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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Nov 13. 2015

너무 잘나서 솔로인 여자들을 위한 충고

우리는 겸손 또 겸손해야 한다.

너무 잘나서 솔로인 여자란 존재할까? 일단 스펙상으로는 분명 존재한다. 명문대 출신에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 그리고 투철한 자기관리로 다져진 호감형 외모를 가지고도 매번 소개팅마다 에프터를 받지 못하거나 어렵사리 밀당을 시작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의외로 많다. 역시... 자기보다 잘난 여자를 부담스러워하는 남자들의 소심함 때문일까? 


Y양과의 상담은 처음부터 묘했다. 분명 내게 상담을 받으러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상하게 Y양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불쾌하고 짜증이 치밀어 올라왔다. "대체 내가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며 그녀와의 대화를 되짚어보니 그 원인은 다소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화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Y양은 뜬금없이 "혹시 바로씨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저희 부모님이 교수님이시라...", "체면을 생각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마음대로 연애도 못하고...", "저는 XX여대를 나와서...", "예전에는 남자들이 줄줄이 따라다녔는데...", "사실 지금도 썸남이 몇 명..." 이라며 은근히 자신의 스펙을 과시하고 남자로 하여금"이 정도 안되면 X 져!"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이 아닌가? 


마음 같아서는 "아줌마, 정신 차려요. 당신보다 더 잘난 여자가 천지삐까리야"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상담자의 본분을 잊지 않은 나는 최대한 그녀의 행동을 그녀의 입장에서 이해하기로 하고 차분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래! 생각해보면 Y양의 행동 자체는  손가락질받을 행동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자를 평가한 것도 아니고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 그녀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던가!? 또한 허풍을 떤 것도 아니고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것들을 말하는 것이 무슨 잘못 이냔 말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단언컨대 남자를 도망가게 하는 데에 있어 최고의 방법이다. 


우리는 겸손 또 겸손해야 한다. 당신과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므로 우리는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만 한다. 지금부터 100년 뒤면 우리 모두는 죽고 완전히  잊혀질 것이다. 인생이란 너무 짧아서 자신의 사소한 성취나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남을 귀찮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상대방이 말하게 하자. 생각해보면, 당신이 자랑으로 내세울 만한 것도 많지 않다.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3-6. 불만을 해소하는 안전밸브


Y양은 잘났는가? 분명 잘났다. 명문여대를 나왔고 부모님 두 분 모두 교수이시며 호감형 외모에 꿀리지 않는 직업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Y양이 지구 최고 아니 적어도 대한민국 최고의 이상형인가?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확실히 Y양은 꽤 괜찮은 여자임에는 분명하지만 Y양과 비슷한 혹은 더 나은 조건을 가진 여자는 내 지인 중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Y양이 못났다는 게 아니다. Y양이 자신의 조건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하며 도도하게 표현하면 많은 사람들은 Y양의 조건을 대단하다고 여기기보다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당신이 자랑하지 않아도 당신과 만남을 갖다 보면 자연스레 당신의 조건은 티 나지 않게 상대에게 흘러들어간다. 자연스레 흘러들어간 당신의 정보는 상대로 하여금 깜짝 깜짝 놀라게 하고 당신에 대한 호감이 갑자기 늘어나게 할 것이다!  


이런 내 말을 듣고 한 잘난 솔로 지인은 "그렇게 만나는 건 시간 낭비 아닌가? 차라리 처음부터 조건을 쭉 늘어놓고 조건이 맞으면 그때부터 진심으로 사귀는 게 서로에게 나은 거 아닌가?"라고 질문했고 나는 측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네가... 그러니까..." 


물론 그녀의 말도 나름 논리에 맞는 말이다. 어차피 서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유치하게 사랑타령을 하고 있다가 나중에 현실 문제로 부대끼는 것보다는 쿨하게 현실 문제를 서로 까놓고 현실 문제가 서로 어느 정도 맞을 때 만남을 시작하는 게 나을 수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여자의 잘난 척은 크게 나쁘지 않은 전략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런 생각을 속물이라고  손가락질해서는 안된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속물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사랑 타령하지만 정작 나중에 현실적으로 맞지 않으면 자연히 마음이 떠나지 않던가? 하지만... 우리는 노골적이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속물이지만 연애에서 만큼은 속물이 아닌척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분명 상대의 조건을 따지면서도 첫 만남부터 노골적으로 자신의 조건을 입에 올리고 상대의 조건을 묻는 사람을 연애(결혼) 상대로 생각할 남자는 없다. 


나는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당신의 그 대단한 조건을 남자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당신이 스스로 "나 대단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대단함을 남자가 우연히 발견할 수 있도록 그대로 두는 것이다. 


또한 "결혼을 전제하고 만나야 하니 일단 조건을 비교해보죠"라는 생각은 분명 합리적인 생각이지만 절대 로맨틱하지 않다. 당신은 로맨틱이고 나발이고 두 경제주체의 합병을 원하는지 몰라도 아직 다수의 남자들은 결혼의 로맨틱한 환상에 미치지 않고서는 결혼을 결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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