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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Dec 26. 2020

누구나 '나만의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_히가시노 게이고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_p. 167




'미래의 나', 혹은 '과거의 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가정하자.

둘 중 어떤 '나'를 만나서,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지인 중 한 사람은, '과거의 본인'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리고는, '과거의 본인'에게 좀 더 많은 격려와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 책의 첫 장에는

자신의 미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여기는 청년 3명이 나온다.

고아, 백수,...


우연히 들어간 폐가에서

그들은 과거에서 날아온 고민상담 편지에 답을 해주기 시작한다.


[상담 신청인]

1. 생선가게 뮤지션 /
음악인의 꿈을 안고 대학까지 자퇴하며 몰두한 지 3년째지만, 여전히 무명이다.
이제는 본인 스스로도 가능성과 미래가 의심된다.
아버지까지 병색이 위중해지자,
그는 집안의 가업을 물려받을지, 좇던 꿈에 마저 몰두해야 할지 망설이며 편지를 쓴다.

2. 길 잃은 강아지/
경제적 독립을 갈망한다.
다니고 있는 회사를 관두고 대신에 호스티스가 되어 돈을 모아 벌어 자신의 가게를 열고 싶다.
이러한 자신의 목표에 대해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모르겠다며 상담 편지를 쓴다

3. 달 토끼/
올림픽 대표 후보자로 올랐으나, 사랑하는 사람이 불치병에 걸려 입원했다.
지금이라도 대회 준비를 그만두고 그의 병시중을 드는 것과,
계속해서 대회를 준비하는데 박차를 가하는 것 중 고민을 하며 상담 신청을 한다.  


너무나도 평범한 이들이

그들만큼이나 평범한 사람들을 상담해주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그러면서 함께 성장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밤 처음으로
남에게 도움되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어.
나 같은 게. 나 같은 바보가."
 _p. 330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심 어린 공감과 작은 응원.

'진짜 내 편'이라고 느껴지는

한 사람이 아닐까.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주세요.'

이러한 응원을 해주는 내 편.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 수는 없다고 했다.

'언택트 사회'가 반 강제적으로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인간의 온기'또한 트렌드로 함께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의 작은 응원은 또 다른 누군가를 포기하지 않게 만든다.

그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바라보며, 응원의 온기를 보낸 누군가 또한 용기를 얻는다.

사회란 이러한 것의 순환일지도 모르겠다.


명확한 답변을 내놓는 것만이 상담이 아니고,

진심 어린 공감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되는 상담이지 않을까 싶다.




어렸을 때 나는 책 읽기를 무척 싫어하는 아이였다.
국어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담임 선생님이 어머니를 불러,
만화만 읽을 게 아니라 책도 읽을 수 있게 집에서 지도해달라는 충고를 하셨다.

그때 어머니가 한 말이 걸작이었다.
"우리 애는 만화도 안 읽어요."
선생님은 별수 없이, 그렇다면 만화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는 작품을 쓸 때, 어린 시절에 책 읽기를 싫어했던 나 자신을 독자로 상정하고,
그런 내가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_2012년 '중앙 공론 문예상' 시상식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발언 중



지금 '나' 혹은 '그'가 서있는 위치에서

그들의 가능성을 평가해버리지 말자.

누구나 한편에는 굉장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것을 발현해내는 데에는 오늘 내 한마디, 내 하나의 행동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책 (나미야 잡화점 이야기)

국내 누적 100만 부 이상, 전 세계 1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2012년에 출간된 이 서적이 그만큼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온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은 아닐까.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다.

올해 봄에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 19는 이번 해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잠잠해질 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점점 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고, 거리도 비어 간다.


이럴 때일수록,

내 주위의 사람들,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해보는 건 어떨까.

조금이나마 서로가 따뜻해지기를 바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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