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함이 아닌 나를 위해서
하기 싫은 마음은 매일매일 마르지 않는 물처럼 차오른다
특히나 운동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럴 때마다 마음으로 늘 다짐한다.
"일단 나가자"
"일단 시작만 하자"
"일단 조금만 움직이기만이라도 하자"라고 나 자신에게 실행버튼을 누르는 말을 한다.
정말 몸을 움직이기 싫은 날도 이런 소소한 몇 문장만 되뇌면
어느새 내가 신발장에 가서 운동화를 신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마구 흥이 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면 움직이게 되고, 조금이라도 시도하게 된다.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작은 힘이 하루 전체의 발란스를 관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핸드스탠드가 너무너무 해보고 싶은데 아직 완벽하지가 않다.
그래서 요즘엔 일단 머리서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머리서기를 꾸준히 하면서도 핸드스탠드에 대한 갈증은 감출 수 없어 혼자 벽을 대고 발돋움을 해보지만 그것마저도 아직은 쉽지 않다. 남들이 볼 때 나는 근력이 꽤 있어 보인다고 하는데 정작 나 자신은 연체동물처럼 힘 없이 계속 흐물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매일 나갔고
아무리 하기 싫은 날도 일단 뭐가 되었든 시작은 했고
조금만이라도 움직였다.
그 결과
내가 꿈에 그리던 해변에서 머리서기를 속 시원히 해볼 수 있었다
강원도 동해 바다는 아직 추워서 해변에서 뭔가를 할 엄두가 도무지 나질 않는데
얼마 전 다녀온 보라카이에서는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날씨도 너무 더웠고 관광 나온 사람들은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은 듯 거의 다 벗고 다니는 옷차림으로 뜨거운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 해변에서 내가 머리서기를 하다 넘어질지라도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이 나에게 큰 용기와 과감함을 주었다. 한국에서 이미 나는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이 상황을 꿈꿔왔기 때문에 마치 익숙한 듯이 요가 매트 천을 모레 사장 위에 깔았고 그 위에서 번쩍 가볍게 나를 거꾸로 세워 올렸다.
내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하늘로 쭉 뻗어 올라가는 느낌을 짜릿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에는 주변에서 나를 보거나 안 보거나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나는 해변을 배경으로 꼭 머리서기를 해보고 싶었고, 더 늙기 전에 사진 한 장은 꼭 남겨놓고 싶었다. 이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주변에 외국인들이 하나 둘 내 곁으로 모여드는 느낌이 들었고 어디선가 "BRAVO~"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분명 나를 향한 소리라는 걸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의 집중력은 갑자기 흐트러졌고 조용히 허리를 접어 땅으로 착지하려는데 해변가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외국에 나와서 이렇게 물구나무서기로 박수를 받을 줄이야?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내 몸을 거꾸로 들어 움직인 게 어디야?
요가를 하다 보면 자주 느끼는 감정 한 가지는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하기가 참 힘들구나~라는 점이다.
눈으로 보기엔 너무 쉽게 간단해 보이는 동작도 막상 내가 직접 해보려고 하면 온몸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는 듯 말을 듣지 않고, 바보같이 움직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마음이 다시금 겸허하게 된다. 내 몸뚱이 하나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면서 뭐 그리 다른 사람들 일에 배 나와라 감 나와라 하며 잘난 척하고 살았나? 하는 부끄러움도 훅 들어온다.
어떠한 것에 대해서든지 방법 습득하고 깨닫는 것은 우리를 기쁘게 하고 강하게 하며 정복의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어떠한 것이라도 성공적으로 배운다는 것은, 기쁨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우리 뇌에 전달함을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이 운동이든, 공부이든, 무엇이든 다 마찬가지이다.
성취하고 성공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희열과 기쁨은 뇌에 큰 행복감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힘들어도 계속 도전하고, 실패해도 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 성공과 성취의 희열의 맛이 뭔지 너무 잘 아니까.
게으르고 무거운 나를 이기고
나를 가볍게 번쩍 들어 올린 느낌이 들어
그날 하루는 굉장히 열심히 잘 산 것 같은 뿌듯한 마음까지 든다.
이제 물구나무서기를 어느 정도 감을 잘 잡은 것 같아 마음에 두려움도 없고
언제라도 편안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혹시나 뒤로 넘어지더라도 그렇게 아프거나 창피하지 않다 그래서 이젠 새로운 도전이 다시 필요해졌다.
다음 도전은 바로 머리서기이다.
이제 다음 도전을 위해
나를 레벨업 해보기로.
도전의 목표가 생기면 긴 템포의 수련의 과정도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나도 꼭 해변에서 이 여자처럼 멋지고 과감하게 사진 찍어봐야겠다고 버킷리스트에 추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