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말로 표현해봐야지.
지난달,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던 사건이 있었다.
힘든 마음을 잡아 세우며 속초로 향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피신 장소로는 속초가 제일 먼저 떠올랐기에.
바다를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속초로 향하는 차 안에서
대학교에서 수업을 같이 듣던 친한 동생, H양에게 전화를 했다.
누구에게든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화돼?'
'한 10분?'
일을 하던 중에 전화를 받은 H양은 대략 1시간을 통화했다.
(상사와 동료분은 누구신지 몰라도,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많은 위안이 되었답니다..:))
그때 H양은 내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언제 열정을 느껴?"
"언제 행복하다고 느껴?"
글쎄.. 아무래도 방송인이다 보니..
타인이 나를 인정해줄 때가 아닐까?
'에이 언니, 그건 아니지. 그건 타인으로부터 얻은 행복이고 열정이잖아. 내가 스스로 느껴지는 열정의 순간이나 행복한 순간. 그런 때 없어? 그런 순간을 잘 생각해 봐. 그 순간을 찾는 게 중요해.'
스스로 열정을 느끼는 순간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라..
내가 열정을 느끼는 순간은,
내가 좋아하는 일, 방송
특히 여러 사람과 내 얘기를 하며 생방송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껴
아무래도, 방송을 준비할 때면 늘 내 안으로부터 열정이 느껴졌다.
재섭외 문의가 들어오고, 오늘 방송 너무 좋았다는 피드백은 더없이 좋았다.
속초에서 머무르며 열정에 대한 정의를 그렇게 내렸다.
그리고서, 방송을 그만둘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한 달 남짓을 열심히 방송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누군가 물었다.
'너에게 행복은 뭐야?'
행복...이라..
질문한 이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는 거야.'
나에게 행복은, 뭐지?
어제에 이어 고민을 하면서
오늘, 방송을 마쳤다.
지방에서의 방송이라 더욱 피곤하고 지친 날이었다.
한 주 중에서 유독 지치는 날.
러쉬에서 산 거품 바로 거품을 채운 향긋한 욕조에 앉아 책을 봤다.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틀고.
그리고 문득, 행복하다고 느꼈다.
잠시, 아무 고민도 없었다.
그래, 어쩌면 내게 행복은 이것일지도.
좋아하는 일을 마친 저녁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고민 없이 책을 보는 것.
아니, 적고 보니 너무 행복한데?
그래서 바로 브런치를 켰다.
내게 있어서 행복이란,
좋아하는 일을 마친 저녁,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독서하는 시간을 갖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