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 말고 연애할까?"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가장 현실적인 답을 줄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그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일 것이다. 친구의 남자 친구 그리고 여자 친구의 친구로 시작한 관계가 1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연인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남녀 사이에서의 우정이 사랑으로 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약간의 스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감이 없으면 관계도 없는 거다.
해리와 샐리의 첫 만남은 대학 졸업 후 뉴욕으로 향하는 길이다. 해리와 샐리는 서로의 첫인상을 고지식하면서 까탈스러운 여자와 저질스러운 진상남으로 여긴다. 만약 해리와 샐리가 이렇게 서로를 부정적으로만 느꼈다면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다행히도 뉴욕에 가는 길에 들린 식당에서 해리는 고지식하긴 하지만 순수한 샐리의 모습에 이성적 호감을 느꼈고 덕분에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당신이 어떤 이성과 사귀지는 않으면서 친구로는 지내고 있다는 건 최소한 둘 중에 한쪽이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소리다. 물론 그 호감이라는 것이 "당신 없는 세상은 지옥과 같아요!"와 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단둘이 무인도에 떨어져서 일주일 정도 지나면 사귈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당신이 어떤 이성과 친구라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건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기 위한 험난한 여정 중에 적어도 XX중학교 축구부 주장 정도는 된다는 것이다. 너무 들떠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우린 친구 사이니까..."하면서 주눅이 들 필요는 1도 없다.
환상적인 타이밍은 분명 온다.
샐리의 고지식하지만 순수한 모습에 끌린 해리는 자신의 방식대로 저질스런 방법으로 대시를 해 보지면 샐리는 학을 떼며 외면한다. 이후 5년 뒤에 정말 운명적으로 공항에서 재회하지만 역시나 샐리는 가볍고 저질스런 해리의 대시를 외면해버린다.
그렇게 다시 5년이 지나고 우연히 서점에서 만난 해리와 샐리, 해리는 또 부담스럽게 노골적인 대시를 하는데... 어라? 샐리가 외면하긴 커녕 은근 설레어하는 듯한데? 어쩐 일일까? 지난 5년이란 사이 샐리는 남자 친구와 이별하고 해리는 부인과 이혼을 했다는데... 혹시 그것 때문에...?
연애 유치원 원생들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 같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실 연애감정이라는 건 상대방 자체에게서 느낀다기보다는 환경과 상황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니 친구였던 이성이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면 다짜고짜 "우리 친구 말고 연애할까?"하고 고백을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상대 또한 본인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상황으로 유도하자.
예전에 침구류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여자 사람 친구에게 침구류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친구와의 관계라면 뭐 그냥 가끔 수다나 떠는 정도? (또한 뭔가... 선물이라는 느낌보다는 직원 특가로 나온 제품을 다량 구매해서 지인들에게 뿌리는듯한 느낌...)
그래도 뭔가 답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고민하던 찰나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연말 콘서트에 함께 가기로 했고, 콘서트가 끝날 무렵 확실히 뭔가 수상해진 기류를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는... 흠흠.... 하여간 중요한 건 결국은 타이밍과 분위기 싸움이라는 거다.
당황하지 말고 느긋해져라.
동성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서로 털어놓는 사이가 된 해리와 샐리, 서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친구와 연인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줄타기를 한다. 그러던 중 샐리에게 전 남자 친구에서 연락이 온다. 곧 결혼한다는 전화! 멘붕 온 샐리는 해리를 불러 침대에 앉혀놓고 눈물 콧물을 흘려가며 하소연을 하다.... 흠흠...
얼렁뚱땅 하룻밤을 보낸 해리와 샐리, 사실 그 일이 있기 전부터 누가 봐도 해리와 샐리는 연인처럼 지냈으나 하룻밤을 보낸 이후로 해리와 샐리의 사이는 급속도로 어색해지고 트러블을 겪기 시작한다. 결국 연말 영화답게 파티장에서 재회하며 연인이 된다는 해피엔딩을 맞지만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오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게 뭔가 자연스럽고 로맨틱해 보이지만 현실에 닥치고 보면 하루아침에 정글 한복판에 떨어진듯한 당혹스러운 일이다. 분명 남들이 보면 이미 오랜 연인 같은 사이겠지만 정작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대와 오랜 친구로 지내다가 갑자기 연인으로 지내자니 뭔가 낯간지럽기도 하고 어색하고 무엇보다 이게 맞는 건가? 하는 혼란 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많은 경우 이런 상황에서 어색한 연인관계를 몇 주 유지하다가 자연스럽게 이별로 접어들며 관계를 끝내곤 하는데 이 상황에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한동안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이 된 건데 당연히 혼란스럽기도 하고 뭔가 어색한 게 당연한 거다.
오랜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다면 뭔가 어색한 기운이 감돈다 해서 "아... 괜히 사귀기로 했구나..."라며 관계를 다시 되돌리려고 하기보다는 (어차피 되돌릴 수도 없다.) 당황해하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상대와 친구로 지낸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연애를 시작해보자. 처음엔 불편하겠지만 요 기간만 지나고 보면 "이렇게 나와 잘 맞는 사람은 없을 거야!" 하는 생각이 들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