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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l 09. 2019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썸남 무슨 생각일까?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무엇을 선택할지에 집중하는 것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뭘까? 아마도 상대방을 탓하고 비난하는 것이다. 나는 문제없고 상대방만 문제라고 생각하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저 상대를 탓하고 비난하기만 하면 되니 이 얼마나 심플한 방법인가? 


문제는 대다수의 경우 트러블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의 충돌로 빚어진다 건데... 이 말은 나도 상대와의 관계에서 원하는 것이 있다는 거다. 그러니 마냥 상대를 비난하고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가 만무하며 그렇다고 잊어버리기엔 또 미련이 남을 수밖에... 이런 딜레마의 상황에 빠졌다면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딱 하나다.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무엇을 선택할지에 집중하는 것"



  

친구들과 노는 자리에서 알게 된 남자애가 있었어요. 두어 번 친구들 모임에서 보고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누가 봐도 호감이 있는 것처럼 보였고 저돌적으로 대시를 하는 듯했어요. (그 자리의 다른 지인들도 느낌) 한 번은 저도 그 친구도 많이 취해있어서 몰랐는데 지인들의 이야길 들어보니 가벼운? 스킨십? 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딱히 사귀자는 말은 없고... 서로 자주 연락은 하는데 딱히 둘이 많이 보지는 않고 주로 지인들 모임에서 봤고요. 그런 애매한 관계를 한 두 달 정도 가지다 보니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취향도 잘 맞고 대화도 잘 통하니 끌리는 마음은 생기는데 딱 거기 까지고 사귀자는 말도 없고... 애매한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만 받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대놓고 이야길 했어요. 넌 나랑 어떻게 지내고 싶냐, 난 괜찮게는 생각하지만 너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 만약 너도 확신 없이 애매한 거라면 그냥 친한 사이로 지내자. 
그랬더니 자기도 저와 함께 있는 게 즐겁고 좋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지금 정해야 하는 거라면 친하게 지내는 사이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이 친구의 마음을 알게 되면 마음이 정리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괜히 그러면 그동안 나에게 했던 호감 표현들은 다 뭔가 싶고, 괘씸한 생각도 들고요... 머리로는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마음으로는 다시 뭔가 꼬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너무 복잡해요... 그 친구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뭐죠? 어장관리 같은 걸까요...?
- S양


아마... S양을 비롯S양의 지인들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썸남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아니! 가벼운 스킨십도 있었는데!"라던가 "그냥 어장 관리하는 거 아냐!?" 정도의 의견들이 왔다 갔다 했을 텐데... S양과 지인들이 썸남의 심리와 행동의 평가를 하기 전에 알아둬야 하는 건 모든 선택권은 S양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썸남이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연애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든, S양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어장에 넣고 관리하는 어장관리남이든, 중요한 건 애매한 관계의 썸남과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S양이 선택할 수 있다는 거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내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내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한다면 될 수 있으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려고 하고 그에 따라 선택을 할 것이며 괜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S양이 자취방을 구한다고 생각해보자. 어플이나 인터넷으로 알아보며 시세나 조건들을 대충 숙지하고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여러 방들을 둘러보게 될 것이다. 


어떤 곳은 월세는 저렴한데 시설이 너무 노후하고, 어떤 곳은 시설은 좋지만 월세가 비싸고 방이 좁다. 이왕이면 월세도 시설도 방의 크기도 적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곳은 없다는 걸 금세 깨닫게 된다. 이때 우리는 "왜 내가 원하는 방은 없는 거지!?"라며 스트레스받으며 몇 날 며칠을 보내진 않는다. 


내가 짜증을 내며 상황을 비난한다고 내가 원하는 방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맘에 쏙 들지는 않아도 내가 살 방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툴툴거리며 방을 알아보고 그나마 나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썸이라고 다르지 않다. 상대가 내 맘 같지 않고, 때론 객관적으로 이런저런 단점이 보일 수 있겠지만 그건 단지 내가 이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고려할 사항일 뿐 상대를 탓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다.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썸남의 행동이 올바르고 권장할만하다는 말이 아니라 쓸데없이 상대와 맞지 않는 점이나 단점들을 탓하거나 비난하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어떤 선택을 할지에 포커스를 맞추라는 것이다. 


S양은 썸남의 생각을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S양은 썸남의 속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 분명 호감과 호기심은 있지만 서로 어느 정도 구속을 하게 되는 연인의 관계로 가기에는 애매하다는 거다. 이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게 S양 입장에서는 불편하면서도 미련이 남으니 본능적으로 상대를 탓하고 비난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며 선택을 미루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S양은 썸남이 S양을 내가 갖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계륵 같은 존재로 여긴다고 생각하며 불편해하지만 만약 내가 S양의 입장이라면 "많이는 아니지만 나에게 이성적인 매력은 느끼고 있구나!?"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애매한 관계를 지속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맞춰주면 나한테 넘어오겠지?" 식의 생각이 아니라 "타이밍이 맞으면~ 연인~ 끝내 안 맞으면 남사친!"이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잃을 것도 없고 스트레스받을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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