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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l 24. 2018

다시 만나자고 해놓고 시큰둥한 남자 친구

어떤 선택을 할 땐 우리는 조금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할 땐 우리는 조금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 막연하게 잘되겠지, 달라지겠지 따위의 생각으로 선택을 했다고 해도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니 말이다. 또한 어떤 선택을 할 때에는 억지로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고민을 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맞는 애매한 지점의 선택을 하는 것이 때론 옳은 선택일 수도 있는 거다. 



다시 만나자더니 또 헤어지고 싶다고 해요.  

사내연애를 시작하고 3개월 만에 헤어지게 되었어요. 남자 친구의 핸드폰에서 다른 여자와 연락을 했었던걸 제가 찾아냈고 남자 친구는 미안하다며 헤어지자고 했죠. 그러다 한 달 후쯤 보고 싶다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고민 끝에 다시 시작했는데 다시 만나기로 한지 한 달 만에 시큰둥한 남자 친구의 모습에 저는 화를 냈고 또 헤어지게 되었죠. 그러다 또 두어 달 후 남자 친구는 정말 저 같은 여자는 없다며 잘 해보고 싶다며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고 저는 남자 친구를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또다시 시작하기로 했죠...


사실... 이 정도가 되었다면 L양 입장에서는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스스로 인정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아... 이 남자는 나를 계륵이라고 생각하는구나..."라고 말이다. L 양이라던가 L양의 지인들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남자 친구를 나쁜 X라고 욕을 하고 L양을 위로하겠지만 글쎄다... 


남자 친구가 너무 감쪽같이 거짓말을 해서 L양이 속인 걸까? 사실 L양도 남자 친구가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할 때마다 느끼고 있지는 않았을까? "날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쉬울 때 날 찾는구나...?"라고 말이다. 정말 L양을 속인 건 어쩌면 남자 친구가 아니라 남자 친구가 L양에 대한 마음이 크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엔 다를 거라고 믿고 싶은 L양 스스로가 아니었을까? 


L양도 우리도 바보는 아니다. 복잡하고 애매한 나의 상황을 가만히 다른 사람의 일이라 생각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살펴보다 보면 충분히 현실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L양과 우리들은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길 원치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내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L양이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뻔히 어떤 상황인지 알고는 있으나 그것을 인정하기보다는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라며 막연한 기대만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현실의 상황을 스스로 인정하자. 그리고 그 현실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저 어쩌죠...?  

이번에도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시큰둥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화도 났지만 그랬다가 또 헤어지자는 소리를 들을까 봐 화도 못 내고 있네요. 그러다 제가 또 핸드폰을 몰래 봤는데 다른 여자와 연락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여자에게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하고... 저한테는 못생겼지만 착해서 좋다고 하더니...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 그래요... 이미 마음을 놓긴 했어요... 하지만 저랑 헤어지고 다른 여자랑 잘될걸 생각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도 너무 힘들 것 같아요...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제가 너무 힘들어요...


헤어지느냐, 아니면 참고 만나느냐라는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헤어지는 것이 맞다. 물론 L양도 알고 있지만 문제는 이별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힘들다는 거다. 바보 같은 고민이긴 하나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그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도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할 거다.


원래 양자택일이라는 건 그런 거다.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하면 사람은 쉽게 선택할 수가 없다. 이걸 택하면 이런 단점이 있고 저걸 택하면 저런 단점이 있는데 어찌 쿨하게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굳이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답이 나오지 않는 양자택일의 고민에 빠져있을 것이 아니라 적당히 애매한 선택을 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L양이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연봉도 연봉이지만 직원 복지도 좋지 않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문제는 때려치운다고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회사에 불만이 생기고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상 그냥 참고 회사를 다니기엔 속이 터져버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쿨하게 사표를 내기엔 너무 불안하고 말이다. 이때 가장 현명한 건 회사를 다니면서 적당히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지 않아도 회사를 다니며 구직활동을 하는 자체만으로도 한결 스트레스가 덜하다. 좋은 조건의 회사와 말이 잘되어서 이직을 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나쁜 X이라고 당장 헤어지라고 하겠지만 L양의 입장에서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도 헤어져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헤어지기엔 남자 친구와의 불행한 연애에서도 나름의 아주 작은 행복들을 느끼고 또 어쩌면 좀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L양도 L양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막연하게 남자 친구가 달라지겠지라는 기대를 하기보다 남자 친구가 L양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또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L양이 남자 친구와 당장 헤어질 용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리고 굳이 소개팅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남자 친구에 대한 관심을 조금 나누어 주변을 살피고 또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다잡는 데에 집중해보자. 신기하게도 L양이 남자 친구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거두고 L양 스스로에 대해 집중을 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남자 친구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남자 친구가 시큰둥할 수 있고 이별 후에도 쉽게 연락을 할 수 있었던 건 L양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확신이 흔들리면 남자 친구 입장에서도 자연히 L양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남자 친구의 관심을 돌려 행복한 연애를 하라는 게 아니다. 결국 남자 친구는 조급한 마음에 L양의 마음을 돌려보려 노력은 하겠지만 기본적인 존중이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늪에 빠졌을 때 빨리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면 결국엔 더 깊게 빠져버리고 만다.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조금씩 가라앉아도 당황하지 말고 한쪽 발을 더 깊이 빠지게 내버려 두더라도 일단 한쪽 발을 빼내고 또 빼낸발을 축으로 나머지 발을 빼내야 한다. 그래 지금 L양에게 필요한 건 늪에 빠진 자신을 차분히 끄집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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