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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유 Sep 15. 2023

체중계가 고장 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숫자, 그게 뭐 대수라고!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씻고 나와 제일 처음에 하는 루틴이

바로 체중계 위에 올라가서 몸무게를 재는 것이다. 


이 습관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아마도 바디프로필을 찍으려고 한창 준비하던 때 생긴 버릇이었다. 


바디프로필을 찍은 지 지금 2년이 훨씬 넘었지만 

나는 아직도 여전히 체중계 위에 올라가서 숫자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보다 숫자가 크면 스스로를 자책했고

어제보다 숫자가 작게 나오면 스스로를 칭찬하며 만족해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시달리게 했는지?

엊그제 아침에 이 체중계는 갑자기 먹통이 되어 버렸고 

숫자가 제 멋대로 아무렇게나 찍힌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나의 몸무게를 잴 수 없었다. 

매일 하던 루틴 중에 하나가 깨지자 마치 금단 현상처럼

지금 나의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안절부절못했다.

인터넷을 뒤져 새로운 체중계를 사려고

황급히 검색하던 찰나에 문득 들어온 생각. 





"내가 왜 이렇게 몸무게에 집착하고 있지?"

무슨 대회에 나가는 선수도 아니고, 

그깟 몸무게. 신경 안 쓰고 그냥 좀 편하게 살면 뭐 좀 어떤가? 

또다시 바디 프로필을 찍을 것도 아니고. 


나는 새로운 체중계를 더 이상 사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묘하게 기분이 편안해졌다. 

이틀 동안 몸무게를 재지 않았지만

평소에 하던 운동 습관과 식습관은 루틴처럼 지키고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불안하거나 걱정되지는 않았다. 


혹여

"살이 좀 찐다 한들 어떤가?"


체중계가 고장 나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살찌는 것과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체중계에 찍히는 숫자에 연연하다 보면

그 숫자 때문에 그날 하루 나의 행불행이 좌지우지된다. 

나의 행복과 불행을 그깟 체중계의 숫자에 끌려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고장난 체중계가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


이 체중계를 버리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올라가 봤다. 

내가 37.1kg라고? 

하하하 

내 키에 말도 안 되는 숫자이지만

순간 웃음이 빵 터져 나왔다. 


체중계는 나에게 마지막 선물을 멋지게 주고 떠났다. 


남들 보기에 

그저 보기 좋은 몸보다

내가 데리고 살면서 사용하기 편한 건강한 몸이 되어야 한다. 


매일매일 몸무게 숫자에 연연했던 삶이여

이젠 조금 자유로워져도, 편안해져도 괜찮다. 

강박을 내려놓자.

내려놓고 보니, 그거 참 별거 아니었다. 




유용하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


"강박증 내려놓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를 가두어 두는 강박증이 하나 두 개쯤 다들 가지고 있다. 

이 강박증을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자신의 숨통을 조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강박 중에서 한 가지만 살짝 느슨하게 끈을 풀어보아도 좋다. 

뒤돌아 보면 별거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 






보기 좋은 몸 보다, 사용하기 편한 몸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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