혹해야 할 여자는 딱 한 명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