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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May 03. 2019

2.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국가란 무엇인가_두 번째 질문

[플라톤 - '철학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 --현자지배론

여기서 철학자는 사유하는 사람을 일컫는 게 아니다. 강자이자 현자를 한다. 저자는 이런 플라톤의 '철학자'를 '이미 모든 것을 다 안다는, 거만한 진리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플라톤은 학식의 지배를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맹자 - 군자가 다스려야 한다.]--왕도정치론

맹자는 지식의 지배가 아닌 '덕'의 지배를 주장했다. 맹자가 말하는 덕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측은지심', 나와 타인의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수오지심', 사랑과 정을 다른 사람에게 적절히 표현하는 '사양지심', 그리고 그런 마음을 때와 장소에 따라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시비지심'이다. 맹자는 이런 네 가지 마음을 갖춘 군자가 왕이 되어 백성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얘기했다.


저자는 이런 플라톤과 맹자의 군자론은 '목적론적 국가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얘기한다. 앞선 두 사람에게 국가는 선과 정의, 덕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는 안정되고 통합된 국가일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다음 장에서 이같이 말을 적는다. '국가는 선이나 정의, 덕을 실현할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생존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어느 곳에서든지 권력다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복종하지 않는 자에게 처벌의 위협을 주고 복종하는 자에게 보상을 약속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 폭력을 구축한다. 그 폭력이 스스로 자신에게 합법성을 부여함으로써 국가가 생겨난다. 그래서 국가가 만든 법은 먼저 선이나 정의와 같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강자의 이익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트라시마코스 - '정의는 강자의 이익']

위의 주장은 트라시마코스의 페이지에서 나오는 얘기였다. 고대 그리스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는 이렇게 말했고, 저자는 여기에 강한 공감을 표한다.

정의는 더 강한 자의 이익이다. 모든 정권은 자기의 편익을 목적으로 삼아서 법률을 제정한다. 민주정체는 민주적인 법률을, 참주정체는 참주체제의 법률을, 그 밖의 정치체제도 다 이런 식으로 법률을 제정한다.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국가란 무엇인가'에 이은 이 책의 두 번째 질문이다. 그러나 포퍼는 도리어 이 질문을 지적했다. 해당 질문에는 플라톤 또는 맹자가 했던 것과 같이 논리적으로는 옳지만 쓸모없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사악하거나 무능한 지배자들이 너무 심한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어떻게 정치제도를 조직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리고 이것이 정치철학이 다루어야 할 올바른 질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저자는 '민주주의'에 대해 얘기한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이 가장 훌륭한 사람을 권력자로 선출해 많은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목적과 강점은 사악하거나 거짓말을 잘하거나 권력을 남용하거나 지극히 무능하거나 모는 그 모든 결점을 지닌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나쁜 짓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언급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훌륭하고 지혜로운 최선의 인물이 권력을 잡더라도 선한 일을 마음껏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것은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마음대로 악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대가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대한민국은 "사악하거나 무능한 지배자들이 너무 심한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갖춘 나라이다.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었고 또한 공감했다. 그래서 최선의 정책은 아니지만, 최악을 막는 정책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맹자나 플라톤이 얘기했던 덕을 갖춘 인자 혹은 현명한 철학자가 마음껏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명하지 못한 인물이나 부도덕한 인물이 권력을 잡더라도 마음대로 악 또는 바보 같은 일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는 대가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나는 것이니까.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밖에.


국가주의자는 대체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를 원한다. 그들은 대통령이 합법적이고 정당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의 힘을 보여주는 사람 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유주의자는 대체로 국민과 잘 소통하면서 힘보다는 말로 다스리는 대통령을 좋아한다.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존중하면서 능동적으로 타협하고 절충하는 리더를 선호한다.


저자는 민주주의 항상 중우정치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경고한다. 장점도 많지만 그 장점이 칼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예시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 시민들을 든다. 특히 미디어 왜곡과 여론조작으로 인한 중우정치의 위험은 우리의 발아래 늘 숨어있다. 시민들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대안미디어를 활용해 언론권력의 여론조작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위험에 반복해서 처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중우정치: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


특히 미디어가 중요하다.

미디어가 왜곡되어 있으면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타락할 위험이 더 커진다.

방송사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나로서는 이 부분이 더욱 와 닿았다. 그리고 미디어가 왜곡되어서 중우정치로 타락한 것은 지난 정권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기에. 그리고 현재는 대안언론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현실 왜곡과 여론 조작도 다양한 방향에서 가능해졌다. 다 같이 똑똑해지거나, 다 같이 바보가 되거나.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는 이 정도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이 정도로 이 장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약간은 탄식 섞인 듯한 마지막 문단.

"전쟁이 끝난 후에도 60년 넘게 분단체제에서 살아온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국가주의 국가론이 이념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자유주의 성향의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받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국정수행 지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데는 이러한 이념적 요소가 작용했다. 다시 자유주의 성향을 지닌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게 딜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여둔다."
-p.126(4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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