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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Nov 14. 2018

문자는 주고받으면서 만나주지는 않는 여자

우리는 타인에게 있어 어디까지나 알 수 없는 타인이라는 사실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확신에 차있다. 문제는 남들도 나에 대해 잘 알고 또 확신할 거라 생각을 한다는 거다. 우리는 타인에게 있어 어디까지나 알 수 없는 타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성은 매력을 따져보기 전에 먼저 이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두고 경계를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짝사랑만 4개월째인 솔로 남입니다. 제가 자주 가는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을 좋아하고 있는데요, 다행인 건 두 달 전에 어찌어찌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번호를 물어봤고! 번호를 받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후가 문제입니다. 겨우 얻게 된 번호로 진짜 가끔씩 문자를 주고받고 있는데 이게 진도가 잘 안 나가는 거 같아요. 저는 얼른 그녀에게 고백을 해서 연인이 되고 싶고 무더운 날 같이 워터파크도 가고 싶고 공포영화도 보며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키우고 싶은데, 밥 한번 먹자는 연락에는 다른 말로 돌리고.. 커피 한잔 하자고 하면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서 별로 먹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연락처를 주지 말던지.. 아니면 아예 제가 싫다고 대놓고 거절을 하던지... 이도 저도 아니고, 그럴싸한 이유를 대며 만나자는 약속을 거절하니 진짜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녀와 함께 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방법을 몰라서.. 그냥 무작정 그녀의 카페로 자주 찾아가고 있는데, 이렇게 다가간 다음에 그녀가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답일까요?
- 국방 FM 건빵과 별사탕 사랑, 그게 뭔데 사연 M군


이게 참... 안타깝지만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는 일인데요. M군의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번호도 줬고 문자도 해주다 보니까 좀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여자분의 입장에서는 정말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자주 보는 손님인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얼떨결에 번호를 알려줬는데 계속 문자가 오니 답을 안 하기도 뭐하고 또 어쨌든 본인이 알려줬으니 뭔가 대답은 해줘야 할 것 같은 거죠. 


저는 여기서 문제는 여자분이 보기에 M군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여자분 입장에서 너무 당황스러워서 좋고 싫고를 따질 겨를조차 없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길을 걷다가 아주 매력적인 이성이 다가와서 “혹시... 도를 믿으시나요?”라고 물었다고 생각을 해보죠. 그때 우리는 상대가 매력적인 이성인지 아닌지를 고려할까요? 아마도 많은 경우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상대를 경계하게 되고 결국은 그냥 지나치게 되는 거죠. 


결국 지금 M군은 매력 있는 남자인지 아닌지의 단계가 아닌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의 단계에서 막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물론 상대를 좋아하는 M군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면에서 카페를 자주 찾아가는 건 오히려 여자분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도 하고 더 경계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린 왕자에 보면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어린 왕자는 예쁜 사막여우에게 함께 놀자고 말을 하지만 사막여우는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안된다고 말해요. 


그리고 어린 왕자에게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처음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으라고 해요. 말은 오해의 근원이라고요. 


M군 입장에서는 그녀가 매력적인 여성이겠지만 그분 입장에서 M군은 어디까지나 낯선 타인이라는 걸 명심하셨으면 좋겠어요. 상대에 대한 호감을 무기로 다짜고짜 다가가는 건 용기가 아니라 소유욕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일 수도 있어요. 


카페에 찾아갈 수는 있겠지만 가서 상대에게 호감 표시하고 상대가 그것에 답해주길 바라는 건 상대를 더 불안하고 당황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조언을 해준 것처럼 아무 말 없이 앉아있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왕이면 책이라도 한 권 들고 가서 독서도 하고요. 그녀에게 어필을 하는 건 주문할 때, 커피를 받아올 때, 그리고 가게를 떠날 때 세 번 정도 환한 미소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너무 많이 찾아가시지는 마시고요.) 


그렇게 경계가 풀렸어도 결국엔 연인으로 발전할 수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M군이 충분히 상대에게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면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라도 식사 정도는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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