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은 내가 죽어도 괜찮겠어."
말을 하다가 뜬금없이 가슴이 죄어오거나, 갑자기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눈물이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 모니터 안으로 어깨를 한껏 말아 숙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체 기분이 왜 이럴까, 끊임없이 생각하던 어느 날의 아침, 겨우겨우 눈을 뜬 그 아침에 나는 불현듯 죽음을 생각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초중고를 거치면서 차곡차곡 쌓여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이었다. 엄마의 죽음을 생각하기에도 너무 버거웠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죽음으로 덮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가을부터 몰려왔던 그 감정의 파도를 끊임없이 벗어나려 해변으로 달리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도망갔다고 생각하면 어푸, 바닷물이 몰려왔고, 다시 그 바닷물을 벗어나 또 3층 건물쯤에 숨어있으면 파도는 그 정도는 우습기라도 한 듯 내가 있는 감정의 대피소를 와르르 무너트리면서 찾아왔다. 이 감정이 파도가 아니라 해일인가 보다 깨닫는 순간, 더 이상 나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대피소의 경보가 울렸다. 그리고 내 발로,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던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자살유가족이자 생존자인 내가 우울과 불안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가족의 죽음에 자신을 탓하며 몰아세우고 있는 또 다른 많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나의 나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