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변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우리는 쓸데없이 타인을 의심하고 또 쓸데없이 타인을 믿는다. 사람은 고정되어 있는 물건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쉼 없이 변하는 게 사람이다. 변하는 사람을 비난할 것 없다. 당신도 변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사람은 의심하거나 믿어야 하는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이런 감정 처음이라며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요.
선배를 통해 소개를 받았어요. 첫 만남부터 좋은 끌림이 있었고 오빠가 열렬히 구애를 했었죠. 저도 오빠가 좋아져서 사귀게 되었는데 사실 연애 공백기가 좀 있었는데 저도 오랜만에 좋은 느낌이 들어 인연인가 싶었어요.
남자 친구가 지금까지는 이런 감정을 못 느껴봤다고, 자기는 사랑을 몰랐었던 것 같다며 30대가 넘어서 사랑을 느낀다는 게 신기하다며 꼭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경계하면서 시간 지나 봐야 아는 거라고 말해줬지만 자꾸 듣다 보니 세뇌가 되었는지 저도 그렇게 생각이 되더라고요.
이별 사연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말... "남자 친구가 결혼하자고 했어요!" 나는 항상 이렇게 되묻는다. "지금까지 연애하면서 남자 친구가 결혼하자고 안 했던 적도 있어요?" 남자들이 다 거짓말을 했다는 건 아니다. 분명 이런 말을 했던 그 순간에는 A양에게 호감이 있었고 연애 초에 대한 황홀한 느낌을 느끼고 있었을 거다.
이런 남자의 태도에 대해서 "뻥치고 있네!"하며 괜히 의심할 필요도 없고 또 "정말 우리 인연이구나!?" 하고 오버할 필요도 없다. 그저 "아, 지금 기분이 좋다는 소리구나?" 정도면 충분하다. 남자 친구와 맛집에 갔다고 생각해보자. A양이 너무 맛있어서 "와! 대박! 진짜! 이거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다~!"라고 했는데 남자 친구가 "야 그게 말이 되냐? 어떻게 맛있다고 사람이 죽어!?" 라던가 "뭐!? 죽을 것 같아? 거기 119죠!? 제 여자 친구가 맛있는 거 먹고 죽을 것 같다는데요!" 라며 호들갑을 떤다면 A양은 어떨 것 같은가?
연애를 시작하고 상대가 결혼을 하자고 하든 격정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든 의심할 필요도 눈물을 흘리며 감동할 필요도 없다. "아, 내가 지금 연애하고 있구나?" 하는 따뜻한 느낌을 받고 상대와 이 느낌을 공유하고 또 잘 유지할 생각을 하면 된다.
결혼할 사람이라 생각하니 더 깐깐했어요.
저는 가정적인 사람이 좋았고 남자 친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자 친구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고 저는 그게 늘 불만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회식 중이라며 연락이 잘 안되는 거예요. 저는 속으로 꽁해있었고 왜 미안하다고 하지 않냐고 왜 안 풀어주냐고 했더니 남자 친구는 지금 잘못한 게 없어서 미안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싸움이 끝나질 않고 결국엔 한 달 반 만에... 헤어졌네요...
참, 신기하다. 남자는 상대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비위를 맞춰주려고 한다면 여자는 좋아하면 할수록 불만거리를 내놓는다니... 뭐, 서로 어떤 사정이 있겠지만 이런 패턴은 결국 좋지 않은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A양의 남자 친구가 처음 "아... 정말 이런 감정 처음이야... 너무 행복해... 너랑 결혼하고 싶어!"라고 말을 한건 그 상황 자체가 너무 행복해서다. 큰 싸움도 별로 없고 연애초의 설렘이 충만해있으니 천국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었을 거다.
문제는 A양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환상이 단박에 깨지기 시작한다는 거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맞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는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는데 A양은 자꾸만 문제가 있다고 뭐라 하고 또 뭐가 부족하다 왜 이건 안 해주냐 이러니... 막연한 환상에 빠져있다가 환상과는 다른 현실을 직면하니 번쩍하고 정신이 드는 거다.
모두 A양이 잘못했다고 말을 하는 건 아니다. A양 입장에서는 남자 친구의 열정적으로 구애했던 모습들이라던가 결혼 이야기들을 들으며 이 정도 사랑을 한다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연히 들 수도 있다.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상대의 행동과 말들을 곧이 곧대로 들을 것이 아니라 감정표현 정도로 적당히 필터링해서 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을 하는 거다.
기다리기로 했는데... 돌아올까요?
아무리 한 달이었지만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또 결혼 얘기도 했었는데...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까요? 남자 친구는 이제 마음이 없다고만 하는데... 자기가 나쁜 남자라고 원망하라고만 하네요... 근데 막상 생각하면 조건적으로만 본다면 오빠는 꽤 괜찮은 남자거든요... 안정된 직장에... 유복한 가정환경... 그리고 집도 준비를 다 해놨고요... 그래서 금방 다른 여자 만날까 봐 무서워요... 전 아직 그 좋은 감정이 남아있어서 더 힘이 드네요... 저는 마지막 만났을 때 전혀 흥분하지 않았고 아주 차근차근 오빠를 설득했어요. 다시 만나면 좋은 것들을... 우린 분명 서로가 꿈꾸던 결혼에 적합한 이상형에 가깝긴 했거든요... 그랬더니 오빠는 그날 어른스러운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며 잘 지내라고 했는데..
다소 아픈 말이 되겠지만 한 달 만난 건 한 달 만난 거다. 지금까지 6년 동안 내게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 모두 자신의 연애는 다르다고 말하는데... 중요한 건 모두의 연애가 다 다르다고 말하는 걸 보면... 흠... 그렇다고 뻔한 연애니 포기하란 말이 아니다. 한 달을 만났으면 한 달 연애에 맞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가정적이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남자 친구를 붙잡고 싶은 맘은 알겠지만 한 달 만나고 나서 순식간에 환상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린 남자 친구에게 "오빠 우리... 진짜 사랑했잖아... 응?"이라며 진지하게 다가가는 건 좀 난센스다.
앞서 말했지만 A양의 남자 친구는 환상 속에서 확실히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상태, 속된 말로 현자 타임에 도달한 상태인데 A양이 진심을 듬뿍 담아 진지하게 말을 해봐야 부담스러울 뿐일 테니 말이다.
그나마 A양이 마지막이나마 조금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하자 남자 친구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다행이다. 그렇다면 연락은 올까? 글쎄다... 한 달인데...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주선자에게 부탁을 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그땐 환한 얼굴로 쿨하게 이야길 건네어야 하는 건 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