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 끗 차이로 대화와 다툼이 나뉘는 것
왜 연인과 싸웠냐고 물어보면 다들 "처음엔 별것 아니었는데... 어느새 크게 싸우고 있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대화를 하다가 꼭! 싸워야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문제는 일단 벌어지고 나면 수습이 어렵다는 거다... 그렇다고 매번 져줄 수는 없는 노릇! 대체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할까?
바로님 덕분에 남자 친구와 다시 만나 잘 지내다가 갑자기 싸우게 됐어요. 요즘 페미니스트 문제나 남성 여성으로 나뉘어서 싸우는 문제를 가지고 오빠랑 저와 가치관이 매우 안 맞는다는 걸 느꼈고, 오빠가 저에게 한심스럽다고 이야길 하더라고요...
얼마 전만 해도 사랑한다고 사랑을 속삭이다가 어제는 이 문제로 대립하려 하는 제가 한심하고 이제 이런 문제로 매번 부딪힐 텐데...라고 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또 헤어지자고 할 것 같더라고요. 사실 이 부분이 진짜 안 맞고 부딪히는 것 같아서 진짜 헤어질까도 생각해봤지만 아직 좋아하긴 해서 더 많이 안 맞는다고 느껴지면 그때 그만두려고 하는데...
그러면 제가 내일 가서 "앞으로 너무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 여성의 입장만 대변하지 않을게,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싫어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이유가 있을 테니 오빠 의견도 들어보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볼게"정도로 이야기해두면 될까요?
- K양
... 맙소사... 이런 어려운 질문을 가져오다니... K양... 내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겠지...? 아직 페미니즘에 관해서는 공부 중이니 여혐과 남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소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큰 싸움이 되는 과정에 대해 집중해서 이야기해보자.
사실 처음 K양과 남자 친구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엔 분위기가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대화의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어느새 서로가 여성과 남성의 입장에 몰입하고 서로를 비난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남자의 입장에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불편한 감정이 들고 그 감정이 상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기 쉽다. 아무래도 페미니스트와 남혐에 대해 이야길 하다 보면 남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비난받고 부정되는 기분이 들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라고 현재의 상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건 아니다. 분명 문제점을 나름 인식하고 있지만 문제는 '나름' 인식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피해를 보고 있는 여자와는 달리 단지 가벼운 문제의식만을 가지고 있는 남자 입장에서 과열되고 있는 여혐 남혐 논쟁과 페미니즘은 자신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느껴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커플이 아니라면 연인 사이에서 여혐 남혐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는 것이 속편 할 수 있으나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든 방어전략을 위해서든 남자가 더더욱 페미니즘을 공부한 다음 여자 친구와 여혐 남혐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이야기이고 현실적으로는 남자 친구에게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권하면 대뜸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기 쉽다. 이럴 땐 차라리 서로 입장을 바꿔서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K양이 남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남자 친구가 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식으로 말이다.
K양이 "과격한 표현으로 남혐 하는 건 잘못 아냐?"라고 말하고 남자 친구가 "남자들은 십 년 전부터 김치녀라며 여혐 했잖아!"라고 대답하는 식으로 말이다.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익숙해지면 백 마디의 설명보다 한 번의 역할극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여자도 남자도 할 말이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는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거다. K양이 답답하다고 남자 친구를 비난하기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토론하듯 이야기를 하고 남자 친구는 "나도 문제인 건 알아! 하지만!"이라며 대충 넘길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술 한잔 할 시간에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해보자. 결국 한 끗 차이로 대화와 다툼이 나뉘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