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서평

by 바울리


# 지혜가 자라는 사람, 나티코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곤 하죠.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삶의 방향을 과감히 바꾸기도 하는데 별로 주저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열정이 가득하고 삶에는 에너지가 넘칩니다. 의외로 차분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모습에서는 어떤 편안함과 행복마저 느껴지죠.


주목할만한 점은 그 친구의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입니다. 독자적으로 결정한 만큼 성공여부와는 상관없이 늘 행복해합니다. 이점이 바로 녀석이 부러워지는 이유이죠. 최소한 인생을 자기답게 살아가니까요.



내면의 직관에 의지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 결정만이 주는 고요하고 단단한 확신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의 작가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대기업의 임원자리에 최연소로 오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청년이 성공의 길을 냅다 내던지고 머나먼 이국땅의 숲으로 들어갔으니, 이보다 제멋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어딨을까요? 어쩌면 충동적인 삶에 더 가까울 정도로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승려의 삶을 선택한 나티코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는 일상의 모든 순간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점을 기억하며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갔지만요. 아주 행복하게요.








자기 생각의 안개에 갇힌 사람들은 현재에 관심을 온전히 쏟지 못하지요. 생각은 이리저리 뻗어나갈지언정 그들의 시야는 극히 좁습니다. _곰돌이 푸의 지혜 중에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파란 눈의 승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그는 태국 밀림의 한 사원에 귀의해 ‘나티코’라는 법명을 받고 17년간 수행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후, 고향 스웨덴으로 돌아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했죠. 이 책에는 나티코가 수행을 시작하게 된 시점부터 죽음의 순간까지의 여정과 깨달음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유쾌합니다. 초탈한 자의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소박하게 담아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몇 일화들은 과연 지혜에 대한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해학적이기도 합니다. 좌절을 느꼈던 순간이나 어리석은 판단을 내린 순간들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스웨덴의 기자가 그에게 질문하는 장면에 잘 드러납니다. 기자는 17년간 숲 속에서 수행하며 얻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물었고, 나티코는 내면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며 저절로 떠오른 답변을 전합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은 초능력입니다."




명상을 진지하게 시도해 보면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분별 있고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일지라도, 알고 보면 대부분 사고 과정이 이리저리 날뛰는 서커스의 원숭이처럼 제멋대로 오락가락하는 생각들로 이뤄져 있다는 걸 말입니다. _사원의 첫발을 내딛다 중에서



우리의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들이 어지럽게 떠다닙니다. 현명하고 이성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뇌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니까요.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단지 생각일 뿐, 그것이 결코 진실은 아닙니다.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수는 없지만,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자기답게 살고 싶다면 내면의 진정한 소리를 알아챌 수 있어야 합니다. 나티코가 태국의 숲 속 사원으로 귀의한 이유도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불안과 걱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인생을 자기답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아무 생각이나 붙잡는다면 인생은 출구 없는 심연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입니다.


나티코는 우리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자기만의 조용한 나침반이 있어서, 누구나 순간의 지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순간의 지성’은 철학이나 심리학에서 말하는 직관적인 능력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복잡한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탁월한 해답을 찾아내곤 합니다. 내면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진정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아갈 줄 아는 사람들이죠. 제 친구처럼요.




다행히 저는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다른 길을 찾아냈습니다. 개인적 선호도와 희망과 두려움에 집착하고 구속되지 않아도 되는 길.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삶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의식할 수 있는 길. 저는 이 길을 따라 사는 것이 훨씬 더 즐겁고, 이 길에서 지금의 제 삶을 개척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_인생의 의미는 당신의 선물을 찾아 나누는 것 중에서



설령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교훈을 얻고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때로는 나의 의견이나 결정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나티코의 스승 아잔 수시토 스님의 말처럼 옳다는 것이 결코 핵심은 아닐 테니까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길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나티코는 그 행복의 길을 찾아낸 사람입니다.



우리 인간은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와 같습니다. 대부분의 잎은 시들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버티지만, 일부는 여전히 파릇파릇한 초록빛일 때 떨어지지요. _죽음이 찾아오는 모습 중에서



나티코는 루게릭병으로 몸의 기능을 급격히 잃어가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앞두고도 결코 어두움에 휩싸이지 않았죠. 오롯이 현재에 집중하며 기쁨을 누릴 줄 아는, 그토록 바라던 진짜 숲 속의 현자가 되어 사람들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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