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 연애에 대해 하소연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왜?"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한다. 왜?라는 생각을 하면 결국엔 "난 괜찮은데 상대방이 이상한 거야!"혹은 "상대방이 날 배려하지 않는 나쁜 사람인 거야!"에 도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라고 생각해보자. 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에게 중요한 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달성하느냐일 테니 말이다.
남자 친구가 결혼을 자꾸 미뤄요.
남자 친구가 결혼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스물아홉이고, 남자 친구는 서른 하나예요. 결혼 적령기이기도 하고, 만난 지 삼 년이나 돼서,, 결혼 얘기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요, 제가 얘기만 꺼내면 자꾸 이런저런 핑계를 대더라고요... 그럼 결혼해도 괜찮을 때는 언제냐고 했더니요, 이년만 기다려 달라네요. 저는 빨리 결혼하고 싶거든요. 아직 책임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걸까요? 아니,, 그러고 싶을 만큼 저를 사랑하지는 않는 걸까요? 정말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 태경이 미오님
태경이 미오님과 비슷한 사연을 참 많이 접하게 되는데요. 여자 친구의 입장에서는 상황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분명히 결혼 얘기가 충분히 나올 때가 되었음에도 확실한 얘기는커녕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라는 막연한 얘기만 하는 남자가 절대로 좋게 보일 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놀랍게도 많은 경우 남자들이 자신의 결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저의 경우만 해도 최근 결혼을 결심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 한 커플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얘길 하더라고요. “나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어...”
일반적으로 생각을 하면 두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고 함께 결혼을 그리며 착실히 준비한 끝에 결혼에 골인해야 맞겠지만 현실적으론 뭐랄까요. 연애는 남자가 시작하지만 연애를 하며 자연스럽게 결혼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상대 부모님과의 면접에 합격하면 양가 부모님들께서 결혼을 확정 짓는 뉘앙스더라고요.
처음에는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경우 남자들은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이 해결하려고 하지만 예전과 달리 결혼을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잖아요. 그러다 보니 단순히 결혼에 필요한 각종 비용과 절차들이 남자의 입장에서는 막연히 어렵고 힘든 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차분히 일을 진행하기보다 막연히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태경이 미오님께서 해야 할 일은 간단해요. 막연히 결혼에 대해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남자 친구를 붙들고 설득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설득의 타깃을 남자 친구의 부모님으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 3년 정도 만나셨다니 명절에 작은 선물부터 시작해서 가벼운 식사는 함께 하셨을 텐데. 지금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남자 친구의 부모님을 공략? 해보는 거죠. 결국 태경이 미오님께서 들어야 할 말은 “미오야 결혼해줘...”가 아니라 “미오네 부모님 하고도 언제 한번 식사해야 할 텐데 말이야~”가 되는 거죠.
여자 친구가 자꾸만 짜증을 내요!
2년을 넘게 만난 여자 친구 때문에 힘듭니다. 전엔 장난도 서로 잘 치고, 말도 잘 통하던 여자 친구였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땐 말끝마다 쏘아붙이고요, 톡 메시지 같은 거에도 따지는 듯한 말투가 자주 보입니다. 저라고 기분이 좋지는 않죠.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괜찮은데 왜 그러냐’고.. 그러면서 또 신경질을 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뭔가 화나는 일이 있었던 거죠. 저랑 떨어져 있다 보니까, 마음이 변해서, 권태기여서 뭐 그런 거라면 모르겠는데요, 자기 연락에 오래도록 답이 없으면 엄청 집착하면서 화를 냅니다. 아무리 군인이라도 연락 남길 수 있을 때도 남기지 않는다 이거죠. 휴가 나가서도 싸운 뒤에, 저는 친구를 만났고요, 그때 전화가 왔는데,, 어차피 좋은 소리 못 들을 거 아니까 다투기 싫어 안 받았습니다. 그랬더니 톡으로 화를 있는 대로 내더군요. 서로가 조금만 참으면 된다지만, 제가 특별히 크게 잘못한 거 없이 참고 또 참으려니까 짜증이 울컥 납니다. 사이를 회복한다는 게 희망이 있을까요? 그러려면 어떻게 이 힘든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요?
- 괴롭다 님
우리의 마음과 감정은 거울 같아요. 상대가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면 나 또한 기분이 나빠지고 상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고 또 상대는 나의 반응을 보고 또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가 상대의 감정을 똑같이 상대에게 반사하지 않으면 됩니다. 문제는 양쪽 다 나름의 논리를 내세우며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길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럴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내가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 것입니다.
괴롭다 님의 경우라면 “저는 여자 친구에게 화를 낸 적이 없는데요!?”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꼭 화를 내는 것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에요. 여자 친구의 짜증이나 화에 “왜 또 그래!”라며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다던가, “하...”라며 한숨을 내쉬는 것 또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것이죠.
그렇다고 괴롭다 님께서 여자 친구의 찍소리도 하지 말고 샌드백이 되어줘야 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에요. 상대방의 부정적인 감정을 괴롭다 님께서 받아낼 필요가 없다는 거죠. 여자 친구가 짜증을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여자 친구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 그것을 꼭 괴롭다 님께서 받아주실 필요는 없어요.
괴롭다 님께서 여자 친구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다 보니 사랑하는 여자 친구의 연락에도 “어차피 좋은 소리 못 들을 테니까!”라며 안 받게 되고 이에 싸움은 더 커지는 것이죠. 그러니 정면에서 여자 친구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준다고 생각하시기보다 여자 친구의 옆에서 여자 친구가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을 좀 더 쏟아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여자 친구의 짜증과 분노를 무시하라는 건 아니에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을 테니 그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봐야겠죠. 예를 들어 여자 친구가 “아무리 군인이지만 연락을 남길 수 있잖아!”라고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낸다면 정면에서 그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주며 왜 연락을 남길 수 없었는지 그리고 여자 친구의 말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따지기보다 언제 서운했는지, 그리고 그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와 괴롭다 님께서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해볼 수 있겠죠?
괴롭다 님 입장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여자 친구의 짜증과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것 같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될지언정 괴롭다 님께서 여자 친구의 부정적인 감정에 맞서지 않고 여자 친구의 옆에서 여자 친구가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것을 도와주신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층 차분한 톤으로 서로 서운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실 수 있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