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려는 일과 그로 인해 자신이 얻을 득과 실을 정확하게 따져보라
S양의 고민에 대해 나는 조금도 도덕적으로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이라는 게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하게 되고 때론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일을 하기도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다만 난 오히려 S양의 입장에서 묻고 싶다. "여자 친구 있는 남자와 여행을 가서 S양에게 득이 될 일이 무엇인가?" 가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이 하려는 일과 그로 인해 자신이 얻을 득과 실을 정확하게 따져보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썸남을 다시 만났는데 여자 친구가 생겼다네요...
작년 봄쯤 알게 된 오빠가 있었어요. 아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알게 된 오빠인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상당히 적극적으로 제게 호감을 보였어요. 몇 번 둘이 밥도 먹고 술도 먹으며 가까워지긴 했지만 분위기가 좀 애매해지자마자 제가 발을 빼버렸죠. 문제는 제가 말을 좀 못되게 했다는 건데요.
하여간 그 이후 오빠를 잊고 살다 6개월쯤 지나서 오빠가 생각나서 연락을 한번 해봤어요. 안 받을 줄 알았는데 받더라고요. 그렇게 한번 만나서 같이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는데 오빠는 제게 그때 꼭 그렇게 말을 해어 야했냐 그러고 저는 어쩔 수 없었다 말을 했죠. 그런데 오빠가 그래도 덕분에 지금은 좋은 사람 만났다고 하는데 갑자기 서러운 마음에 어떻게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을 하냐 난 불행하다며 추하게 울었네요...
사람이라는 게 원래 자기중심적이다 보니 자기합리화가 빠르고 모순적인 면이 많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자신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 이성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S양은 사연의 말미에 "이 사람... 참 마음에 들지만 타이밍이 안 맞는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말을 했는데 대체 어느 관점에서 타이밍이 안 맞는다는 건지 모르겠다.
S양은 썸남과 S양의 관계에 대해 서로 좋아하지만 타이밍이 안 맞은 관계라고 여기는 듯 하지만 정말 타이밍이 문제였을까? 둘의 첫 만남으로 돌아가 보자. 뭔가 통하는 마음에 따로 밥을 먹기도 또 술을 먹기도 했었는데 분위기가 좀 애매해졌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부분에서 우리는 많은걸 생각해볼 수 있다. 그때 이미 여자 친구가 있었든, 아니면 S양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귀고 싶지는 않은 정도였든 하여간 애매하게 행동을 했을 것이고 S양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못된 말로 끊어내며 자존심?을 세웠다.
S양의 타이밍론이 맞으려면 적어도 6개월 중 둘 중 어느 누구라도 적극적인 액션이 있었어야 했지만 없었던 것으로 보아 양쪽 다 "괜찮긴 한데 뭐 꼭 만나야 하는 건 아니니까..." 정도의 느낌이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렇게 6개월 S양은 일에 바빴고 썸남은 새로운 연애에 바빴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만나 "어떻게 행복해!? 난 불행해!"라며 눈물을 흘리는 건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 전개가 아닐까? 그렇다고 S양이 거짓말을 했다는 게 아니다. S양은 지금 정말로 사랑에 빠졌다고 느끼고 있고 운명의 장난으로 어긋난 아픈 사랑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걸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알고 있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지금 S양이 느끼고 있는 게 정말 운명적인 사랑인 건지 여러 상황에 의한 감정의 파도인 것인지를 스스로 따져보라는 거다.
여행을 같이 가도 괜찮을까요?
그날 이후 몇 번 더 술을 먹긴 했는데 한 번은 저는 안 취했는데 오빠가 만취해서 저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고민이 많다며 어떡했으면 좋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러면 정리하고 오라고 했고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후 별다른 연락은 없었고요. 며칠 전에는 또 만날 일이 있었는데 오빠는 미련이 있는 듯이 "그때 네가 그러지 않았다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제가 혼자 전주 여행 간다고 말하니 오빠고 같이 가자는 거예요. 또 욕심이 나서 알았다고는 했는데... 참 죄책감도 없죠...? 정말 갈피를 못 잡겠어요... 여자 친구랑 행복하긴 하지만 자기 좋다는 여자 마다하지 않고 가끔 놀아볼까 하는 생각인 건지... 제가 여행 가서 분위기를 잘 만들면 저에게 올까요...?
이런 상황이 어려운 건 상대의 속마음에 대해서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S양의 경우라면 "오빠가 나를 많이 좋아하고 있는 걸까?"와 "그냥 여자 친구 있으면서 나를 가지고 노는 걸까!?"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사실 썸남의 속마음은 이 상황에서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항상 말하지만 중요한 건 행동이다. 썸남의 "왜 그때 그랬어...", "나도 너 좋긴 한데...", "너 때문에 너무 고민이야..." 따위의 말들이 전부 진심이라고 한들 실제로 정리를 하지 않고 말만 한다는 건 현재의 상황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겠다는 소리다. 비슷한 예로 따지면 실제로 운동도 식이요법도 하지 않으면서 맨날 "진짜... 내일은 다이어트해야지!"라고 다짐하는 우리의 모습과 똑같은 거다.
여행을 함께 가서 분위기를 잘 만들면...? S양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S양과 썸남이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썸남이 여자 친구에게 차이는 것뿐이다.
썸남 입장에서는 양쪽 다 사랑이다. 바람을 피우는 대상, 내연녀의 상태인 사람들은 항상 여자 친구보다 날 더 사랑한다 혹은 나와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그 가운데에 껴있는 남자 입장에서는 양쪽 다 사랑이고 양쪽 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명심하자.
결론적으로 여자 친구 있는 사람과 여행을 가도 괜찮을까? 에 답을 하자면 S양이 임자 있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너무 사랑하고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야 말리지 않겠다만... 이 여행을 계기로 남자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건... 글쎄다... 결국 "나도 그러고 싶지만... 너무 고민이..."라는 말만 들을 확률이 높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