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하지 말고 하고 싶게 만들어라.
약속이란 무엇일까? 일단 사전에는'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이라고 적혀있고 우리는 대략적으로 "꼭 지켜야 하고 안 지키면 불이익이 따르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분명 약속이란 서로 지켜야 하는 것임에도 이상하게도 약속은 지켜지는 경우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어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얼마 전 재회상담을 받던 Y양은 상담을 시작하자마자 남자친구가 얼마나 무책임한지에 대해 늘어 놓기 시작했다."연락 때문에 몇 번 싸우고 나서 오빠랑 연락을 잘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오빠는 안 지키더라고요! 분명 하루에 최소 두 번 아침 저녁으로 전화하기로 해놓고! 그리고 혹시 전화를 못할 때에는 카톡으로 3시간에 한번 정도는 안부 톡 날리기로 했는데 하나도 안 지켰어요!"
가만히 듣다 보니 이게 연인 사이의 약속인지... 연예인 전속계약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하여간 논지는 연락을 잘하기로 약속을 했으나 남자친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을 어겼고 그에 대해 화를 냈기 때문에 나는 화를 냈으니 나는 정당하다는 것 같은데... 왜 남자친구는 Y양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까?
타인의 강요로 물건을 사거나 일을 하라고 명령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자신의 의사로 물건을 사거나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원하고 바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3-7. 협력을 얻어내는 방법
일단 Y양이 알아야 하는 것은 과연 Y양과 남자친구가 서로 손가락을 걸고 한 것이 '약속'이 맞냐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 도장을 찍었겠지만 Y양의 남자친구가 "진짜 너무한다... 내가 바람 피우는 것도 아니고 바빠서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그렇게 칼같이 지킬 수 있어..."라고 말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무조건 Y양의 요구를 관철시킨 것은 절대로 약속이라 할 수 없다.
또 Y양과 남자친구와의 약속을 다시 살펴보면 의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Y양과 남자친구와의 약속에는 Y양이 원하는 연락의 횟수에 대해서만 언급되어 있을 뿐 남자친구가 환영할만한 조항은 그 어디에도 없다! 데일 카네기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Y양의 남자친구는 자신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어있지도 않은 이 약속을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이라고 생각할까?
당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하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당신은 단지 몇 가지 제안만 하고, 상대방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게 하는 방법이 더 현명한 생각 아닐까?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3-7. 협력을 얻어내는 방법
남자친구에게 "약속을 했는데 왜 안 지키는 거야!?"라고 소리지르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해보자. "과연 이 약속에 남자친구의 의견이 반영되었는가? 또한 이 약속을 지킬 경우 남자친구에게 보상이 있는가?" 만약 이 두 질문의 답이 NO라면 당신은 약속을 한 것이 아니라 강요를 한 것이다. 생각해봐라 이 세상에 약속을 지켜봐야 내게 이득 될 것도 없고 내가 바라는 약속도 아닌데 누가 그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키려고 할까?
물론 Y양이 바라는 것은 결코 엄청난 것이 아니다. 다른 커플들처럼 전화로 닭살 돋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수시로 서로 카톡을 통해 안부를 챙기며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을 뿐이다. 이 욕구는 정당하고 Y양이 다른 여자들보다 특별히 더 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Y양은 자신의 생각을 대화를 통해 남자친구에게 공감을 얻기보다 카네기의 표현대로 억지로 남자친구의 목구멍에 밀어 넣으려고 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Y양은 남자친구의 목구멍에 억지로 자신의 의견을 밀어 넣으며 "이제 약속했다!"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목구멍에 걸린 약속을 토해내고 싶을 뿐인 거다. 진심으로 남자친구가 연락을 자주 하길 바란다면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억지도 남자친구에게 강요하기보다 차라리 남자친구 스스로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자주 하고 싶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자.
"이제 저는 몇 년간 그 고객에게 물건을 팔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저는 제가 생각하기에 고객이 구매해야만 하는 제품을 사라고 했던 것이죠. 이제 저는 그때와 정반대입니다. 저는 그에게 그의 생각을 들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제 그 고객은 자신이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고 느낍니다. 실제로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그에게 물건을 팔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사고 있으니까요."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3-7. 협력을 얻어내는 방법
당신이 백날 남자친구에게 강요를 하여 약속을 받아내 봐야 남자친구는 절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자신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도 않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남자친구는 원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럴 때에는 차라리 당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남자친구의 생각을 말해달라고 해보자.
Y양의 경우라면 "왜 연락을 안 해! 앞으로 아침저녁으로 전화해! 꼭!"이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면 오빠가 연락을 자주자주 해줄까?", "우리가 자주자주 연락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가 한 3가지 정도 생각해봤는데 어떤 게 제일 나은 것 같아?"라는 말로 남자친구의 의견을 물어보고 조율을 해보자.
이렇게만 하면 Y양의 남자친구는 Y양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연락을 자주 할까?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강요했을 때보다 조금 더 길게 지킬뿐 어느새인가 다시 연락이 뜸해지는 때가 올 것이다. 그렇다고 상심할 필요는 없다. 비록 서로 대화를 통해 만든 약속을 남자친구가 어겼더라도, 당신이 강요했을 때와는 달리 남자친구는 기쁜 마음으로 당신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만들고 시도해보려고 할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