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바리스타
"카페 모카 좋아합니다."
"아, 초콜릿 종류 좋아하세요?"
"달달한 초콜릿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응??'
현재의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에 이 남자가 이상한 말을 했다. 카페 모카는 초코시럽이 들어가는 커피로 알고 있는데, 달달한 초콜릿은 좋아하지 않는다니.. 커피를 꽤나 좋아한다고 했었기 때문에 집에서도 커피를 즐겨 마시냐 물어보니 또 의아한 답이 왔다.
"테이스터스 초이스 타서 우유와 함께 마셔요"
그렇다. 우리 남편은 인스턴트 커피 가루를 뜨거운 물에 풀어 녹인 다음, 찬 우유를 더 부어 우유 커피를 만든다. 굳이 따지자면 라테를 좋아하는 셈이다. 내 기준에서는 뜨끈한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미지근한 커피우유를 마시는 것처럼 보였다. 결혼 후에도 그렇게 매일 3-4잔씩 마시는 것을 목격해왔다. 허리가 둥글게 볼록한 인스턴트 커피 가루 병. 어릴 적 우리 부모님의 주방에서 본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본 유리병이다.
물론 나도 회사 사무실이나 집에서 봉지 믹스커피를 타서 마실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에스프레소로 추출된 커피를 카페에서 사 마시는 편이다. 그런 내가 인스턴트 가루 커피를 마시는(그것도 찬 우유와 함께!) 남편을 말끔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본인의 취향이겠거니 하며 내버려두었다. 인스턴트이기 때문에 100% 순수한 커피가 아닌 인공물질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 건강이 좀 염려되긴 했다. 하지만 다 큰 성인 남자의 취향을 내 취향과 다르다고 해서 뜯어고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셔도 항상 현란한 시럽이 들어가 있는 달달한 종류만 좋아했다. 스타벅스에 가도 늘 시럽에 커피를 탄 것 같은 달달한 음료만 주문했다. 그런 남편을 보며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커피 그 자체'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런데 남편이 변했다.
"오, 원두에서 건포도 향이 나는데?!"
커피에서 무슨 포도를 찾는단 말인가. 그것도 무려 건포도를..! 커피에 대해 슬그머니 남편을 무시하던 내가 단숨에 커알못(커피를 알지 못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