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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n 15. 2019

한 달 후 페북 친구 신청한 전 남자 친구의 심리는?

나는 왜 상대의 심리를 궁금해하는가?

상대의 심리가 궁금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건 알 수 없는 상대의 심리가 아니라 "나는 왜 상대의 심리를 궁금해하는가?"이다. 자신이 왜 궁금해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알 수도 없는 상대의 심리에 대한 궁금증에 빠지게 되면 어느새 "난 관심 없다니까?"라면서도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저는 20대 중반의 대학생이고 전 남자 친구는 30대 초반의 직장인이었어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사귀고 나서 조금 지나니 연락이 많이 줄더라고요... 만나면 그래도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제가 연락에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러다 한 번은 오빠가 너무 보고 싶다!라고 했는데 오빠는 '나도'라고만 하더라고요.. 제가 그게 다야? 하고 물으니 그럼 뭐라고 말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에는 제가 너무 좋아하던 때라 꾹 참았습니다. 그러다 남자 친구랑 데이트하다 우연히 남자 친구의 핸드폰을 보게 되었어요... 그랬는데 친구들과의 단톡에 제 험담이 있더라고요... 어린 여자 친구 만나기 힘들다, 자꾸 사랑하냐는데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등... 저는 충격을 받았고 처음으로 남자 친구에게 화를 냈었던 것 같아요. 
남자 친구는 저를 풀어 주려고 했지만 저는 쉽게 마음이 풀리지 않았고 다음날 제가 먼저 말을 걸었으나 남자 친구가 답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며칠이 지나고 이건 아닌다 싶어서 제가 지금 헤어지자는 거지? 알았어 오빠도 잘 지내 했더니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허무하게 헤어지고 페북 친구만 끊고 다른 건 그냥 두고 한 달쯤 지났어요. 그랬는데 지난주에 남자 친구가 페북 친구 신청을 했더라고요... 할 말이 있으면 카톡을 하지... 왜 친구 신청을 했을까... 고민하다 받아줬더니 잘 지내냐고 메시지도 보내더라고요... 그냥 어떻게 사나 궁금한 건지... 재회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있는 건지... 그냥 몸이 궁금한 건지... ㅎㅎ 사실 다시 사귈 거냐고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 남자가 무슨 심리인 건지 너무 궁금하네요... 바로님이 보시기에는 무슨 심리인 것 같나요?
- J양


일단 J양과 남자 친구가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한번 살펴보자. 남자 친구의 연락이 줄어들며 J양은 "이건 남자 친구의 마음이 식은 증거야!" 라며 문제의식을 느꼈다. 문제는 남자 친구의 행동이 100% 애정이 식은 증거라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며 남자 친구의 애정이 조금 식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지 남자 친구의 '잘못'이라 보기에는 좀 어렵다. 


또한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라는 말에 "나도"라는 답변을 보낸 것도 그렇다. 서운할 수는 있는 일이겠으나... 그것을 남자 친구의 잘못된 행동이라고 여기는 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사람은 감정 자판기가 아니다. 남자 친구가 J양에게 날 엄청 사랑하는 듯한 표현을 해줘!라고 말한다고 언제든 그러한 표현이 나오는 것은 아닌 것처럼 남자 친구도 J양이 원하는 표현을 항상 할 수는 없는 거다. 


친구들과의 단톡도 그렇다. 남자 친구가 친구들 앞에서 J양과의 연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토로한 것을 보고 J양 입장에서는 충분히 놀라고 기분이 나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J양이 남자 친구의 줄어든 연락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억지로 참았던 것처럼,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J양의 자꾸 사랑을 확인하려는 태도와 표현의 압박이 힘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남자 친구는 잘했는데 J양이 속이 좁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J양의 J양의 입장만, 남자 친구는 남자 친구의 입장만 생각하며 서로의 생각만 하다 보니 자연히 관계에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특히나 헤어지는 과정을 다시 살펴보자. 일단 남자 친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감정을 추스르지 않은 J양은 그것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니 남자 친구는 그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했고 J양이 감정을 추스르고 약간의 후회를 가지고 연락한 시점은 이미 늦은 시점이 되어 버린 거다. 사실 이때 서로는 딱히 헤어져야겠다는 결심을 해야겠다기보다 서로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에 대한 심통이 나있었을 뿐이었다.


단지 서로 심통이 나서 아슬아슬한 대치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뿐이었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연락을 했다가 답이 없는 남자 친구의 태도에 또 자존심이 상한 J양이 헤어진 거 맞지? 라며 강수를 두니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그것을 붙잡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무응답으로 마지막 반격?을 했을 뿐이다.


너무나 흔한 이별 과정이고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둘 중에 딱 한 명이라도 상황을 조금만 더 객관적으로 봤다면 좋았겠지만 많은 커플들이 그랬듯 잠깐의 기분에 "에잇! 뭐 어쩔 수 없지!" 식으로 후딱 이별을 하게 되었다. 


이제 한 달 만에 페북 친구 신청한 남자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체 왜 페북 신청을 했을까? J양의 말처럼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아니면 재회하고 싶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역시나 몸이 생각나서? 남자 친구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J양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J양은 왜 남자 친구의 페북 친구 신청을 받아줬나?"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재회하고 싶어서? 몸이 생각나서? 아마 남자 친구가 페북 친구 신청한 마음은 그걸 받아준 J양과 비슷할 거다.


상대의 행동에 과하게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말자. 상대의 심리를 정확하게 알 수 없을뿐더러 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중요한 건 J양이 어찌하고 싶은지이다. 혹시나 "남자 친구 무슨 마음으로 연락했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아요"라며 그냥 차단하고 끝내자. 상대의 태도에 따라 맞춰서 하겠다는 건 결국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일이고 정신 차려보면 상대에게 휘둘리고 있을 확률이 높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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