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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유 Aug 11. 2023

태풍과 상관없이 사과 농사, 복숭아 농사 망침

모든 게 다 공부야



"아니 왜 저절 다 버려? 아깝게~"


동네 이웃이 나에게 한 말이다. 


"어차피 못 먹어요"

나는 쪼그라드는 목소리로 씁쓸하게 대답했다. 





태풍 카눈은 다행히 내가 있는 곳을 조용히 지나갔다. 

태풍과 상관없이 나는 이번에 사과 농사과 복숭아 농사를 둘 다 망치고 말았다. 


대단히 큰 농사를 짓는 거 아니고, 마당에 소박하게 시도해 본 농사였지만 

실패했다는 마음은 쓰라렸다. 

초보 농사꾼의 마음은 바닥에 떨어져 썩고 있는 과일들처럼

함께 쪼그라드는 듯했다 




겉만 번지르르했던 나의 사과.


겉보기에도 예쁘고, 실제로 먹어보면 당도도 꽤 높은 나의 첫 사과나무. 

태풍 카눈이 온다는 소식에 혹시나 비바람에 다 떨어질까 봐

잘 익어 보이는 사과들만 우선 미리 수확을 해봤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첫 데이트 때의 마음처럼 콩닥거렸다.





따서 자세히 보니 나의 미니 사과들은

상태가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꽤 괜찮아 보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상상했던 그런 사과가 아니었다.




다급한 마음으로 열심히 껍질을 까서 내부를 확인해 본다. 

결과는.....


나보다 발 빠른 개미와 벌레들이 나의 사과들을 먼저 맛을 본 것이다.

맛은 물론 있었지만 여기저기 도려내고 나면

사실 내가 먹을 수 있는 부분은 얼마 없었다



고추, 호박, 오이, 방울토마토, 상추, 옥수수, 감자 등등을 텃밭에서 키워 봤을 때는 

굳이 약을 안 해도 충분히 실컷 풍요롭게 잘 먹을 수 있었지만 과일은 달랐다. 

과일은 당을 함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온갖 벌레들의 타깃이 된 것이다. 


집에서 내가 키워 우리 가족만 먹는 건데 뭐 하러 약을 뿌려?라고 생각했던 나

사과와 복숭아를 고스란히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야 했다. 

무슨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일단 부딪혀보자"가 몸에 밴 나는

이번 과일들이 다 못 먹게 되면서부터 기존의 나의 마인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텃밭을 꾸려나가더래도

공부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공부를 안 한 나의 최후

결국 버려지는 무농약 복숭아

결국은 다 버렸다!

나무에 달려 있는 개수만으로는 놀라울만한 풍년이지만 

하나하나 껍질을 까서 벌레 먹은 부분을 도려내고 먹을 수 있는 부분만 찾아낸다는 것은

몹시 귀찮은 일이었다. 

초반에는 아까워서 열심히 챙겨 먹다가 나중에는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저절로 포기하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하나 둘 버리게 되는 것이다. 



내 텃밭의 복숭아


지금은 그 누구에게 선물로 줄 수 없을 만큼 

내 텃밭의 과일들은 상태가 좋지 않다


이번의 실패를 계기로 

"뭐든 공부를 제대로 하자"라고 다짐한다. 

사람들이 약을 뿌리는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터. 


내년에는 올해의 실패를 교과서 삼아서 

적당량의 필요한 약들을 뿌려보자 계획해 본다.




유용하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


"실패와 실수"


시도해 보지 않았으면 아마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실패해 보지 않았으면 발전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나 실수가 자랑은 아니지만,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이를 계기로 디딤돌 삼아서 더 잘 성장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소중하고 의미 있다. 

모든 것이 다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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