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바라보고 다가가며 신뢰를 해야 한다
어떤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상대를 어떤 목적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바라보고 상대를 신뢰해야 한다. 한마디로 H양이 소개팅남을 유혹하고 싶다면 썸남을 어떻게 유혹할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일단 상대를 꼬셔야 할 대상이 아닌 그 자체로 바라보고 다가가며 신뢰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성격은 차갑지만 잘생긴 외모 때문에 아직도 생각나는 소개팅남이 있어 고민상담드립니다. 지인의 소개로 소개팅을 하게 되었는데요. 주변에서는 잘생겼다고 꼬셔보라고 하는데 꼬시는 방법도 모르겠고... 또 제가 소심하고 말도 잘 못하고 애교도 없어서요...
남자들은 예의상 소개를 받기도 하나요...? 소개팅남이 부산에 사는데 소개팅 때문에 서울까지 와서 만났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무서운 영화를 혼자 못 본다고 같이 봐달라고 했더니 제가 무서워하니까 손을 잡아 주더라고요... (이것도 매너인가요?) 그리고 연락은 주고받았었는데... 제가 소개팅남에게 너무 긴장이 돼서 말을 잘 못했다고 하니까 다음 주에는 주선자와 같이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주선자를 부른다는 건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겠죠...?
소개팅남과 마지막으로 데이트를 하고 나서 주선자에게 건너 들었는데... 제가 밥을 다 먹고 나서 잘 먹었습니다 라고 말을 안 해서 질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아직도 미련이 남는지... 너무 슬퍼지네요... 남자들이 더 무서워져서 못 만나겠어요...
- 20대 중반 대학생 H양
H양은 애교가 없고 꼬시는 방법을 몰라서 잘생긴 소개팅남을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H양이 잘생긴 소개팅남을 놓친 가장 큰 원인은 소심한 성격이라던가 썸남을 꼬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H양은 사연 내내 내게 묻는다. "예의상 소개받은 걸까요?", "매너로 손잡아준 건가요?", "제가 마음에 안 든 걸까요?" 이렇게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체 이건 무슨 심리일까? 궁금해하고 혹시 날 싫어하는 건 아닐까? 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니 소개팅남과 제대로 된 신뢰 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철학자 : 반대로 자네가 인간관계에 '회의'를 품고 있다고 하지. 남을 의심하고, 친구를 의심하고, 가족과 연인을 의심하며 살고 있다고 말이야. 거기에서 어떤 관계가 싹틀 수 있을까? 자네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면 상대방은 바로 알아채지. "이 사람은 나를 신뢰하지 않는구나"라고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다네. 거기에서 어떤 발전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겠나? 우리는 조건 없는 신뢰를 가져야 하네. 그래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지.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P.265
소개팅남은 H양에 대해 "뭐야... 애교도 없고 재미없어!"라며 관심을 거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날 불편하게 대하지? 내가 싫은가?"라며 관심을 거둔 것이라는 걸 명심하자.
생각해보자. 예의상 부산에서 서울까지 소개팅하러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H양에게 첫눈에 반한 것 까지는 아니겠지만 주선자의 소개를 들어보고 나쁘지 않은 것 같으니까 왔을 것이다. 또한 매너로 손을 잡아 줄 수도 있겠지만 H양에 대한 작은 호의로 봐도 충분하다.
참 답답한 부분은 바로 "주선자를 부르는 것을 보니 제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건가요?"인데... 본인이 먼저 긴장이 돼서 말을 잘 못했다고 말을 하지 않았는가?;;; 누가 봐도 맥락상 H양에 대한 배려인데 그걸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본다는 건....
앞서 말했듯 H양의 문제는 연애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이다. "XX가 소개해줬으니 참 좋은 사람일 거야~"라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소개팅남을 대했다면 어땠을까?
"소개팅남이 날 안 좋아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 있으니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고 이것이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불편함을 넘어서 불쾌함을 주는 거다.
상식적으로 밥을 다 먹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안 했다고 질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만약 있다면 그런 사람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고 영화를 보며 손을 잡고 배려를 해서 주선자를 부를 리가 없지 않은가?
다시 돌이켜보자. 마지막 데이트 때 H양의 행동을 말이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주선자가 이야기를 전할 때 정말 질렸다는 표현을 썼는지 아니면 그런 뉘앙스의 다른 말이었는지를 말이다.
타인을 신뢰한다는 건 사실 힘든 일이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또 혹시 날 배신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무조건 신뢰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앞서 미움받을 용기에서 철학자가 말했듯이 상대를 신뢰하지 않으면 깊은 관계는 맺을 수가 없다. 상대가 신뢰할 만한 무엇인가를 보여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무조건 신뢰해라. 그래야 H양도 편하게 H양의 매력을 보여주고 상대고 H양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