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_04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에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여기.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둘이서 한 우산을 쓰면 흔히 일어나는 일.
한쪽 비는 내리고 한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한쪽만큼은 든든하고 따뜻하다는 뜻이기도 할 터이다.
그래서 저 말은 너무 예쁘다.
동반자가, 지지자가 있다는 뜻 같아서.
한자 '사람 인'은 한 사람이 혼자 서 있는 모양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하지만 해당 한자가 2획이며 각 획이 서로를 의지하고 있기에,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철학적 풀이도 존재한다. 꽤나 그럴듯하다.
이 힘듦을 겨우 넘겼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고 느꼈는데,
또 다른 새로운 장벽과 늘 다시 마주한다.
물론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인 본인밖에 없다. 그러나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좀 더 힘차게 용기 내어서, 새로운 어려움과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함께 우산 쓸 사람이 있다는 것, 동반자가 있다는 것, 지지자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