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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Jan 06. 2022

오늘의 좋은 일

술 대신 글


우리의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어제 저녁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 생각해보면 나는 보통 '기분이 안 좋은' 상태이다. 언젠가 결혼 전, 친한 대학교 후배들을 모아 나의 예비 신랑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한 후배가 말했다.


"선배는 항상 화가 나 있었어요."


나는 그 말이 나를 참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삐쭉거리는 불만의 입술이 내 트레이드 마크라는 사람도 있고, 그 때문인지 초등학생 때에는 별명이 '병아리'였다. 이제는 남편도 이 말에 상당히 공감하며 자주 인용하고 아주 크게 큭큭거린다.


어떤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며 무력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나의 불만은 극대화된다. 어제의 사건이 그러하다. 그런 일이 있으면 하루 종일 턱에 힘이 들어가고 입술은 더 뾰족해진다.


한낮에 그 감정을 쏟아내며 장문의 글을 짓고 글방에 공유했다. 그걸 읽을 글 친구들에게 내 감정이 전염될까 미안하기도 했지만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해결책이 있을까 슬쩍 구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뭘 해야 기분이 풀릴까. 친구들을 몇 불러서 석쇠에 작은 고기를 뒤집으며 소주를 마시고 싶다. 아무래도 소맥이 좋을 것 같은데 숙취가 걱정되니 무알콜 맥주로 청량감만 주고 소주를 똘.똘.똘. 따라 마시면 좋겠다.


그렇게 술판을 벌일 상황이 못되는 나는  휴대폰을 붙잡고 글이라도 써본다. 나쁜 일을 시로 지어낼 자신은 없으니  대신 오늘의 좋은 일을 떠올려 남기기로 하며..


- 4일 연속 오늘도 7천 보 이상 걸었음.

- 산책로에서 우연히 발견한 윤슬이 아름다웠음.

- 딸아이의 낮잠1과 낮잠2 모두 성공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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