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든지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꼭 명심해야 한
내가 상담을 하며 항상 강조하는 건 우리는 뭐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헤어질 수 있고, 또 내가 마음에 들면 노력할 수 있다. 그것이 실제로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언제든지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꼭 명심해야 한다.
전 남자 친구가 바람둥이여서 제가 좀 민감해요.
4번 정도 연애를 했는데 3번째 만난 남자 친구가 나쁜 남자에 바람둥이였고 엄청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지금 남자 친구와는 1년 정도 잘 만나다가 결혼을 약속했었는데 우연히 저의 핸드폰을 보다가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와 나눈 문자를 보게 되었어요. 그냥 안부 정도의 별 내용은 아니었지만 저와 교제하고 있을 때의 연락이라 제가 심하게 추궁을 했고 남자 친구는 차분히 설명을 해줬죠. 일단 넘어가기로 했는데 며칠 후 비슷한 흔적을 발견하고 결혼 준비를 다 취소하고 헤어지자고 했어요. 아무래도 이전 연애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서... 하지만 막상 헤어지고 나니 후회가 되더라고요...
하... 정말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야길 하자면... 다소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트라우마는 어디까지나 K양의 몫이다. 전 남자 친구 때문에 어떤 상처가 받았고 힘들었든 그것은 지금 남자 친구와는 무관한다. 물론 의심스럽고 괴로운 부분은 함께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 필요는 있겠지만 전 연애의 트라우마 때문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며 심하게 추궁을 하는 게 합리화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남자 친구의 어떤 행동 때문에 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이별을 말하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다. 감정적인 선택은 언제나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오고 그 피해는 K양이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영화 '인턴'에서 벤은 자신의 상사인 줄스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게 된다. 벤은 이것을 줄스에게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 줄스와 함께 출장을 가게 된다. 그날 밤 줄스는 벤에게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린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줄스의 행동이 바보 같아 보일지 모른다. "아니!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모른 척할 수가 있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줄스는 바보가 아니라 현명한 것이다. 당장 감정적으로 행동을 했다가 나중에 후회를 하느니 확신이 설 때까지는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볼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한 것 아닐까?
당장 K양의 경우만 보자. "아니! 어떻게 나랑 사귀는 초기에 전 여자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어!?"라고 발끈해서 헤어졌다가 "그래도... 별 내용 아니긴 했는데..."라며 후회를 하고 있지 않은가? 헤어지고 결혼을 취소한 게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이성적으로 고민을 해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
또 전 여자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가 남자 친구가 잠수를 탔어요...
일단은 화해를 하고 결혼문제는 좀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후 남자 친구는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저는 저와의 결혼을 자꾸 미루는 남자 친구의 태도에 불만이었죠... 전 여자 친구 문제도 그랬지만 결혼을 미루는 게 더 불만이었어요. 그러다 얼마 전에 제가 다시 전 여자 친구 이야길 꺼냈더니 "그 문제 때문에 결혼도 취소하고 헤어지자더니 또 그 얘기야? 제발 그만해 평생 그 얘기할 거야?"라고 하더니 그날부터 잠수를 탔어요... 전화도 안 받고 카톡은 읽지만 대답이 없네요... 저도 지금은 연락을 중단한 상황인데... 이거 잠수 이별인가요? 아니면 생각 중인 걸까요? 지금까지 4번 연애하며 3번을 잠수 타는 것 때문에 힘들었는데...
나는 K양이 좀 더 신중하고 주체적인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 결혼 준비까지 다 취소해놓고 헤어지자고 하더니... 결혼을 미루는 게 불만이라는 것도 참 그렇지만... 상대가 다른 일로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지난 일까지 들춰가며 신경을 긁는 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뭐랄까... 너무 그때그때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지... 지금 K양의 걱정은 이것이 단순히 생각뿐인지 아니면 잠수 이별로 이어질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글쎄다... 내가 보기엔 지금 당장 잠수 이별인지 아니면 생각 중인지를 고민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내 상담사례들로 비춰봤을 때 K양처럼 그때그때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경우에는 그 끝이 결혼보다는 이별, 그것도 엄청 후회하는 이별인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말이다....
어쩌면 K양은, "그래도! 안부뿐이긴 하지만 전 여자 친구 하고 연락한 건 잘못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나이도 있는데 결혼을 자꾸 미루는 것도 배려가 없는 거죠!"라고 말을 할지 모르겠다. 앞서 말했지만 나도 K양의 행동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K양의 논리 대로라면 "안부 좀 나눈 걸로 결혼 준비 다 취소하고 또 후회한다 해놓고 뻔히 회사일로 힘들어하는 거 알면서 또 전 여자 친구 얘길 꺼내는 여자랑 어떻게 평생 살아요!?"도 맞는 얘길 것 같은데...
반성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남자 친구에게 연락이 없는 동안 가만히 앉아서 K양의 연애를 한 번쯤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4번의 연애 중 3명의 남자가 잠수를 탔었다면... 충분히 스스로의 연애를 되돌아볼만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일단 K양의 어떤 점이 잠수를 타게 만드는지 K양이 좀 느껴야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