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
바로님! 솔직히 바로님께서 지금 하는 말들 너무 억지 아닌가요? 연락 잘하기로 약속해놓고 단답하고 자기전에 5분만 통화하고 끊고 싶어한다는게 말이 되나요?
바닐라로맨스
그래요, 살짝 억지를 부린거 맞아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봐요. 그동안 이런식으로 싸웠었잖아요. K양은 연락이 줄었다고 말을 하고 남자친구는 뭐가 줄었냐고 반문하거나 줄어들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K양은 그게 노력한거냐고 따지고 말이죠.
노력이라는건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없어요. 그러니 "앞으로 ~에 대해 노력하자"라고 해봐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니 똑같은 상황에 대해 K양과 남자친구의 해석이 다를 수 밖에 없죠. K양은 부족하다고 하고 남자친구는 노력한거라고 말하면 끊임없는 감정싸움만 이어질뿐 누구의 말이 맞는지 어떻게 객관적으로 가릴 수가 있겠어요?
K양
전 그래도 억지라고 생각해요. 분명 노력이라는건 객관적일 수 없고 그때문에 트러블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바로님께서 예로든것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어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불만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서로가 노력한다는걸 느낄 수 있을거고요.
바닐라로맨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우리는 고장난 저울을 가지고 있다는게 문제에요. 나의 노력은 크게 생각하면서 타인의 노력의 가치는 낮게 생각하죠. 배송료를 생각해봐요. 인터넷 쇼핑을 할때 2500원 그거 별거 아닌데 은근 신경쓰이잖아요. 괜히 꽁돈 나가는것 같고요. 그런데 내가 그 거리를 배송하고 2500원을 받는다고 생각해봐요. 끔찍하죠?
연애로 예를들어보죠. K양의 회사에서 회식이 잦아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아무리 일이지만 다른 남자직원들이 신경쓰이면서 그게 못마땅한거예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회식은 부모님 핑계를대며 일주일에 한번만 가기로하고 회식을 가도 12시 전까지 집에 들어오기로 약속을 했다고 치죠.
그러면 K양은 얼마나 힘들고 눈치가 보일까요? 주변 동료들도 눈치를 주고 상사는 비꼬듯이 핀잔을 주겠죠. 그런데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K양이 엄청 노력한다고 느낄까요? 아니죠. 대화를 통해 합의를 했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겠죠. K양은 그런 남자친구의 태도를 보며 "내가 약속한거니까..."라고 생각할까요?
반대로도 생각해보죠. 남자친구가 일주일에 3~4번 정도로 술자리가 잦아요. K양은 남자친구의 건강도 걱정이 되고, 혹시 다른 여자들과 엮이진 않을까 걱정이 되서 불만을 토로했고 남자친구가 일주일에 한번만 술을 먹기로 약속을 했죠.
그런데 어느날 남자친구가 이미 한번 술을 마셨는데 친구한테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한잔 해야할것 같다고하면 K양은 "거의 매일 술먹다가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씩 먹으며 줄이려고 노력했으니 그래도 한번쯤은... "하는 생각을 할까요?
우리는 모두 고장난 저울을 가지고 있어요. 내 노력은 크고 상대의 노력은 작아보이죠. 그러니 객관적으로 서로 똑같이 노력을 할 수도 없고 자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고 따지고 싶어질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