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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생각

Yoonha_독서리뷰

며칠 전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전에 한 논술문에서 훔쳐 쓰듯 인용했던 그녀의 이름을 책으로 마주하니 이제는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이 두꺼웠다면 내려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꽤나 작고 얇던 것도 이유라면 이유.

이 정도면 정치학 책이어도 전할만하지 않을까 싶어서 집어 든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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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면
우리는 '성실한 악행자'가 될 수 있다.


과거에 내가 인용했던 '부드러운 악(평범한 악)'의 정체는 생각보다 더 엄청난 것이었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꼈다. 생각을 멈추면 판단능력을 잃게 되어 결국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


즉, 사유하지 않는 자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한 채

위에서 시키는 대로 혹은 만들어진 법대로 비판 없이 시행하게 되고,

이에 따라 '성실한 악행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우리 속에는 늘 생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


아렌트가 예시로 든 사람은 유대인 강제이주 정책의 책임자로 일했던 아이히만이었다.


아이히만은 가족을 사랑하는 좋은 가장이었다. 그의 행정 능력은 탁월했다. 그가 한 일은 스스로에게는 상식적으로 합당한 일이었다. 자신이 한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으로서 국가가 자신에게 명령한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히만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 세심하게 수행했던 일이란 바로 어린아이를 포함해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일이었다.

-<한나아렌트의 생각> 중



아렌트는 이런 아이히만에 대해 '그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라고 얘기한다. 여기서 생각이란 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사유를 말하는데, 이러한 사유가 그에게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검토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다.


자기 검토란 반성적 사유를 말하며, 반성적 사유란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고 그것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면, 자기와의 모순을 견딜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자기모순을 범하지 않는 것이 소크라테스 윤리의 핵심이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순을 느끼며 괴로워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혹자는 물을 수 있다.


명령에 따라 악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고.


이에 대해 저자는 되묻는다.




'당신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그런 일을 그대로 용인하는 국가에 살기를 원하는지 아닌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한쪽 유형의 사회에서 다른 쪽 유형의 사회로 나아가는 경우발전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런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도, 한나 아렌트도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한나 아렌트 초보자인 내게 있어 입문서 같은 책.


어려울법한 정치 이야기와 한나 아렌트를 꽤나 쉽게 풀어써준 김선욱 교수에게 경의를..!


p.s. 그러나 꽤 얇은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 읽는 데에는 하루 종일이 걸렸다. 아렌트 초보자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이해하며 넘기기에는 그리 쉽지만은 않았나 보다 ㅜㅜ. 지만큼이나 귀엽지는 않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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