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상 기쁨은 뜻밖의 일들로 가득 차 있다.
그날 기쁨은 내게 어떻게 왔을까? 늘 그렇듯이 완전히 불시에 왔다. 본질상 기쁨은 뜻밖의 일들로 가득 차 있다. 미지의 일이야말로 행복한 경험의 필수 요소가 아니던가?
나는 기쁨을 찾아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나선다. 오늘은 반드시 기쁨을 포착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두 눈을 크게 뜨고 돌아다닌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욕이 가득할수록 기쁨을 찾기가 더 어렵다. 마치 사냥꾼의 거친 발걸음을 감지하고는 더 깊은 숲 속으로 꽁꽁 숨어버리는 꽃사슴처럼.
화창한 5월의 늦은 오후. 한강변을 따라 한가로이 걸으며 이런저런 풍경들을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집밖으로 나왔다. 맘에 드는 사진 서너 장 정도는 충분히 건질 수 있을 만큼 좋은 날씨다.
그렇게 작은 기대감을 안고 온종일 거리를 누볐지만, 수고한 발걸음이 무색하게 별다른 장면은 얻지 못했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니 몸도 피곤하고 기분도 영 가라앉는 느낌이다. 피로한 눈으로는 조금밖에 보지 못한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오늘은 그저 차분히 걷다 돌아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공원 벤치에 몸을 기대고 앉아있는데, 별안간 참새 한 마리가 곁으로 날아왔다. 참새가 고개를 돌리더니 날 물끄러미 쳐다보기 시작한다. 요 녀석이라도 멋지게 담아볼까 잠시 생각했지만 곧바로 포기했다. 새들은, 특히 참새과의 작은 새들은 워낙 겁도 많고 촐싹 맞은 탓에 찍으려고 폼만 잡아도 날아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나의 굼뜬 손놀림으로는 어림도 없지. 들고 나온 카메라의 렌즈도 영 적합하지 않고.
그런데 이 앙증맞은 참새는 겁도 없이 계속 제 주변을 맴돈다. 이내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오더니, 보란 듯이 통통 거리며 뛰기까지 한다. 아마도 먹을 것을 요구하는 모양인데, 아주 건방진 짝이 없는 놈이다. 날 보곤 뭐라고 짹짹거렸는데 아무래도 날 놀리는 참새의 언어 같았다.
"너 따위는 두렵지 않아. 애송이."
참새는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난간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 틈 사이로 한 줄기의 노을빛이 흘러나와 참새를 황금색으로 물들였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마치 화려한 연극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다.
녀석은 호전적인 자태를 뽐내며 난간 위에 한참을 서 있었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마땅히 내줄 것도 없는 나를 향해 참새가 또 몇 마디 짹짹거렸다.
"바쁘니까 빨리 찍어."
참새의 배려를 깨닫는 데는 고작 10초 정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 정도면 참새로써 해줄 수 있는 인내심의 끝을 보여준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더 지체할 순 없다. 난 녀석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의미로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연신 셔터를 눌러댔고, 제법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참새는 동료들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갔다. 작별인사도 없이 아주 쿨하게.
기뻐하겠다는 의지적인 계획과 선택은 내가 할 수 있지만, 기쁨이 정확히 어떻게 올진 결코 내가 계획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날마다 기쁨은 불시에 나를 덮친다. 그 예측할 수 없음이 기쁨의 한 본질이다. 날마다 나는 파도 속을 서성이며 큰 것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파도를 타면 숨이 막힐 듯 기뻐 외친다. 그러고는 다시 나간다. 저번 파도가 왔던 자리에 기쁨의 다른 파도가 늘 있을 줄 알기에 말이다.
마이크 메이슨 『내 영혼의 샴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